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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처음에 큰 기대를 걸었다가 중반부터 급격히 실망했지만, 그럼에도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 끝까지 시청했던 '피노키오'가 종영을 맞이했다. 이 드라마의 젊은 주인공 기하명(이종석)과 최인하(박신혜)는 수많은 고난과 역경 속에도 흔들림없이 굳건한 초심을 지키며 달려온 진실과 정의의 수호자들이다. 결국 그들은 완벽하게 승리했다. 숨겨졌던 진실을 세상에 알림으로써 기자의 소명을 다했고, 개인적 복수가 아니라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악을 응징했다. 심지어 마음에 품었던 원망과 복수심을 내려놓고 용서까지 했으며, 의외로 너무나 손쉽게 마음을 돌린 노인네의 허락을 받아 일사천리로 결혼까지 골인했다. 당연한 것처럼 쉽게 이루어지는 권선징악과 해피엔딩이며, 부모를 죽음으로 몰아간 원수조차 사랑으로 가뿐히 용서하는 주인공의 성..
작년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 '너목들') 이후 박혜련 작가의 차기작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드디어 오랜 갈증을 해결할 수 있게 될 듯 싶다. '너목들' 첫방송 만큼 강렬하지는 않았지만, '피노키오'의 첫방송을 시청한 후 최근 거의 1년 동안이나 잊고 지냈던 두근거림이 되살아났다. 이 드라마 때문에 차후 2개월 동안은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분 좋은 설렘... 아무래도 '너목들'은 박혜련 작가의 화려한 전성기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던 모양이다. 더불어 '너목들'의 남주인공 '박수하' 역을 멋지게 소화해서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이종석까지 다시 만나게 되니 더욱 정겹고 반가울 뿐이다. '너목들'의 박수하에게는 타인의 눈빛만 보면 그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특별한 ..
살인적인 땡볕이 내리쬐던 7월 초순 어느 날, 예술의 전당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퓰리처상 사진전'을 관람하고 왔다. 230여 점이나 되는 엄청난 양의 사진들과 더불어 한켠에는 한국전쟁 특별전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대략 90% 가량의 사진들은 전쟁과 테러, 자연재해나 굶주림 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생생한 모습을 담고 있었는데, 촬영 기술이 좋았던 것인지 포토샵 처리가 절묘했던 것인지 마치 필름 영화의 장면 장면을 캡처해 놓은 듯 느껴졌다. 어쩌면 사진 속에 담긴 모습들이 너무 처참해서 현실이 아닌 영화라 생각하고 싶은 무의식이 작용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부인할 수 없고 부인해서도 안 될, 준엄한 현실의 증거 자료들이었다. 그런데 나는 어느 순간부터인지 사진 속 인물들보다..
우선 이 글은 기자들의 역성을 들기 위해서 쓰여지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해 둔다. 개인적 용무로 출국하려던 연예인이 공항에서 우연히 마주친 기자들에게 취재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는데도, 무작정 카메라를 들이대며 일방적 취재를 강행했다면 기자들의 그런 행동은 100% 잘못이다. 해당 연예인으로서는 몹시 불쾌하고 짜증날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자들의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가운뎃 손가락을 올려 보란듯이 욕을 한 연예인의 행동이 정당한 것이었을까? 원인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잘못된 행동을 칭찬할 수 있을까? 그 사건을 다룬 기사들에서는 당연히 김민준에 대한 우호적 태도를 찾아볼 수 없었다. 김민준의 행동이 잘못되기도 했지만, 일단 기자들이 욕을 먹었기 때문에 좋은 말로 기사를 써 주었을 리가 만..
원래 KBS 주말연속극은 그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아서 잘 안 보는 편인데, 최근 사소한 계기가 있어 '오작교 형제들'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원래는 초반에 흘러나온 스포일러를 들어 보니, 막장도 이런 저질 막장이 없겠다 싶어서 절대 안 보려고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직접 시청한 느낌은 의외로 나쁘지 않았습니다. 어느 쪽에 초점을 맞추고 보느냐에 따라서 이것은 가족드라마의 탈을 쓴 최악의 막장드라마일 수도 있고, 외로운 아이들의 슬픈 사랑 이야기일 수도 있겠더군요. 저는 후자 쪽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습니다. 정의감에 넘치고 융통성 없는 열혈 형사 황태희(주원)와 철부지 된장 소공녀 백자은(유이)의 사랑 이야기로 말입니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로서 공중파 드라마의 첫 주연을 맡았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