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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47회 대종상 시상식에서는 한국 영화계의 전설이라 할 수 있는 얼굴들을 참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우선 1926년생으로 강제 납북과 탈북을 거치며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왔던 최은희가 공로상을 수상했고, 1928년생의 신영균이 특별상을 수상했군요. 이미 오래 전에 은퇴하여 작품 활동은 쉬고 있으나, 80대 노익장들의 건재한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저는 가슴이 뿌듯했습니다. "저는 항상 여배우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여러분 앉으세요." 원로 여배우 최은희가 휠체어에 앉아 등장하니 모든 후배들이 일어나 기립박수를 쳤습니다. 조금씩 목이 메는 음성으로 그녀가 말을 이어가는 동안 그저 분위기는 숙연하기만 했는데, 문득 최은희는 말을 멈추고 "여러분, 모두 앉으세요. 앉아서 들으세요." ..
재미가 없었다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솔직히 '제빵왕 김탁구' 1회는 통속적이지만 지루하지 않았거든요. 그러나 초반의 흥미 유발을 위해 설정된 듯한 주인공의 탄생 비화가 너무도 자극적이고 비윤리적이었기에, 개운한 마음으로 시청하기는 어려울 듯 싶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 마음을 거북하게 했던 것은,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들고 가해자를 피해자로 만들어 버린 설정이었습니다. 일전에 관람했던 영화 '하녀'에서도 약간 비슷한 불편함을 느꼈었는데, 이번에는 그보다 더욱 심하군요. 주인공 김탁구의 캐릭터는 씩씩하고 착하고 올바른 청년인데, 이 드라마는 시작부터 일그러져 버렸으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제빵 업계의 재벌인 거성家의 며느리 서인숙(전인화)은 단지 아들을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시어머니 정혜선에게 온갖 인격..
우연한 기회에 보고 싶던 영화 '하녀'를 개봉관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아서인지, 오히려 생각보다 상당히 괜찮은 느낌을 주는 영화였습니다. 얼핏 뻔한 이야기, 지루한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었지만, 매혹적인 화면의 구성과 원숙한 배우들의 연기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했다고 하겠습니다. (이하의 내용에는 다량의 스포가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영화에서 만만치 않은 함정을 발견했습니다. 충격적으로 표현된 그 주제의식을 따라가다 보면, 자칫 사고의 흐름이 왜곡된 방향으로 비틀어질 수 있음을 발견한 것입니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주인공인 은이(전도연)의 시각에서 영화를 바라보게 됩니다. 현대판 '하녀'인 은이는 주인집 식구들과의 관계에서 철저한 '약자'이며 '못 가진 자'로 표현됩니다. 그렇기에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