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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사랑이 깊어갈수록 오수(조인성)의 고통은 더해만 갑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뇌종양이 재발한 오영(송혜교)은 삶의 의욕을 잃고 남아있는 시간이나마 짧은 행복을 누리겠다고 했지만, 차마 그렇게 보낼 수 없었던 오수는 눈물과 회유와 협박 등 갖은 방법으로 애걸복걸해서 간신히 마음을 돌려 놓았더랬죠. 수술받지 않겠다는 오영을 설득하기도 힘들었지만, 그녀를 위해 좋은 의사를 소개하는 일도 쉽지는 않았습니다. 오수는 자기 목숨을 담보로 잡고 비아냥거리는 조무철(김태우) 앞에 기꺼이 무릎을 꿇었고, 영이의 뇌 사진을 보고 가망 없다며 고개젓는 의사 조선(정경순)을 설득하기 위해 또 한 차례 절규해야 했으니까요. 그렇게 천신만고 끝에 양측의 동의를 얻어내고 수술 날짜가 잡히기를..
예상대로 오영(송혜교)의 극심한 두통은 뇌종양이 재발한 결과였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그녀를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헤매게 만들었던 그 병이 다시 목을 죄어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국내 최고의 의료진도 그녀의 뇌 사진을 보고는 가망 없다며 고개를 가로저을 만큼 오영의 상태는 심각합니다. 최초 발병이 아니고 재발이기 때문에 그녀가 삶을 되찾을 수 있는 가능성은 더욱 희박한 상황입니다. 이제 그녀의 나이 스물 일곱... 생각해 보면 이렇게 불행한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또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오영의 삶은 비참 그 자체였네요. 부모가 이혼해서 엄마를 잃고 오빠와 헤어졌을 때 오영은 겨우 여섯 살에 불과했는데, 그 이별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찾아온 뇌종양으로 죽음의 공포를 겪고, 그 충격에서 채 벗어나기도 전에 ..
제가 보기에 '그 겨울, 바람이 분다' 8~9회는 다소의 시간 끌기(또는 쉬어가기)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한국의 주중 미니시리즈는 기본이 16회니까 어떻게든 그 분량은 채워주어야겠는데, 이 작품은 원래 기본 스토리가 간략해서 웬만큼 살을 붙이고 옷을 덧입혀도 그만큼 채우기는 빠듯하리라 생각되거든요. 일본 드라마가 거의 그렇듯 원작인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도 10부작으로 종영했고, 문근영 김주혁 주연으로 리메이크 했던 영화는 더구나 총 2시간도 못 되는 분량이었습니다. 그런 것을 16부작으로 늘려 놓으려면 대략 두 가지 방법이 있겠죠. 등장인물과 에피소드를 왕창 늘려서 지루할 틈이 없도록 하되 원작의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시키거나, 아니면 주어진 얼개 안에서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오늘은 그 남자, 오수(조인성)의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처음엔 돈을 목적으로 오영(송혜교)에게 접근했지만 어느 사이엔가 이용하려던 대상을 사랑하게 되어버린 그 남자... 짧은 시간이라도 마음껏 사랑하고 싶지만 오빠라는 이름으로 다가갔기에 다른 관계의 가능성은 애초부터 차단되어 있는 갑갑하고 슬픈 운명... 그 누구보다도 가감없는 현실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기에 오수가 느끼는 공포와 불안, 슬픔과 두려움은 남들보다 훨씬 더 크고 생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10년 전에 죽은 옛사랑 문희주(경수진)를 잊지 못하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마음까지 짊어지고 살아가니, 오수 이 녀석의 인생도 참 고달프기 짝이 없군요. 아무런 꿈도 목표도 없이 살아 왔지만 이제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서 모처럼 사람답게 살..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이 드라마의 장르는 분명히 정통 멜로인데, 보면 볼수록 추리물이나 스릴러처럼 섬뜩한 느낌이 짙어지니 무슨 까닭일까요? 여주인공 오영(송혜교)의 죽은 오빠로 위장하고 거액의 돈을 노리며 그녀의 대저택에 침투한 남주인공 오수(조인성), 이 사람 때문일까요? 하지만 이 남자는 별로 독하지도 못하고 음흉하지도 못합니다. 지금은 진소라(서효림)의 농간에 걸려 단기간에 78억을 갚지 않으면 꼼짝없이 죽게 될 처지라 어쩔 수 없이 사기를 치고 있지만, 원래는 이런 일에 취미도 없는 사람이에요. 전문 포커 겜블러로서의 뛰어난 실력이 있으니 마음만 먹는다면 그깟 돈쯤은 어렵잖게 손에 넣을 수도 있고, 삶 자체의 목표가 없다 보니 돈에 대한 욕심도 크지 않은 편입니다. 좀 까칠하고 못된 구석은 ..
처음부터 1~2회 연속 방송이라는 초강수를 두었을 만큼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 걸고 있는 방송사의 기대감이 큰 모양입니다. 더구나 같은 날 시작되는 '아이리스2'는 무려 170억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니만큼 더욱 경계심을 늦출 수 없었겠지요. 다행히 첫 방송 후의 반응은 좋은 편입니다. 이른바 감성멜로 전문 콤비라 불리는 노희경 작가와 김규태 PD의 만남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더군요. 깔끔한 짜임새와 감각적인 대사를 자랑하는 노희경 작가의 대본은 역시 명불허전이었고 '그들이 사는 세상',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 소리'에 이어 그녀와 세번째 호흡을 맞추는 김규태 PD의 영상미 또한 여지없이 빛을 발했습니다. 주연부터 조연에 이르기까지 누구 한 사람 삐걱거림 없이 환상의 조화를 이루는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