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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팔봉 선생(장항선)은 인상적인 죽음으로 하차하며 성공적인 캐릭터의 대미를 장식했고, 구일중(전광렬)은 시체놀이를 하면서까지 김탁구(윤시윤)를 지키려는 정의의 수호신이 되었습니다. 꼼짝하지 않고 누워만 있는데도, 어딘가 신비스런 기운까지 감돌면서 구일중 회장의 존재감은 역대 최고로 치솟는 중이네요. 파렴치한 구마준(주원)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오랫동안 자기를 보좌하며 회사에 열성을 다했던 맏딸 구자경(최자혜)에 대한 배려심은 조금도 없이 모든 지분을 김탁구에게 넘기기로 한 부분에 대해서라든가 등등, 구일중에 대해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 제가 쓰려는 내용은 그것이 아닙니다. 올해 초에 방송되었던 '추노'의 경우는 선이 굵은 남성 위주의 사극으로서 모든 여성 캐릭터의 존재감이 미미했으나 별다른 거부감..
착한 편과 나쁜 편으로 정확히 갈라져서 싸우기 시작한 잔혹동화 '제빵왕 김탁구' 23회에서는, 첫째로 팔봉 선생(장항선)의 죽음이라는 슬픈 사건이 발생했고, 둘째로는 거성의 주인과 안주인이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변모하는 우스꽝스런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팔봉 선생의 이야기는 따로 언급하도록 하고, 우선은 급격히 널을 뛰면서 다른 쪽으로 이동해 버린 구일중(전광렬)과 서인숙(전인화)의 캐릭터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황당한 것은 갑자기 '전형적인 아버지상'으로 변모한 구일중이었습니다. 부들부들 떨면서 구마준(주원)을 향해 "너를 어떻게 용서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너에게서는 어떤 변명도 듣고 싶지 않다!" 라고 차갑게 단죄하며 참회할 기회조차 허락하지 않던 그 사람은 어디로 갔을까요? 그리고 "두 번 다시..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통속과 막장 논란은 있었으나 선과 악이 뚜렷이 구별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시대적 배경을 핑계삼아 구일중과 그의 어머니 홍여사를 선역으로 만들고, 서인숙과 한승재를 악역으로 몰아가려는 낌새가 있기는 했지요. 하지만 그때만 해도 서인숙과 한승재가 용서받지 못할 죄악을 저지르기 전이었으므로 양쪽의 균형추는 엇비슷했습니다. 비 오던 밤, 홍여사를 죽음으로 몰아가면서 그들은 본격적인 악역의 궤도에 들어섰습니다. 어린 김탁구를 원양어선에 팔아 넘기려 하고, 신유경의 아버지를 사주해 탁구 엄마 김미순에게 치욕적인 위해를 가하려 했던 점 등등, 서인숙과 한승재가 행하는 죄악들은 가히 인면수심이라 할만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약간의 균형은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구마준이 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