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죄책감 (3)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예전에는 예쁜 오해영(전혜빈)을 사랑하다가 이제는 그냥 오해영(서현진)을 사랑하게 되어버린 남자 박도경(에릭)에게 그의 친구 이진상(김지석)은 물었다. "너 혹시 오해영이라는 이름만 들으면 흥분하는 거냐? 어떻게 '또 오해영'이야?" 참 얄궂은 인연으로 만나게 된 박도경과 그냥 오해영의 사랑은 그렇게 누구에게도 이해받기 어려운 것이었다. 얼마나 힘든 사랑이 될지를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박도경은 그래서 끌리는 마음을 애써 억제하며 시작하지 않으려 했지만, 한없이 순수한 열정으로 다가서는 오해영의 사랑스러움을 끝내 거부할 수 없었다. 그렇게 사랑의 달콤한 나날은 시작되었지만 야속하게도 너무나 짧았다. 언젠가는 터질 줄 알면서도 박도경이 차마 터뜨리지 못하고 망설이던 폭탄을 가차없이 터뜨린 사람은 한태진(이재..
장재열(조인성)의 정신분열증이 주변에 알려지면서 다양한 반응들이 나타났다. 조동민(성동일)과 이영진(진경)은 정신과 의사로서 객관적 판단과 차분한 결단력을 보였다. 그들 역시 장재열과의 친분이 있었기에 충격을 면할 수는 없었지만, 가족이나 연인처럼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기에 한 발 물러서서 침착하게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이다. 장재열의 죽마고우인 양태용(태항호)은 지극히 친구다운 태도를 보였고, 재열 모(차화연)는 지극히 엄마다운 태도를 보였다. 너무나 슬프고 믿어지지 않는 현실이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음에 차츰 감정을 억누르고 이성을 찾아갔다. 투렛 증후군으로 오래 고통받은 박수광(이광수)은 아파 본 사람으로서 깊은 연민을 느끼며 장재열의 곁을 지키고, 동생에게 복수심을 품고 있던 장재범(양익준)은 무표정..
'핑계 없는 무덤 없다'는 속담처럼, 자기 잘못에 대해 변명하고 싶은 마음은 인간 모두에게 공통된 심리일 것입니다. 그러니 변명에 귀 기울여 주는 것은 상당히 인간적인 자세라고 볼 수 있겠죠. 타인의 변명을 들어주는 것은 자기 자신도 언제든 잘못을 저지를 수 있는 나약한 인간임을 인정한다는 뜻이며, 힘든 상황에서 더욱 나약해질 수밖에 없었던 상대방의 입장을 불쌍히 여긴다는 뜻이니까요. 누군가의 변명을 들어주는 것은 겸허한 마음과 측은지심을 실천하는 것으로서 매우 고상한 인격을 드러내는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변명'이 적정선을 넘어 '자기합리화'의 수준으로 진행되면 문제가 달라집니다. 변명은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하지만 합리화는 스스로 잘못이 없음을 주장하는 것이기에, 두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