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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언론의 설레발로 인한 피해자는 예전부터 꾸준히 있어 왔지만, 어찌된 셈인지 줄어들기는 커녕 점점 더 많아져만 가는 듯합니다. 많아질 뿐 아니라 그들이 퍼뜨리는 루머의 내용도 점점 더 자극적이고 독해져만 갑니다. 어차피 아니라는 게 금방 드러날 텐데도, 그들은 대체 뭘 믿고 그러는지 확인되지 이야기들을 겁도 없이 진실인 양 써갈겨 댑니다. 자기가 올린 뉴스 때문에 온 세상이 발칵 뒤집히고 난리가 난 후, 바로 다음 날 그게 아니라는 진실이 밝혀져도 인터넷 찌라시 기자들에게 있어 사과나 해명 따위는 없습니다. 심지어 해당 기사를 내리거나 정정하지도 않고 내버려 둡니다. 대체 세상이 어찌 되려고 이러나요? 마땅히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고, 누군가는 벌을 받아야 할 일이 아닙니까? 루머를 퍼뜨리는 것은 엄연한..
요 며칠간 느닷없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1O84'에 푹 빠져서, 놀랍게도 TV와 컴퓨터를 거의 꺼 놓은 채로 지냈습니다. 알○○ 적립금을 이용해서 1,2,3권 세트를 한꺼번에 구입해 놓은 것이 벌써 지난 여름인데, 그 두께를 보니 도통 엄두가 나질 않는 겁니다. 그리고 초반에는 그다지 끌리는 부분을 발견하지 못해서 몇 페이지 읽다가 먼지 쌓이도록 내버려두었던 것인데, 요즘 고질병인 비염 치료를 위해 꽤 먼 곳에 있는 병원을 오락가락하다보니 자연스레 차 안에서 책을 읽을 시간이 많아졌거든요. 그러다가 제1권의 중간부터 정신없이 빠져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십여년쯤 전에 '하루키 중독자'를 자칭하고 다닌 사람 중 한 명이 저였더군요. '태엽 감는 새' 이후로는 뭔가 예전같지 않다는 느낌도 들었고,..
박신양 주연의 '싸인'이 야심차게 출범한지도 2주가 되었습니다. 초반부터 빠른 템포와 치밀한 전개로 흥미를 끌며 호평을 받았으나, 4회까지 방송된 현재 시청률은 이상하게도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군요. 물론 경쟁작 '마이 프린세스'가 김태희의 열연에 힘입어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점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저는 그 이유를 '싸인' 자체내에서 찾아보려 합니다. 전체적인 얼개를 보면 '싸인'은 나름대로 탄탄하게 잘 짜여진 구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복잡한 듯 하면서도 앞뒤가 잘 맞고, 일어나는 사건마다 흥미를 유발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래서 솔직히 재미는 있어요. 그런데 등장인물을 하나씩 살펴 보면, 수많은 캐릭터 중 그 누구에게도 몰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 저 사람은 겉으로는 못되게 굴지만 속마음은..
'1박2일 - 복불복 대축제'는 8월의 무더위도 잊게 할 만큼 시원스런 재미를 선사해 주었습니다. 지난 2주 동안의 '혹서기 캠프'가 너무도 실망스러웠던 까닭에, 마치 비교체험 극과 극이라도 하는 듯한 기분이었어요.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내고 멤버들과의 팽팽한 기싸움을 보여주는 나영석 PD의 진행에는 새삼스레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예전부터 늘 보아 왔던 장면인데도, 한동안의 공백 기간을 갖다 보니 지휘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뼈저리게 체험한 계기가 되었나 봅니다. '혹서기 캠프' 때는 제작진이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다'고 생각되었지요. 세상에 어찌 이처럼 무성의한 방송이 있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의 '복불복 대축제'는 지난 시간들을 보상이라도 하겠다는 듯, 그 수많은 복불복..
2010년의 '혹서기 실전캠프'는 '1박2일' 사상 최악의 실패작이었습니다. 다른 어느 때보다도 작위적이고, 요령부득이었으며, 재미가 없었습니다. 저녁식사 복불복을 놓고 벌어진 속담 게임과 사자성어 게임에서 멤버들이 보여준 상상초월의 무식함은, 그게 방송을 위한 설정이었든, 아니면 숨김없는 진실이었든간에, 아무런 웃음도 감동도 뽑아내지 못한 껍데기였지요. 잠자리 복불복의 농구 게임도 역시 지루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빗속에서 3시간씩이나 기약없이 골대를 향해 공을 던져야 했던 멤버들은 그저 안스럽기만 했고,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홀로 도전하여 미션 성공을 이루어낸 이승기의 투혼만이 외롭게 빛났을 뿐입니다. 이렇게 처참한 방송이 된 이유는 너무 성의 없이 계획을 짜 온 제작진 때문이었음을 저는 느꼈습..
'1박2일 - 제2차 혹서기 캠프'를 시청하면서 저는 처음으로 '1박2일'에 위기가 오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김C의 하차 이후, 예전같지 않다는 말들이 많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었거든요. 변화에 따른 잠시의 진통일 뿐 머지않아 다시 안정될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한 이웃 블로거님이 요즘의 '1박2일'을 두고 '배부른 돼지'라는 표현을 하셨을 때 그 정도는 아닌데 좀 과하다는 생각도 했었지요. 그러나 이번 주의 방송을 보고는 그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강호동은 이제 고생을 할 생각이 아예 없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고생을 할만큼 한 다음에야 등장하던 '협상' 카드를, 아예 처음부터 꺼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베이스캠프까지 타고 갈 차량을 정하는 게임은 이를테면 방송..
강화도 교동으로 놀러간 '1박2일'을 보면서 저는 반가움을 느꼈습니다. 왠지 이제서야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다고나 할까요? 제가 '1박2일'을 사랑하던 이유는, 그들이 대중의 별인 연예인임을 잘 알면서도 마치 우리와 똑같은 평범한 사람들인 양 느껴지는 정다움 때문이었거든요. 그 누구 못지 않게 잘 나가는 MC이며 가수인 그들이, 당장이라도 손만 내밀면 함께 어울려 놀 수 있는 내 친구들처럼 느껴지는, 그 감미로운 착각이 바로 '1박2일'이라는 프로그램이 우리에게 주는 특징적 선물이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제2회 시청자투어를 3주 동안 시청하면서 물론 저도 즐거웠습니다만, 기대했던 것에 비해 감동은 크지 않았습니다. 너무 스케일이 방대해서였을까요? '1박2일'만이 가지고 있는 아기자기함은 어디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