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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진실을 깨닫기 전까지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저 고생하는 어머니에게 번듯한 집 한 칸이나 마련해 주고, 불쌍한 형을 좋은 병원에서 치료받게 해줄 수만 있으면, 내가 나쁜 놈이라고 욕먹는 것쯤은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슌지(박기웅)와 절대 친구가 될 수 없는 운명이란 것도 몰랐다. 내지인이건 반도인이건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항상 내 편을 들어주는 착한 녀석이니까 평생 친구로 지낼 수 있을 줄만 알았다. 그런데 나의 출세길을 막는 원수같은 놈이라고 생각했던 각시탈이 바로 형이었다. 바보가 되고 폐인이 된 줄만 알았던 나의 형 이강산(신현준)이 바로 각시탈이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나는 형에게 총을 쏘았다. 내가 쏜 총에 맞아 피흘리고 죽어가면서도 형은 바보같이 미안하다고 말했다. 나에게 ..
제1대 각시탈 이강산(신현준)이 죽은 후, 본격적으로 제2대 각시탈 이강토(주원)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대낮에 각시탈을 쓰고 종로경찰서를 습격해 기무라 켄지(박주형)를 살해한 것은 단순한 복수심에서 벌인 충동적 행위였기 때문에 아직 각시탈이 되기로 결심한 상태는 아니었지요. 그런데 이제 본인이 죽을 고비를 넘기고 다시 살아난 이강토는 형이 못 다 이룬 과업을 보았습니다. "미안하다. 너한테 짐 주지 않고 ... 내가 다 해결하고 싶었는데..." 자기가 쏜 총에 맞아 죽어가면서 형은 이렇게 말했었지요. 부탁하지 않아도, 다짐하지 않아도, 아우가 그 사명을 이어받으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 봅니다. 아무도 그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세상의 미움을 받으면서도 사실은 어머니와 형을 위해 살아왔던 이강토인데, 이제..
조금만 더 기다리면 재미있어질 것 같기는 합니다. 그러나 5회에서도 여전히 주인공 이강토(주원)에게 매력발산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네요. 그는 아직도 가족에 대한 사랑과 친구에 대한 우정과 일본 경찰로서의 의무 사이에서, 그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한 채 어영부영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돈을 많이 벌어서 어머니를 호강시켜 드리고 형의 치료비도 대고 싶은데, 이것 말고는 더 좋은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이강토는 말했습니다. 하지만 누가 보더라도 그가 선택한 방법은 명백히 잘못되었습니다. 가족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시작한 일이 오히려 그 가족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고통을 안겨주고 말았으니까요. 어머니(송옥숙)와 형 이강산(신현준)에게 있어 일본 앞잡이로 변신한 이강토의 존재보다 더 가슴아픈 일이 있겠습니까? 그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