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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높은 시청률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며 종영한 드라마 '왔다 장보리'의 악녀 연민정(이유리)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이유리가 연기를 무척 잘 했기 때문에 높은 인기를 얻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유리가 어찌나 몰입감 있게 연기를 잘 했던지, 후반에는 못된 짓만 골라 하는 연민정이 오히려 칭찬(?)을 받고 선한 주인공 장보리(오연서)는 반대로 욕을 먹었다. 물론 그 이유 중에는 배우들의 연기뿐 아니라 주인공 캐릭터를 너무 답답하게 그려놓은 대본의 문제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유리의 연기를 칭찬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연민정의 캐릭터까지 호감형으로 돌아선 모습에서는 적잖은 위험성이 느껴진다. 연민정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비록 잘못된 방향일망정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일관성있는 언행을 보여준..
제가 이제껏 시청했던 모든 드라마 중 최악의 작품을 꼽는다면 지금부터는 망설임 없이 '청담동 앨리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한참 비뚤어진 주제의식을 아주 교묘한 방식으로 합리화시킨 대본이 문제였죠. 배우들의 연기는 괜찮았고, 연출도 그만하면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작가들의 썩 훌륭한 글솜씨는 오히려 독이 되었습니다. 분명히 말이 안 되는 궤변을 늘어놓는 건데도 어찌나 교활하게 표현하는지, 얼핏 생각하면 그들의 논리가 맞는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이 작품의 전체적인 내용은 '된장녀의 하소연'이라 하면 적절하겠고, 결말은 '된장녀의 완벽한 환타지 실현'이라 하면 꼭 맞겠네요. 하지만 당최 주제는 뭔지, 작가들이 이 드라마를 쓰면서 궁극적으로 하고 싶었던 말이..
사실상 말을 꺼내기가 조심스런 부분이긴 합니다. 만약 이 드라마의 주제(?)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다면, 저의 색다른 의견에 불쾌감을 느낄 사람도 그만큼 많을 테니까요. 하지만 같은 드라마를 보아도 사람마다의 생각과 감상이 다를 수 있듯이, 같은 세상을 살면서도 체험한 삶 자체의 내용과 느낌은 사람마다 천양지차일 수 있는 법이죠. 심지어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났어도 어떤 사람에겐 세상이 분홍빛인 반면 어떤 사람에게는 짙은 회색일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극심한 가난과 부모의 학대에 시달려 온 아이라고 해서 모두 불량 청소년이 되는 것도 아니며, 사이코패스 등의 끔찍한 범죄자가 늘어나는 것도 어떤 사회적 현상 때문이라고만 해석하기는 어렵습니다. 네, 저는 예전부터 항상 그랬습니다. 물론 사회적 문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