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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오늘 포스팅의 제목을 정할 때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것 같아서 말이지요. 김태원이 제자들을 선택하는 데에도 분명한 기준이 있을 것이며, 그들의 재능을 인정했고 충분한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에 선택했을 것입니다. 재능과 실력도 없어 보이는데 단지 불쌍해 보여서 뽑았다는 식으로 제가 생각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런 오해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망설였지만, 그래도 '측은지심'이라는 단어를 고집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드라마 '찬란한 유산'을 보면서 엄청나게 꽂혀버린 단어가 바로 '측은지심(惻隱之心)'입니다. 고은성(한효주)은 자기 혼자 버텨내기도 힘든 상황에 처해 있었지만, 정신을 잃고 길에 쓰러진 장숙자(반효정) 할머니를 보고 차마 그냥 지나치지 못했으며, ..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는 듣기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아름다운 OST들이 있습니다. 이승기의 '정신이 나갔었나봐'에서 풍겨나오는 싱그러운 젊음과 경쾌함도 좋고, 생각지도 못한 노래솜씨를 뽐내는 신민아의 '샤랄라'도 청순한 매력을 그대로 전해 주더군요. 그런데 제 가슴에는 특히 이선희의 목소리로 들려오는 애절한 '여우비'가 제대로 꽂히고 말았습니다. "난 당신이 자꾸만 밟혀서... 그냥 갈 수도 없네요... 이루어질 수도 없는 이 사랑에... 내 맘이 너무 아파요..." '여우비'의 가사 중 일부입니다. 그런데 "난 당신이 자꾸만 밟혀서... 그냥 갈 수도 없네요" 라는 부분이 끊임없이 저의 머리에, 가슴에, 귓가에, 입가에 맴돌며 왠지 눈물을 차오르게 합니다. 그 사람이 자꾸만 밟혀서 그냥 갈 수..
'검사 프린세스' (이하 '검프') 3회에서 드디어 마혜리(김소연)의 본격적인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원칙과 자기애(自己愛)로 굳세게 무장하고 사회적인 모든 관습과 타인의 시선을 무시하던 오만 방자한 공주 마혜리가, 몸을 아끼지 않고 용감무쌍하게 범인 검거에 나서며 나름대로 정의로운(?) 검사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은 귀엽고 신선하고 역동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아쉬운 점을 발견하였습니다. 변화의 시작은 매우 중요합니다. 도대체 왜 그 사람이 변하기 시작했는가? 무엇이 그를 변화로 이끌었는가? 변화의 시작과 동시에 명백한 이유가 주어져야 하며, 그 이유가 타당하고 많은 이의 공감을 얻을수록 캐릭터의 변화는 매력적으로 비춰지게 됩니다. 마혜리의 변화에도 물론 뚜렷한 이유가 있..
어째서 내 마음이 이토록 메말랐는가? 모래바람 부는 사막처럼 물기라고는 조금도 없이 스산하기만 하구나. 눈이 따가워 뜰 수도 없고 목은 바짝 말라붙어 삼킬 침조차 없구나. 이 괴로움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벌써 며칠 전에 문득 가슴이 시리도록 절실하게 떠오른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며칠간 틈나는대로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나의 마음이 바삭거리도록 메마른 이유가 무엇인지... 스스로 견디기 힘들 정도로 이렇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를 천천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아무 이유도 없이 '찬란한 유산'의 장숙자(반효정) 회장이 손자 선우환(이승기)에게 해주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사람을 쉽게 믿지 않는 할머니가,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는 고은성(한효주)에게 사업과 전재산을 물려주겠다는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