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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복수극의 지존이라는 엄태웅의 칭호는 지극히 당연한 것임이 입증되었습니다. 차가운 복수심에 불타는 남자의 내면을 이보다 더 리얼하게 연기하는 배우가 있을까요? 특히 이번에는 처음으로 맹인 연기에 도전함에 있어 많은 연구와 노력을 했음이 엿보입니다. 눈을 뜨고 있되 앞을 볼 수 없는 사람들의 공허한 눈동자를 얼마나 실감나게 표현했는지, 각종 포털의 인기 검색어에는 '엄태웅 동공연기'라는 단어가 떠올랐군요. 엄태웅은 눈동자뿐만 아니라 표정과 몸짓과 언어 등,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이용하여 갑작스레 눈이 멀어버린 사람의 절망과 공포를 나타냈고, 차츰 기억이 떠오르면서 가슴 속 깊은 곳에 싹트기 시작하는 통렬한 분노와 복수심을 형상화시켰습니다. 엄태웅의 명품 연기와 더불어 '적도의 남자' 5회는 방송 시간..
주인공 김선우와 라이벌 구도를 이루는 역할이니, 이장일이라는 캐릭터가 근본적으로 아주 선한 인물일 수는 없었습니다. 김선우의 선량함이 부각되면 될수록, 상대적으로 이장일은 악역일 수밖에 없었지요. 하지만 요즘의 악역은 예전과 달리 무척이나 매력적이지 않습니까? 나쁜 짓을 하더라도 충분히 납득할만한 이유가 있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려 고뇌하는 모습은 연민을 불러 일으킵니다. 언제나 흔들림 없이 선량한 주인공보다, 오히려 야누스적인 내면과 역동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악역 캐릭터에 많은 시청자는 열광하곤 하지요. 이장일은 분명 그런 캐릭터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드라마 '적도의 남자'에서 동정의 여지가 없는 '악의 축'은 따로 있었습니다. 중견탤런트 김영철이 연기하고 있는 진노식 회장이 그 인물이죠. 그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