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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 드라마 리뷰 /동안미녀

'동안미녀' 은은히 스며드는 장나라의 매력

빛무리~ 2011. 6. 8. 13:25





사실 '동안미녀'의 주인공 이소영(장나라)의 캐릭터는 순수하고 선량하고 배려심이 깊은 아가씨로서 충분히 처음부터 호감형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괜시리 초반에 남주인공들과의 자극적 만남을 위해 무리한 설정을 넣은 것이 비호감으로 작용했었지요. 이소영은 최진욱(최다니엘)과 처음 만났을 때는 나이트클럽에서 온갖 사고를 저지르며 추태를 떨었고, 지승일(류진)과 처음 만났을 때는 한 엘리베이터 안에서 팬티바람으로 있어야 했습니다. 주의산만한 사고뭉치 캐릭터를 싫어하는 제 눈에는 참 한심한 아가씨로 보였더랬습니다.

그러나 34세의 나이에도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이소영의 매력은 조용히 제 안으로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혹자들은 장나라가 20대 초반의 풋풋함과 귀여움은 잃어버리고 30대의 성숙함은 갖추지 못했기에, 매우 어정쩡하고 밋밋한 이미지가 되었노라고 비평하더군요. 그래서 그녀의 전망이 밝아 보이지 않는다고 말이지요. 하지만 장나라는 보면 볼수록 '동안미녀'의 이소영과 닮은 듯한 느낌이 듭니다. 강렬하지 않아서 처음에는 무색무취의 싱거운 느낌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내면에서 은은히 풍겨나오는 매력이 있다고 느껴지는 것입니다.

이소영이 지닌 매력은 사람의 혼을 쏙 빼놓고 뒤흔드는 종류의 매력이 아니라, 그녀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아주 편안하고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 매력입니다. 저는 묘하게도 노래는 강렬하고 애절한 노래를 좋아하면서, 사람은 부드럽고 편안한 사람을 좋아하거든요. - 갑자기 좀 생뚱맞은 소리를 끼워넣어 본다면 '최고의 사랑'에서도 저는 독고진(차승원)보다 윤필주(윤계상)의 캐릭터가 좋습니다. 독고진은 절대로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스타일은 아니죠. 성격 자체가 까칠해서 그렇기도 하고, 너무 강렬한 매력이 흘러넘치다 보니 사람을 좀 숨막히게 합니다. 저는 그런 스타일 부담스러워요. 따뜻한 물 속에 잠긴 것처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윤필주 같은 남자가 오케이입니다. 하긴 저는 '시크릿가든'에서도 김주원(현빈)보다 오스카(윤상현)를 좋아했었죠..ㅎㅎ -


이렇게 은은한 매력을 발산하는 여주인공 이소영에게 두 명의 남자가 사랑을 느끼고 있습니다. 27세의 청년 최진욱은 이소영 못지 않게 순수한 캐릭터입니다. 자기가 2살 오빠인 줄만 알고 있던 최진욱은 그녀의 실제 나이를 알고는 극심한 충격과 배신감에 시달립니다. 사랑하는 여자가 갑자기 7살이나 많은 누나가 되어버린 것도 당혹스럽지만, 한 번도 그녀를 의심하지 않고 믿어 온 자기에게 몇 달 동안이나 진실을 숨겼다는 사실을 견딜 수가 없습니다. 너를 좋아했기 때문에 네가 제일 무서웠고, 그래서 말하지 못했다는 이소영의 고백을 듣고서도 일시에 마음이 풀리지 않을만큼 최진욱의 충격은 컸습니다.


그러나 배신감보다 더욱 견딜 수 없는 것은 그녀에게로 끌려가는 마음을 억제하는 일이었습니다. 위장 취업을 공개 사죄하고 퇴사했던 이소영은 백승희(김미경) 부장을 돕기 위해 아르바이트생 자격으로 다시 돌아오는데, 그녀에게 무심하려 하면서도 자꾸만 신경이 쓰이는 최진욱은 결국 위험을 무릅쓰고 디자인5팀에 합류하여 그녀를 돕게 됩니다.


그녀가 7살이나 위인 것을 알면서도 좀처럼 존댓말이 나오지 않는 최진욱은 "그쪽이 알아서 하시오", "누가 뭐랬소? 그쪽하고는 상관없는 일이오" 이런 식으로 어정쩡한 높임말을 쓰는데, 그게 너무 어색하고도 귀여워서 완전히 빵 터졌습니다. 그러다가 결국은 "처음부터 그쪽이 거짓말해서 이렇게 된 거니까... 그냥 퉁쳐!" 하면서 예전처럼 말을 놓아버리는군요. 이제야 자기를 거북하지 않게 여기는 듯한 최진욱의 모습에 기쁜 미소를 짓는 이소영... 개울가에서 아이들처럼 장난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정말 사랑스러웠습니다.

