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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미녀' 몇 가지 불안한 설정들, 뒷심 부족일까? 본문

종영 드라마 리뷰 /동안미녀

'동안미녀' 몇 가지 불안한 설정들, 뒷심 부족일까?

빛무리~ 2011. 6. 15. 10:13





여전히 재미있기는 하지만 '동안미녀' 14회에서는 몇 가지의 불안 요소가 표면화되었습니다. 첫째는 이소영(장나라)의 미각 상실과 안구 이상증세입니다. 강윤서(김민서)와 그 어머니 현이사(나영희)의 방해로 경합에 필요한 재료조차 넉넉히 구할 수 없었던 이소영은 스스로 원단을 가공해서 만들었는데, 그 과정에서 상당히 위험해 보이는 장면이 나왔었지요. 아무 보호장비도 없이 독한 염색약품을 만지고 원단을 태워 보기도 하던 이소영이, 순간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에 눈이 몹시 아픈 듯 얼굴을 찡그리며 눈을 질끈 감던 장면입니다.


사실 저도 원단을 태울 때 일어나는 검은 연기를 보면서, 하다못해 마스크에 보안경이라도 쓰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나다를까 무방비 상태의 얼굴에 그 연기를 쏘인 장나라의 표정이 심상치 않더군요. 그러더니 13회부터는 음식맛을 느낄 수 없다는 대사가 등장하고, 14회부터는 수시로 눈을 만지는 습관이 생겨 버렸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에는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지라, 그녀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차린 사람은 역시 최진욱(최다니엘)이었지요. 왜 그러냐고 묻는 진욱에게 소영은 그저 눈이 좀 뻑뻑해서라고 대답하지만, 겉으로는 어리버리해 보여도 사실은 머리 좋고 기민한 이 청년은 즉시 그 원인을 알아차립니다. "내가 너 약품 만지고 원단 태울 때부터 알아봤어. 그게 얼마나 독한 건데! 너 요즘 밥맛 없는 것도 유독가스 마셔서 그런 거 아냐?"


이소영은 다만 좀 피곤해서 그럴 뿐이라고 가볍게 여기는 중이지만, 아무래도 예감이 좋지 않습니다. 죽지는 않는다 해도 그녀의 눈에 장애가 오거나 미각을 영영 잃게 되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군요. 하지만 도대체 왜 그런 비극적인 상황을 맞이해야 하는 건지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동안미녀'는 어느모로 보나 해피엔딩이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인데, 설마 억지로 새드엔딩을 만들어 멋을 부리려는 걸까요? ;;

게다가 느닷없이 남녀 주인공의 아버지들이 등장했는데, 진욱의 아버지(윤주상)와 소영의 아버지(김규철)이 한 족발집에서 일하고 있다는 설정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진욱의 아버지야 원래 족발 재벌이라고 불릴 정도로 큰 족발집을 여러 개 경영하는 부자임을 알고 있었지만, 소영이 어렸을 때 헤어진 아버지가 하필이면 진욱이 아버지 밑에서 앞치마를 두른 채 일하고 있다니, 왜 이토록 부자연스럽기 짝이 없는 우연 설정을 집어넣은 것인지도 의문입니다. 사장에게 동전을 빌려서 복권이나 긁고 있는 품새로 보아 소영의 아버지는 지금도 한심한 인생을 살고 있는 듯한데, 이 사람이 나타나면 소영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지겠네요.


아, 지금 문득 떠오른 추측인데 소영이가 눈이 멀게 되면 혹시 아버지가 그 동안의 직무유기를 속죄하는 마음으로 딸에게 안구를 기증해 주는 걸까요? 그 아버지야말로 알고 보니 불치병에 걸려 있었다는 식의 설정과 더불어서 말입니다. 어후, 상상만 해도 참 식상하고 오글거리네요. 일부러 만들어낸 눈의 장애와 몹시 부자연스러운 아버지와의 재회, 게다가 억지로 만들어낸 감동... 정말 이렇게 되려는 걸까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연결되는 추측은 소영 아버지와의 인연 때문에 진욱 아버지가 두 사람의 결혼을 허락할 수도 있겠다는 것입니다. 사실 며느릿감이 아들보다 무려 7살이나 연상이라고 하면 선뜻 오케이할 부모는 거의 없겠지요. 그런데 오랫동안 함께 일해 온 부하직원의 딸임을 알게 되고, 게다가 그 아버지가 죽어가면서 딸에게 눈까지 내어주는 감동적인 모습을 보게 된다면,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아들의 사랑에 져 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전개될 것이 아니라면 굳이 두 아버지를 붙여 놓았을 이유가 없어 보이거든요.


저는 그 동안 이 드라마를 보면서 계속 안타깝게 여겨 온 한 가지가 있습니다. 남주인공 최진욱이 큰 부잣집 아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현재 집을 나와 선배의 집에 얹혀 살며 가난한 시늉을 하고 있지만, 사실 그의 아버지는 대재벌은 아니라도 미니재벌이라고는 할만큼의 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만약 그런 설정만 아니었다면 최진욱의 캐릭터는 굉장히 특별한 남주인공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큰 부잣집 아들이 되는 바람에 절반 가량은 아주 뻔한 왕자님, 아주 뻔한 백마 탄 기사쯤이 되어 버렸습니다.

툭하면 젊은 재벌 남자와 캔디형 여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는 드라마 세상 속에서, 최진욱은 가장 평범하고 현실적인 인물이었거든요. 지금 당장이라도 눈을 옆으로 돌리면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은... 특별히 잘생기지도 않은 얼굴에 착하고 장난기 많고 약간은 어리버리한 청년... 이렇게 평범한 인물이 남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드라마를 얼마만에 보는 건지 모르겠어요. 제가 '동안미녀'를 높이 평가하고 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최진욱의 이러한 캐릭터 때문이었는데...

이제 족발 재벌이신 미래의 시아버님(?)이 갑자기 짜잔~하고 등장하셨고 설상가상 이소영에게는 심각한 병(또는 장애)가 찾아올 듯하니, 이제는 케케묵은 결혼 반대 스토리가 나올 차례인 것만 같아 불안합니다. 시아버님의 캐릭터가 꽤나 서글서글해 보이니 설마 소영에게 돈봉투를 건네주며 "내 아들에게서 떨어져 나가라"고 모욕하실 분 같지는 않지만요..;;


막장이 판치는 와중에 참으로 괜찮은 드라마가 나왔다 싶었는데, 결말을 향해 갈수록 점점 이상한 설정들이 나오고 있으니 아무래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 드라마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바로 뒷심 부족이잖아요. 판을 벌려 놓고는 도대체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를 모르는 판국이랄까... 멀쩡하게 스토리가 잘 진행되다가도 엔딩이 다가오면 중심을 잃고 갈팡질팡하면서 삽시간에 다른 드라마로 바뀌어 버리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크게 실망했던 적이 한두 번도 아니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조금이나마 다르기를, 저의 뻔한 예상들이 틀렸기를 진심으로 바래 봅니다.

*** 글을 시작할 때는 이소영, 최진욱과 더불어 삼각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지승일(류진), 그리고 악녀 역할의 강윤서까지 포함시켜서 그들의 사랑에 관한 제 생각을 쓰려고 했던 것인데, 드라마 진행상 염려되는 부분들이 떠올라서 그 이야기를 먼저 하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일단 마무리합니다. 원래 쓰려고 했던 글은 따로 포스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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