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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한동안 '안녕하세요'를 시청 안 하고 있었는데, 냄새를 못 맡는 사람이 등장했다기에 문득 호기심이 생겨서 보게 되었다. 왜냐하면 나도 최근 5~6년간 후각을 잃은 상태로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간에 한 달 정도 살짝 후각이 돌아왔던 적은 있지만 금세 날아가 버렸다. 어릴 적부터 나를 괴롭혀 온 극심한 알레르기성 비염과 축농증은 결국 비강 내부에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열리는 물혹을 발생시켰고, 후각을 느끼는 위치는 비강의 가장 안쪽에 위치하기 때문에 물혹이 가로막고 있는 상태에서는 냄새를 맡을 수 없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전신마취로 물혹 제거 수술까지 받았으나 머지않아 다시 재발했고, 그 후로는 벅찬 수술을 통해 무리하게 완전 제거를 시도하기 보다는 국소적으로 떼어내며 점진적으로 체질을 바꾸어 물..
'냉장고를 부탁해'가 1년여 동안 방송되면서 수많은 게스트가 출연했지만, 요리 경연이 시작됨과 동시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유니세프('냉부' 용어로 경연 중인 셰프를 타인이 돕는 행위)를 자청한 게스트는 처음이었다. 최고의 셰프들로부터 훌륭한 요리를 대접받은 게스트들은 저마다 최선을 다해 감사와 경의를 표했지만, 직접 자기 손으로 그 요리 과정을 돕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어쩌면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레스토랑에 손님으로 방문해서 주방에 들어가 요리를 도울 수 없는 것처럼, 게스트는 원래 '대접받는 사람'일 뿐 요리의 조력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채원의 파격적인 행보는 오히려 편안함과 따뜻함으로 다가왔다. 배려심보다 먼저 드러난 것은 솔직함이었다. '냉장고를 부탁해'의 정체성은 '처치곤란 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