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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떠날 사람들은 떠나고, 만나야 할 사람들은 만나고... 오랫동안 준비해 오던 일은 드디어 포문을 열며 실행되고... 이렇게 '추노' 역시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 궁극적으로 중점을 두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비뚤어진 현실에 대한 끊임없는 저항인지, 아니면 그럼에도 서로를 미워할 수 없는 그들의 더없이 인간적인 화해와 사랑인지, 저는 생각해 보았습니다. 물론 '추노'는 두 가지를 다 그려내고 있으며, 어느 쪽에 더 비중이 있는지도 시청자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최소한 극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에 따라 결말이 주는 여운은 많이 달라질 듯 싶습니다. 1. 외유내강한 짝귀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 포스팅의 주제와 직접적 연관은 없음에도, 짝..
나는 짝귀다. 내 손으로 주먹을 가르친 아우 대길이에게 한쪽 귀를 잘린 후, 사람들은 나를 짝귀라고 부른다. 조롱하는 소리인 줄 알지만 상관없다. 뭐 귀담아 들을 소리가 있는 세상이라고 귓바퀴를 두개씩이나 달고 살아야 한단 말이냐? 우리네 바닥에서는 서로 놀려대며 투닥거리는 것이 원래 친하다는 표시다. 남들이 나를 짝귀라고 부르는 것은 그만큼 나를 좋아한다는 얘기다. 이 험상궂은 사내를 무서워하지 않고 좋아한다는 얘기다. 어차피 맨손으로 태어나 맨손으로 떠나갈 인생인데, 이 정도면 만족스럽지 아니한가! 나를 짝귀로 만들어 놓은 아우 대길이를 나는 좋아한다. 놈은 진짜 사내다. 주먹질도 발길질도 늦게 배웠으면서, 저를 가르친 언니들을 모조리 때려 눕힐 때부터 예삿놈이 아닌 것을 알았다. 하지만 내가 놈을 ..
'추노' 11회는 비교적 평이하게 흘러갔습니다. 그런데 그 중 생각지도 않은 인물이 섬뜩한 변화를 보이며 시선을 사로잡았으니 바로 이한위가 연기하고 있는 오포교입니다. 지금껏 오포교는 추노꾼인 대길네와 천지호네를 비롯하여 방화백, 마의 등 저잣거리의 하층민들과 비교적 인간적으로 친하게 지내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큰 주모 작은 주모와도 스스럼없이 시시콜콜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지요.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습니다. 오포교는 벼슬아치인 동시에 거간꾼입니다. 한편으로는 공직자로서 나랏일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여러 양반들과 추노꾼들 사이에서 다리를 놓아주고 구전을 떼는 브로커 역할을 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더불어 도망친 노비 큰놈이를 찾고 있던 대길 도령에게 추노 천지호..
'추노'라는 드라마의 장르를 곰곰히 생각해 보면, 상당히 진중하면서도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는 정통 사극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되 사람 대우를 받지 못하고 살던 노비와 하층민들의 삶이 처참한 삶이 적나라하게 배경으로 깔리고, 꼭대기에서부터 개혁을 시도하던 소현세자는 추악한 정쟁(政爭)의 희생양이 되어 젊은 나이에 비명횡사하였습니다. 소현세자를 따르던 충신들은 초개와 같이 죽어나가거나 가문이 몰살되고 노비로 전락했으며,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부패한 권력의 핵심들은 여전히 썩은 내음을 풍깁니다. 이에 '노비당'이라는 이름으로 기습과 쿠테타를 전담하는 반란 세력이 가장 아래쪽에서부터 치솟아 올라오는 중이며, 소현세자가 남긴 마지막 혈손 이석견을 중심으로 몰락한 양반들의 세력도 집결의 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