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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선글라스야 그렇다 치더라도 토크 예능 프로그램에 검은 가죽 장갑까지 끼고 나와서, 계속 주먹을 불끈불끈 쥐며 오버액션을 취하는 김보성의 모습이 저는 편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한창 혈기왕성하던 청소년 시절에 자신이 얼마나 싸움을 잘했는지, 17대 1이었다는 둥 13대 1이라는 둥 허풍과 실제를 섞어서 무용담을 자랑한 것은 독고영재도 마찬가지였으나, 비슷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 태도 때문에 김보성은 많이 달라 보였습니다. 독고영재는 어디까지나 차분한 어조로 지나간 시절의 이야기를 추억하고 있었을 뿐이지만, 김보성은 마치 상황만 주어진다면 중년의 나이에 이르른 지금도 얼마든지 달려나가 의리의 주먹을 휘두를 수 있다고 자랑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의리는 좋은 것입니다. 하지만 '의리'라는 개념 ..
'자이언트' 44회에서 이강모(이범수)는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라는 제목으로 영화를 만들어도 좋을만큼 감동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어려서부터 한 번도 변함없이 지속되어 온 이강모의 황정연(박진희)을 향한 사랑은 거의 신앙이라 해도 좋을 만큼 숭고합니다. 백파의 사후, 유경옥(김서형)은 그의 유언에 따라 사채업자들에게서 원금을 회수하여 사회에 환원하려 하지만, 사채업자들의 반발은 예상대로 거칠기 짝이 없습니다. 급기야 차부철(김성오)은 사채업자들과 결탁하여 황정연을 납치했지요. 황정연이 유경옥의 친딸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녀의 목숨을 담보로 유경옥에게서 차용증서들을 빼앗으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비상사태를 맞아 황태섭(이덕화)과 유경옥, 이강모는 대책을 강구하지만 황정연이 있는 장소를 찾아내는 ..
추석 특집으로 마련된 '제빵왕 김탁구 스페셜'은 드라마를 뛰어넘는 배우들의 막강한 매력에 푹 빠져드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방송은 아주 잘 만들어져서, 정식 예능 프로그램에 맞먹는 수준의 웃음과 재미를 보장해 주더군요. 특히 서경석, 이지애와 더불어 MC로 변신한 이한위의 맛갈스런 진행 능력에는 감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예능의 게스트로 출연할 때마다 빵빵 터뜨리는 입담은 벌써 알고 있었으나, MC로서의 능력은 또 다른 것인데 이한위는 놀랍게도 아주 멋지게 수행해 주었습니다. 드라마 속에서와 달리 너무도 유쾌하고 즐거워 보이는 연기자들의 모습은 보는 사람의 마음마저 흐뭇하게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메시지를 품은 드라마이긴 했으나, 돌이켜 보면 등장인물들이 행복하게 웃는 얼굴을 본 시간은 아주 짧..
요즘 예능은 리얼이 대세입니다. 그리고 일단 리얼모드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은, 이제 더 이상 작위적인 그 무엇에도 이끌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강심장'은 남녀간의 억지 스캔들 만들기라는 묵은 카드를 버리지 않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합니다. 한때는 '강호동의 천생연분' 이라든가 '연애편지', '산장미팅' 등의 연애 버라이어티가 한창 인기를 끌던 시절이 있었지요. 하지만 제가 보기엔 그런 프로그램에도 일종의 리얼이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남녀간에 정말로 호감을 느꼈다기 보다는, 워낙 여러 명이 출연하여 게임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일종의 경쟁의식이 작용했을 거라는 말입니다. 킹카나 퀸카에게는 항상 많은 수의 이성이 대쉬했고, 파트너로 선택받기 위해 동성들 사이에서 벌어졌던 피 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