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김희원 (3)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이것은 어른이 되어버린, 결국은 늙어버린 피터팬의 꿈이다. 어린 아이들은 빨리 어른이 되기를 꿈꾸지만, 막상 어른이 되어 보면 머지 않아 깨닫게 된다. 어른이 되어봤자 별로 좋을 게 없다는 사실을, 어린 시절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순수한 기쁨들이 어느 순간부터는 머나먼 동화 속의 일처럼 여겨진다는 사실을, 더 이상 남아있는 삶 속에서는 순수를 기대하거나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어른들은 돌아갈 수 없는 어린 날을 꿈꾸며,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꾼다. 멈춰진 시간 속에서 혼자 어른이 되어버린 성민(강동원)의 존재는 늙어버린 피터팬을 대표한다. 몸은 늙어 버렸지만 마음만은 여전히 해맑은 소년인... 스스로를 그렇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의 자화상이다. 현실은 물론 그렇지 못하다. 몸이 늙은..
작품의 완성도 면에서 보자면 많이 허술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악역 조관웅(이성재)의 너무 쉬운 몰락과 최후는 실소를 금할 수 없을 만큼 허탈했다죠. 이제껏 그 놈 하나 때문에 얼마나 긴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이 모진 고통을 받아 왔는데, 막상 이순신(유동근)이 좌수영 군사들을 이끌고 백년객관으로 들이닥치자 속수무책, 저항다운 저항 한 번 못 해보고 꽁지가 빠져라 도망치기 바쁘더군요. 물 건너 일본에서 왔노라며 마치 끝판왕이라도 되는 양 온갖 폼을 다 잡던 궁본 사람들, 재령과 가케시마 노조도 별 수 없었습니다. 분노한 이순신의 한 방에 강아지처럼 겁 먹고 짐 싸서 다시 물 건너 도망쳐 버렸죠. 이렇게 쉬운 거면 왜 그토록 오랫동안 상처입고 피 흘리면서 그들의 온갖 악행을 견디어 왔던 건지...
인간의 딸을 사랑하여 인간이 되고자 했던 신수(神獸) 구월령(최진혁)의 간절한 소망은 '구가의 서' 제2회에서 꺾이고 말았습니다. 전설의 여주인공으로는 너무도 현실적이었던 윤서화(이연희)의 사랑은 구월령의 정체를 알게 되자마자 무너져 내렸고, 그녀의 배신은 절망의 또 다른 이름이었죠. 만일 윤서화의 뱃속에 잉태된 생명이 없었다면, 구월령이 담평준(조성하)의 칼에 찔리는 그 순간 모든 희망은 사라져 버렸을 것입니다. 구월령은 '구가의 서'를 얻어 인간이 되기 위해 꼬박 90일 동안이나 무사히 금기를 지켜 왔지만, 경솔하게도 혼자 나물을 캐러 나갔던 윤서화는 관군에게 붙잡혀 버렸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는 금기를 깨지 않을 수 없었죠. 꿈을 이룰 수 있는 100일을 불과 열흘 앞둔 시점이었지만, 처참히 끌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