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진경 (7)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사극 이미지가 강했던 중견배우 최수종이 오랜만에 현대극으로 돌아온 작품이 '하나뿐인 내 편'이다. 죽어가는 아내의 병원비를 구하기 위해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강수일(최수종)은 수십 년간의 복역을 마치고 출소했지만, 성장한 딸 김도란(유이) 앞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살아간다. 살인자에 전과자인 생부의 존재가 도란의 인생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해만 끼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라마의 법칙이 늘 그렇듯 모든 등장인물들의 운명은 계속 엮이게 된다. 강수일은 봄앤푸드 왕진국 회장(박상원)의 운전기사로 고용되고, 김도란은 왕회장의 장남 왕대륙(이장우)과 결혼하게 되는 것이다. 설상가상 왕대륙의 차남 왕이륙(정은우)과 결혼한 장다야(윤진이)는 강수일이 과거 살해했던 남자의 딸이다. 이렇게 한 집안에서..
처음에 큰 기대를 걸었다가 중반부터 급격히 실망했지만, 그럼에도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 끝까지 시청했던 '피노키오'가 종영을 맞이했다. 이 드라마의 젊은 주인공 기하명(이종석)과 최인하(박신혜)는 수많은 고난과 역경 속에도 흔들림없이 굳건한 초심을 지키며 달려온 진실과 정의의 수호자들이다. 결국 그들은 완벽하게 승리했다. 숨겨졌던 진실을 세상에 알림으로써 기자의 소명을 다했고, 개인적 복수가 아니라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악을 응징했다. 심지어 마음에 품었던 원망과 복수심을 내려놓고 용서까지 했으며, 의외로 너무나 손쉽게 마음을 돌린 노인네의 허락을 받아 일사천리로 결혼까지 골인했다. 당연한 것처럼 쉽게 이루어지는 권선징악과 해피엔딩이며, 부모를 죽음으로 몰아간 원수조차 사랑으로 가뿐히 용서하는 주인공의 성..
아무래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같은 명작이 연달아 나오기는 힘들었던 것 같다. 작품성과 대중적 인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던 전작 '너목들'의 기세를 어떻게든 이어가 보려고 애쓴 흔적이 많이 엿보이지만, 안타깝게도 '피노키오'는 전작에 비해 많이 부족한 퀄리티로 공감대 형성에 실패하고 있다. 나는 그 일차적 원인을 '진실과 정의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 나 역시 진실과 정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칠 것 없을 만큼 절대적인 덕목이라 여겨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진실과 정의에 과도한 집착을 보이는 이 드라마를 통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는 중이다. 일단 '거짓말을 못하는' (정확히는 거짓말을 하면 딸꾹질을 하는) 가상의 병 '피노키오 증후군'이 예상했던 것만큼 매력..
작년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 '너목들') 이후 박혜련 작가의 차기작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드디어 오랜 갈증을 해결할 수 있게 될 듯 싶다. '너목들' 첫방송 만큼 강렬하지는 않았지만, '피노키오'의 첫방송을 시청한 후 최근 거의 1년 동안이나 잊고 지냈던 두근거림이 되살아났다. 이 드라마 때문에 차후 2개월 동안은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분 좋은 설렘... 아무래도 '너목들'은 박혜련 작가의 화려한 전성기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던 모양이다. 더불어 '너목들'의 남주인공 '박수하' 역을 멋지게 소화해서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이종석까지 다시 만나게 되니 더욱 정겹고 반가울 뿐이다. '너목들'의 박수하에게는 타인의 눈빛만 보면 그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특별한 ..
장재열(조인성)의 정신분열증이 주변에 알려지면서 다양한 반응들이 나타났다. 조동민(성동일)과 이영진(진경)은 정신과 의사로서 객관적 판단과 차분한 결단력을 보였다. 그들 역시 장재열과의 친분이 있었기에 충격을 면할 수는 없었지만, 가족이나 연인처럼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기에 한 발 물러서서 침착하게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이다. 장재열의 죽마고우인 양태용(태항호)은 지극히 친구다운 태도를 보였고, 재열 모(차화연)는 지극히 엄마다운 태도를 보였다. 너무나 슬프고 믿어지지 않는 현실이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음에 차츰 감정을 억누르고 이성을 찾아갔다. 투렛 증후군으로 오래 고통받은 박수광(이광수)은 아파 본 사람으로서 깊은 연민을 느끼며 장재열의 곁을 지키고, 동생에게 복수심을 품고 있던 장재범(양익준)은 무표정..
'괜찮아 사랑이야' 7회가 방송된 후 다수 시청자의 반응을 보면 서로 사랑하면서도 평생 끝없이 상처를 주고받는 이상한 형제, 장재열(조인성)과 장재범(양익준)의 처절한 스토리가 매우 인상적이었던 듯하다. 하지만 나는 그들 형제의 모습에 서늘한 두려움을 느꼈을 뿐, 공감이나 감동은 거의 느끼지 못했다. 장재범이 주사한 액체는 수액에 불과했기 때문에 장재열은 정신이 멀쩡한 상태였고 육체적으로도 충분히 형을 제압할 힘이 있었지만, 아무런 저항 없이 형의 가혹한 주먹질과 발길질을 고스란히 당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폭행 장면을 실제로 목격할 때보다 영상을 통해 접할 때 더욱 큰 영향을 받는다는데, 가족간의 일방적 폭행과 무력한 피해자의 모습을 보는 것은 매우 끔찍하고 괴로운 일이었다. 난장판이 된 폭행 현장을 목..
김은희 작가 특유의 방식에 따라 '유령'은 두 갈래의 사건 진행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최초의 사건과 관련된 난제를 계속해서 풀어나가며 드라마의 큰 줄기를 잡고, 한편에서는 자잘한 사건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나열해서 보여주는 것이죠. 전작인 '싸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최초의 사건은 가수 서윤형 살해사건으로 듀스 김성재의 실화를 연상케 하는 에피소드였는데, 그 사건의 범인이었던 강서연(황선희)의 배경이 워낙 거대했기 때문에 그녀를 쉽게 체포할 수 없었지요. 그 사건이 해결되지 않은 채로 점점 복잡하게 꼬여가는 와중에 직접적 연관이 없는 다른 사건들이 발생했고, 주인공 윤지훈(박신양)과 고다경(김아중)은 그 사건들을 순차적으로 해결해 나가면서도 첫번째 사건을 놓지 않고 있었습니다. 결국 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