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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노준혁... 아니, 홍혜성(여진구)은 그렇게 떠나 버렸다. 그가 남긴 휴대폰과 베개 등으로 실시한 두번째 유전자 검사 결과는 놀랍게도 '불일치'였다. 부모의 유전자와 일치한다고 나왔던 첫번째 유전자 검사는 원인불명의 오류였던 것이다. 우리는 홍혜성이 오이사(김광규)의 농간에 속아서 자기가 진짜 아들인 것을 모른 채 가짜라고 착각하며 죄책감에 시달린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착각하고 있던 것은 우리였다. 홍혜성은 자신의 정체를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유전자 검사에 따라 가족이었다가도 아니게 된다는 현실이 어쩌면 이리도 허망할까? 지난 8개월 동안 그들은 분명 서로 사랑하고 아끼는 가족이었는데. '감자별'이 지구로 돌진해 오자 공포를 느낀 지구인들은 급기야 핵무기를 탑재한 인공위성으로 별을 파괴했..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이란 법화경의 한 구절로서 "만난 사람은 반드시 헤어지고 떠난 사람은 반드시 돌아온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어느 정도 인생을 알아갈 때쯤이 되면 '회자정리'의 먹먹한 슬픔에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 비해 '거자필반'에는 공감하기가 쉽지 않다. 떠났다가 돌아오는 것은 떠나기보다 훨씬 어렵고,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것 또한 헤어지기보다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자필반'까지는 도달하지 못하고 '회자정리'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짐작컨대 '거자필반'을 '회자정리' 뒤에 붙여둔 것은 중생의 애달픔을 불쌍히 여긴 성현들의 위로가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아주 가끔씩은 '거자필반'의 기적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작년 가을부터 소소한..
한 사람이 갑자기 변화된 모습을 보이면,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가벼운 말 한 마디에도, 무심한 동작 하나에도 변화는 깃들어 있다. 변화는 설렘을 가져오고, 기분 좋은 두근거림을 일으킨다. 나진아(하연수)에게 마음을 고백한 후 그녀를 대하는 노민혁(고경표)의 태도가 확 달라졌다. 그 까칠한 잘난척 대마왕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변해버리는 모습을 보니 온 몸에 짜릿한 전율이 일었다. 김병욱 PD의 전작들에 비해 '감자별 2013QR3'의 러브라인은 단순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그렇지만도 않을 것 같다. 노민혁의 고백을 듣고 고민하던 나진아는 문자를 보낸다. "대표님, 저녁에 잠깐 뵐 수 있을까요?" 그녀가 먼저 만나자고 한 것은 처음이었다. 노민혁은 순순히 말 잘 듣는 아이처럼..
최근 '감자별 2013OR3'에서는 설렘이나 감미로움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저 단편적인 에피소드를 나열하며 간헐적인 웃음을 주었을 뿐이다. 이제껏 김병욱 PD의 작품을 관통하던 시트콤답지 않은 멜로의 애틋함도 없거니와 아리송한 전개로 궁금증을 자아내는 러브라인도 없다. 오히려 노민혁(고경표)이 기억을 잃고 7살 어린아이가 되었을 때는 더 흥미롭고 설렜는데, 기억을 되찾고 어른이 된 후부터는 급격히 설렘이 사라졌다. 7살 노민혁은 순수한 마음을 솔직히 표현하며 거침없이 나진아(하연수)에게 다가섰지만, 29살 노민혁은 뻣뻣한 외양 속에 마음을 감추고 한켠에 물러선 채 그녀를 바라보고만 있었기 때문이다. 나름대로는 동생 노준혁(여진구)을 배려하는 행동이었겟지만, 표현하지 않는 사랑이란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
'감자별 2013QR3' 제63회에서는 여주인공 나진아(하연수)를 사랑하는 노민혁(고경표)과 노준혁(여진구) 형제의 삶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우선 여진구의 이야기부터 시작해 볼까? 홍혜성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던 노준혁은 노수동(노주현)의 잃었던 막내아들로 밝혀진 (비록 본인은 진실을 알지 못하고 있지만) 이후 자신의 본래 이름을 되찾았고, 가업인 장난감 회사 (주)콩콩에 인턴사원으로 입사한 후에는 사주의 아들이라는 신분을 감추기 위해 여진구라는 가명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니 차후 노준혁 캐릭터의 이름은 여진구라고 지칭한다.) 현재 여진구와 나진아는 서로 아닌 척하고 있지만 사실상 연인이라고 해도 좋은 관계이다. 그들은 상대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똑똑히 인지하고 있으며, 상대의 마음도 어렴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