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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지난 번 대종상 영화제 시상식에서 '소녀시대'의 축하 공연이 있었는데, 영화배우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않고 점잖게 바라보기만 했다는 이유로 꽤나 큰 사회적 이슈가 되었습니다. 심지어 SG워너비의 이석훈은 트위터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며 "박수치는 거 어렵나? 웃는 거 어려워?" 이런 식으로 비꼬기도 했지요. 인기가 좋은 소녀시대인 만큼 수많은 팬들의 불만도 상당했습니다. 앞에서 공연하는 사람들이 민망하지 않도록 웃음과 박수로 호응하는 것 정도는 기본적 예의라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습니다. 영화배우들이 거만해서, 어쩌면 가수들보다 자기네들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해서 예의를 지키지 않았다는 견해도 여기저기서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시상식의 분위기 자체가 워낙 숙연해서 영화배우들이 ..
47회 대종상 시상식에서는 한국 영화계의 전설이라 할 수 있는 얼굴들을 참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우선 1926년생으로 강제 납북과 탈북을 거치며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왔던 최은희가 공로상을 수상했고, 1928년생의 신영균이 특별상을 수상했군요. 이미 오래 전에 은퇴하여 작품 활동은 쉬고 있으나, 80대 노익장들의 건재한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저는 가슴이 뿌듯했습니다. "저는 항상 여배우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여러분 앉으세요." 원로 여배우 최은희가 휠체어에 앉아 등장하니 모든 후배들이 일어나 기립박수를 쳤습니다. 조금씩 목이 메는 음성으로 그녀가 말을 이어가는 동안 그저 분위기는 숙연하기만 했는데, 문득 최은희는 말을 멈추고 "여러분, 모두 앉으세요. 앉아서 들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