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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지붕뚫고 하이킥' 122회를 보고 제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는 '회자정리(會者定離)' 였습니다. 만난 사람은 반드시 헤어진다는 뜻의 불교용어지요. 모든 것이 무상함을 나타내는 말인데, 왠지 듣기만 해도 가슴이 살짝 저려오는 이 단어는 김병욱표 시트콤의 결말에 참 잘 어울리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1. 세경 - 가녀린 그녀, 당차게 떠날 것을 결심하다 그녀의 아버지가 편지를 보내오신 나라는 남태평양의 어느 섬이었습니다. 부유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작고 가난한 나라였나봐요. 아빠와 함께 살 수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오히려 이곳에서의 생활보다 더욱 쪼들리고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정상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을지, 학교에 갈 수 있을지는 더구나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세경은 꼬박 이..
세경 : 그 사람은 언제나 바쁘다. 오늘도 새벽같이 나가는 바람에 얼굴 한 번 못 봤다. 하지만 그가 숨쉬는 공간에 내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내 심장은 뛴다. 그가 내 곁을 스칠 때면 여전히 가슴이 에일 듯 아프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그 아픔의 순간만을 기다린다. 아픔이 이렇게도 행복한 줄을 지금껏 몰랐었다. 준혁 : 오늘도 그녀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내가 볼 수 있는 곳에 있어 주어서 내가 얼마나 고마워하는지 그녀가 알까? 그녀의 모습만 보면 나는 하늘을 날아갈 것 같다. 발이 공중에 둥둥 떠 있는 기분이다. 언젠가 그녀가 떠나간다고 했을 때는 정말 죽는 줄 알았었다. 세경 : 준혁 학생이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다가 장난치는 손가락에 코를 찔리고 말았다. 그런데 하필이면 바로 그 ..
'지붕뚫고 하이킥' 71회에서 황정음과 신세경은 앞으로 그들이 불가피하게 직면하게 될 대결 구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세경이 사랑하는 지훈(최다니엘)의 마음은 정음에게로 향해 있고, 정음이 좋아하는 준혁(윤시윤)의 마음은 세경에게로 향해 있으니, 그들이 서로를 고운 눈으로 바라볼 날이 그리 오래 남지는 않은 듯 하거든요. 시비의 발단은 역시 민폐 캐릭터 정음에게서 비롯되었습니다. 악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변에 끊임없이 민폐를 끼치고, 그러면서도 스스로 별로 잘못이라 생각하지 않는 그 기묘한 당당함이 바로 정음 캐릭터의 한 특징이지요. 사람에게는 저마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물건이 있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있는데, 자기가 보기에 별 것 아니라고 해서 당연히 상대방에게도 별 것 아니라고 단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