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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어쩌면 자업자득이었을 것이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8살 예린이(김지영)는 그토록 사랑하고 믿어왔던 아빠가 뜻밖에도 올바르게 살아온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말았다. '부정입학'이라는 단어의 뜻조차 모르는 어린아이였지만, 이 똘똘한 녀석은 신문기사의 전체적인 맥락을 썩 잘 이해했다. 자기를 국제초등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서 아빠가 나쁜 일을 했고, 그래서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아빠를 비난하고 있으며, 친구들은 자기 엄마로부터 "예린이와 놀지 말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는 뼈아픈 현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예린이는 울며 소리쳤다. "할머니, 아빠 불쌍한데... 미워!" 박정환(김래원)은 한 달 남짓한 인생의 마지막 시간 동안, 잘못 살아 온 지난날을 조금이나마 만회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온갖 나쁜 ..
제가 좋아하고 신뢰하는 소현경 작가의 신작이지만 '투윅스'는 방송 전부터 몇 가지의 의문점을 품게 했습니다. 우선 내용과 인물 설정을 보면 진지하고 묵직한 드라마인데, 제목이 하필 '투윅스'라서 초콜릿 바를 연상케 한다는 점이 황당하게 느껴졌지요. 물론 의미를 따지면 운명의 2주일(週日), 살인 누명을 쓰게 된 아버지가 백혈병에 걸린 딸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14일간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뜻이지만요. 다른 좋은 제목을 찾을 수는 없었을까, 반드시 '투윅스' 라야만 했을까, 그보다는 차라리 '2주일'이 낫지 않았을까 등 여러가지 아쉬운 생각이 들더군요. 전작인 '내 딸 서영이'도 내용상의 퀄리티와 시청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으나 제목은 꽝이더니 (먼저 방영된 드라마 '내 딸 꽃님이'를 따라한 것처..
좀 더 푹 빠져들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습니다. 워낙 좋아하는 드라마라서 그저 좋은 이야기만 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습니다. 김선우(엄태웅)가 어둠 속을 헤매고 있을 때는 그가 언제쯤에나 시력을 회복해서 속시원한 복수를 시작해 줄까 목이 빠지도록 기다렸건만, 정작 그 때가 되었는데도 통쾌함의 카타르시스를 기다리며 설레기보다는 온통 마음속 한가득 물음표 투성이입니다. 세간의 칭찬이 자자했던 9회의 마지막 부분도 제가 보기에는 참 의문스럽고 이상했는데, 10회를 보고 나니 더욱 황당하다는 생각뿐입니다. 13년이라는 기나긴 준비 기간을 거쳐 드디어 돌아왔으니, 이제부터 김선우의 모든 언행은 엄청난 무게를 지닐 수밖에 없습니다. 말 한 마디부터 행동 하나까지 모두 치밀한 계산하에, 아주 의미심장하게 진행되어야..
'검사 프린세스' (이하 '검프') 3회에서 드디어 마혜리(김소연)의 본격적인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원칙과 자기애(自己愛)로 굳세게 무장하고 사회적인 모든 관습과 타인의 시선을 무시하던 오만 방자한 공주 마혜리가, 몸을 아끼지 않고 용감무쌍하게 범인 검거에 나서며 나름대로 정의로운(?) 검사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은 귀엽고 신선하고 역동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아쉬운 점을 발견하였습니다. 변화의 시작은 매우 중요합니다. 도대체 왜 그 사람이 변하기 시작했는가? 무엇이 그를 변화로 이끌었는가? 변화의 시작과 동시에 명백한 이유가 주어져야 하며, 그 이유가 타당하고 많은 이의 공감을 얻을수록 캐릭터의 변화는 매력적으로 비춰지게 됩니다. 마혜리의 변화에도 물론 뚜렷한 이유가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