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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요즘 보기 드문 정통 정치드라마로서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프레지던트'가 종영했습니다. 낮은 시청률로 고전했지만 저에게는 상당히 깊은 인상을 남긴,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마지막회를 시청하며 제가 주목한 3가지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1. 아버지의 희생 조태호 회장의 악행을 비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는 명백한 살인교사자이며 비리 기업인입니다. 게다가 그가 선택한 자살의 방법 또한 최악이었습니다. 살인병기 등으로 수족처럼 부리던 황팀장에게 약을 먹이고 운전을 시켰으니 자기 목숨 외에 한 목숨을 더 죽였을 뿐 아니라, 교통사고가 났다면 무고한 다른 사람마저 희생시킬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방법이었습니다. 핸들을 놓고 정신을 잃은 황팀장, 방향을 잃고 무섭게 돌진하는 자동차, 그 뒷좌석에서 모든..
역시 정통 정치드라마는 정치 이야기가 중심이 될 때라야 제맛이 납니다. 유민기(제이)와 장인영(왕지혜)의 러브모드가 진행될 당시에는 엄청 지루하고 오글거렸지요. 게다가 장인영의 생모 주일란(조은숙)이 등장하여 퇴폐적인 냄새를 풍기며 장일준을 물고 늘어지는 모습도 별로 유쾌하지 않았습니다. 충분히 현실 속에서 있을법한 이야기지만, 느닷없이 막장드라마적 요소가 첨가되니 '프레지던트'만이 갖고 있던 독특한 분위기가 죽는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13회에서는 다시 본격적인 정치 싸움이 주된 테마로 등장하며 흥미진진해졌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인물은, 이 드라마에서 단연 최고의 악역이라 할 수 있는 백찬기(김규철)였습니다. 김경모(홍요섭)의 참모인 백찬기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방법을 가리..
제가 드라마 '프레지던트'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주인공을 비롯한 모든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강렬한 존재감을 뽐낸다는 사실입니다. 출연 분량이 많거나 적거나에 관계 없이 '프레지던트'의 인물들은 모두 개성이 뚜렷하고 자기가 하는 일에 명확한 이유를 지녔습니다. 현재까지 이 드라마에서 개연성 없는 행동을 보이는 인물은 단 한 명도 없었어요. 오히려 너무 그렇기 때문에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지요.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다룬 것이 아니라 정통 정치드라마를 표방하는 '프레지던트'에는 적합한 인물 묘사라고 생각합니다. 3회의 내용도 아주 알차고 흥미진진하게 전개되었습니다. 주인공 장일준(최수종)은 판단이 빠르고 현명한, 젊은 대선 후보로서의 면모를 과시했습니다. 이 인물은 선악의 경계에 모호..
"정통 정치드라마가 아니라 정치를 소재로 한 멜로드라마에 가까우니, 현실 정치와는 전혀 관계 없는 하나의 드라마로 봐 달라."고 했다는 관계자의 말을 미리 접한 후, '대물' 첫방송을 시청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것을 멜로드라마라고 불러도 좋을까 싶은 의문이 들더군요. 약간의 멜로가 포함되어 있다고 해도,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화살표는 다른 곳을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앞으로의 전개를 두고 봐야 알겠지만, 모든 드라마에서 1회의 중요성이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것입니다. 1회에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시청률이 갈리니, 그런 차원에서 보면 1회는 엔딩보다도 훨씬 중요하지요. '대물'은 그렇게 중요한 1회에서 멜로가 아닌 시사적인 면을 확연히 앞으로 내세웠습니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