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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나, 비담은 굉장히 낙천적인 사람이야. 다들 알지? 하지만 이번에 밝혀진 또 다른 비밀은 나로서도 감당하기가 쉽지는 않았어. 스승님이신 문노공이 일찌기 나의 것이라고 말씀하셨으면서도 지금까지 숨겨 오셨던 그 대업이 바로 '삼한일통' 이라는 것 그 자체는 별로 충격이 아니었어. 그런데 왜 그 대업을 나의 것이라고 말씀하셨던 걸까? 대체 내가 누구이길래? 지금껏 궁금해하지도 않았던 부모이지만, 이제 나는 내가 과연 누구인지를 알아야만 했어. 역시 스승님이 숨겨두셨던 사주단자와 황실 서고의 기록을 통해서 나는 내 정체를 알 수 있었지. 나는 진지왕과 미실궁주의 아들, 왕자 형종(炯宗)이었던 거야. 내 신분을 알게 되자 이상하게도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덕만공주였어. 나는 이제껏 내가 스스로 원해서 무언가를 ..
너희들이 나 미생랑(美生郞)을 아느냐? 나는 10세 풍월주로서 미진부공의 아들이며 미실궁주의 아우이니라. 생전에 진흥대제께서 나를 얼마나 총애하셨는지 아느냐? 나를 자주 궁으로 부르시어 태자님들과 어울리어 춤추며 놀게 하셨느니라. 그러다가 수많은 공주들이 나의 빼어난 용모와 화술에 혹하여 먼저들 손을 뻗어오니 내 어찌 거부할 수 있을소냐? 그 일을 아신 진흥대제께서 잠시 노하셨으나 곧 슬쩍 넘어가 주셨느니라. 나를 향한 대제의 총애가 얼마나 지극했는지를 알법하지 않으냐? 물론 누님의 입김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야 없지만 말이다. 누님께 천신황녀의 자리를 선물한 자는 애초에 사다함이라 하겠으나,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처리했던 나 미생의 활약이 없었더라면 어찌 가능하기나 했을소냐! 비록 월천대사처럼 천문학에..
잠시도 긴장을 늦출 새 없이 긴박하게 진행된 '선덕여왕' 28회가 안겨준 즐거움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아예 드러내놓고 미실에게 게임을 제안하는 덕만, 비담의 입을 통해 자신이 덕만에게 들려주었던 말들이 고스란히 되돌아오자 눈빛이 흔들리는 미실, 덕만의 수에 말려들어가는가 싶더니 김유신의 올곧음과 도망치려는 비담의 행동으로 덕만의 허패를 간파하는 미실, 그러나 마지막에 일어나는 일식의 반전... 덕만이 쥔 패는 허패가 아니라 진패였던 것이다. 이렇게 드라마의 초반부터 강력한 포스를 발산하며 절대지존의 자리를 유지하던 미실은 덕만이라는 애송이에 의해 처음으로 처참한 패배를 맛본다. 참으로 오랫동안 울기, 소리지르기, 넋놓고 멍때리기 이외에는 하는 게 없던 한심한 히로인 덕만이 갑자기 이렇게 변화된 이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