한편 지승일 사장 역시 이소영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철저한 원칙주의자인 이 사람의 사고방식으로 볼 때 수개월이나 계속된 이소영의 거짓말은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지요. 그러나 어린 딸 현이(안서현) 때문에 조금씩 생각이 바뀌는 중입니다. "말 안 해! 이소진 아줌마를 보고싶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인데, 거짓말하면 아빠는 현이를 미워할 거잖아!" 하면서 현이가 울음을 터뜨리자 승일은 딸을 품에 안으며 "아니야. 아빠는 현이가 착한 아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현이가 거짓말해도 아빠는 현이를 미워하지 않을 거야." 라고 달래주었지요. 그러자 현이가 말합니다. "그럼 아빠, 이소진 아줌마도 미워하지 마. 거짓말 했어도 좋은 사람이라는 거 알고 있잖아."


이 어린아이의 말이 어찌나 심오한지 사람을 한참이나 생각에 잠기게 하더군요. 거짓말은 분명 나쁜 짓이지만, 거짓말을 했다고 해서 나쁜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공중파 3사 월화드라마의 여주인공들이 모두 거짓말쟁이인 현실 속에서, 그래도 사정을 알고 보면 이소영이 가장 나은 편이었어요. 처음부터 맘먹고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동생 이소진(오연서)에게 속아서 꼭 하루만 동생 대신 아르바이트를 하러 왔다가 일이 자꾸만 꼬이는 바람에 몇 달간이나 계속 이소진 행세를 하게 된 거였지요. 게다가 혼자 힘으로 가족도 부양해야 하고, 디자이너가 되고픈 자기 꿈도 바로 눈앞에 아른거리고 하니까... 그렇다고 변명이 되는 건 아니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는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에 비해 '내게 거짓말을 해봐'의 공아정(윤은혜) 캐릭터는 확실히 설득력과 호감도가 떨어집니다. 그녀가 월드호텔 사장 현기준(강지환)과 결혼했노라고 엄청난 거짓말을 한 이유는 고작 친구와의 자존심 싸움 때문이었으니까요. 드라마에서는 그 거짓말이 원인이 되어 오히려 현기준과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지만, 현실적으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죠. 허위사실유포죄와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해서 거액의 벌금을 물거나 콩밥을 먹었을 확률이 99%도 아니고 100%입니다. 게다가 무슨 어울리지도 않게 그녀의 직업은 공무원이니..;;
하여튼 '내거해' 속에서 공아정과 유소란(홍수현)이 벌이는 자존심 싸움을 보면 참 기가 막힙니다. 둘 다 편집증 환자가 아닌가 싶을 정도예요. 별 이유도 없이 그렇게 서로를 질시하고 괴로워하는 게 무슨 친구인지... 그냥 신경 끊고 안 보고 살면 될 걸 말이죠.



'내거해'의 공아정보다는 약간 캐릭터의 설득력이 확보되어 있지만 '미스리플리'의 장미리(이다해) 역시 별로 호감형의 여주인공은 아닙니다. 장미리가 동경대 출신이라고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다시 일본으로 끌려가서 비참한 화류계 생활을 지속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비자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한국의 기업에서 정직원으로 채용되어야 했기 때문이죠. 절박한 상황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 거짓말을 지속하기 위해 친구 문희주(강혜정)의 졸업장을 훔쳐서 심각한 피해를 주더니,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이리저리 남자를 유혹하며 점점 더 욕망의 화신으로 변해가는 모습은 사랑스럽기보다 섬뜩하고 괴기스럽습니다. 아, 제가 여자라서 그렇게 느끼는 걸까요? 남자가 볼 때는 이다해의 아찔한 미모와 더불어 장미리의 팜므파탈이 가장 매력적일까요? ㅎㅎ

하여튼 '동안미녀'의 월화드라마 1위는 너무나 당연한 결과라고 봅니다. 이번 주 시청률을 보니 '동안미녀'가 15.3%, '미스리플리'가 9.6%, '내거해'가 9.3%였더군요. 이미 30대에 접어든 장나라의 은은한 매력이 쟁쟁한 20대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무려 6%라는 큰 차이로 승리를 거둘 만큼 제대로 발산된 것입니다. 좋은 작품을 만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슴아픈 혹평 속에서도 묵묵히 자기 짐을 지고 걸어 온 장나라의 노력을 부인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 동안 힘든 일도 무척 많았지만, 이제 무리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꾸준한 노력을 계속한다면 그녀의 미래가 결코 어둡지는 않으리라 믿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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