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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굿 닥터' 1~2회는 무척이나 신선했습니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의사... 이제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주인공의 캐릭터가 아주 강렬하게 시선을 끌었죠. 어린아이의 순수함을 그대로 간직한 채 누구보다 아이들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소아외과 의사라니, 마치 꿈 속에서나 만날 수 있을 듯한 이상적인 의사의 모습은 단숨에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게다가 서번트 증후군으로 인한 천재적 암기력과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짚어내는 판단력도 매력적이었고요. 박시온이라는 독특한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참 많이 고민하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이는 주원의 명품 연기도 감탄을 자아냈죠. 하지만 신선함의 유효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3회 이후로 '굿 닥터'는 급격히 밋밋해지면서 초반의 흡입력을 잃고 말았어요. 일단은 주..
자폐증을 앓는 주인공이 좋은 의사가 되는 이야기 '굿 닥터'는 참으로 따스한 드라마입니다. 순수를 찾기 힘들어진 사회 속에서 어린 아이의 순수함을 간직한 사람들과 그 순수의 힘으로 생명을 되찾고 행복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니까요. 하지만 그 주제와 의도를 알면서도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이 드라마 또한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마찬가지로 이상향을 그리는 동화쯤으로 생각하고 봐야 하는 게 아닐까라는 의문이 첫 회부터 머리를 떠나지 않더군요. '너목들'은 초능력이라는 판타지를 내세움으로써 동화적 분위기를 조성했기 때문에 다소 과장된 설정들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자폐증이라는 현실적 질환을 내세운 '굿 닥터'는 훨씬 강한 리얼리티로 다가오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비현실적이거나 과장된 요소가 발견되면..
일단 한 드라마를 보기 시작하면, 나중에 실망스런 스토리 전개를 보이거나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어 가더라도 상관없이, 초심을 잃지 않고 꿋꿋한 충성도를 보이는 사람들이 꽤나 많더군요. 그런데 저는 그게 좀처럼 안 됩니다. 초반에 홀딱 반해서 끝까지 사랑하리라 마음먹었던 드라마도 점점 변질되어가는 것을 보면 쉽게 마음이 식어버리더군요. '드라마 = 인간' 이라고 생각한다면,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실망스런 모습을 발견했다 하여 곧바로 차갑게 돌아서는 셈이니 정말 못됐다고 할만 하겠죠. 하지만 드라마는 사람이 아니니까, 좀 그래도 되지 않을까요? 드라마에 대해서도 변함없이 꿋꿋한 사랑만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보면, 빛무리가 이제껏 팬의 탈을 쓰고 행세해 왔을 뿐 사실은 '적도의 남자' 안티였다고..
이장일이 김선우의 뒤통수를 내리치고 벼랑에서 밀어 바다로 떨어뜨리던 그 충격적인 명장면은, 두 명품 아역들이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선물이었습니다. 저는 그 장면을 보며 정말 소스라치게 놀랐었지요. 임시완의 눈빛이 갑자기 정신나간 것처럼 변해서 몽둥이를 들고 이현우의 뒤를 바짝 쫓아갈 때만 해도 "설마... 설마..." 했는데, 한 번도 모자라 두 번씩이나 선우의 머리를 몽둥이로 있는 힘껏 내리치는 장일의 모습이 너무도 뜻밖이었던 이유는, 첫 회의 프롤로그에 등장했던 선우와 장일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하기 때문이었습니다. 프롤로그에서 이장일(이준혁)은 마치 절대악을 응징하려는 정의로운 검사처럼 진노식(김영철) 회장을 찾아가 총구를 겨누었습니다.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면 진노식은 이미 김선우(엄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