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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 최국환, 그의 사랑에서 모든 일이 시작된 걸까?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마이더스

'마이더스' 최국환, 그의 사랑에서 모든 일이 시작된 걸까?

빛무리~ 2011. 4. 20.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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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는 참으로 복잡한 드라마입니다.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이쪽저쪽에서 새로운 인물들이 나타나고 굵직한 비밀들이 밝혀지며 섬뜩한 반전이 일어납니다. 제발 이 복잡한 내용들이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한 갈래로 합쳐지며 개연성 있는 결말을 이끌어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벌여놓은 것이 워낙 많다 보니 수습을 못하고 용두사미가 될까봐 벌써부터 걱정이네요.

현재 겉으로 드러나 있는 중심적 갈등 구조는 김도현(장혁)과 유인혜(김희애)의 팽팽한 줄다리기입니다.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이 둘의 긴장감 넘치는 엎치락 뒤치락만 해도 꽤나 볼만하지요. 그런데 아무래도 중심추는 벌써 김도현 쪽으로 많이 기울어진 것이 우리 시청자의 눈에는 보입니다. 비록 모두가 염려하는 무리수 몇 가지를 던지고 있지만, 김도현의 개인적 능력과 그의 후원 세력에 의해 모두 멋지게 해결될 것임이 군데군데 선명한 복선으로 드러나니까요. 유인혜는 아직도 현실을 인식 못하고 모든 것을 이 승부에 쏟아넣고 있지만,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잔인한 파멸입니다.

그녀의 눈먼 질주가 더욱 안타까운 이유는 사업의 실패와 더불어 하나뿐인 혈육을 잃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유인혜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유일한 사람, 친동생 유명준(노민우)은 말기암으로 투병하는 사람치고는 한동안 멀쩡하다 싶더니, 드디어 병세가 악화되어 종잇장 같은 모습으로 침대에 누웠습니다. 그런 동생에게 유인혜는 눈물을 흘리며 "너를 버려두고 나 혼자서 미국으로 도망갔던 것이 가장 후회되는 일"이라고 말했지요. 하지만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은 것입니다.

한편 김도현은 옛 애인 이정연(이민정)과 다시 만나 사랑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이정연은 여전히 전직 간호사이며 친구의 자격으로 유명준을 돌봐주고 있지만, 그녀를 사랑하는 명준의 입장에서는 또 다른 아픔일 뿐입니다. 비록 얼마 남지 않은 삶으로 그녀를 욕심낼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진 그녀의 모습을 눈앞에서 보는 것은 힘든 일이니까요. 그에게는 차라리 지독한 육신의 통증이 견디기 쉬운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유인혜는 "내가 잡아서는 안 될 검은손까지 잡았다" 고 유명준에게 털어놓으며 괴로워했지요. 그 검은손의 정체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으나, 베일에 싸인 인물 제임스(김병세)와 관련이 있는 것 같군요. 추측컨대 유인혜는 과거 월스트리트에서 펀드 매니저로 일하던 당시 제임스를 알게 되고, 그를 통해 거대투자조직과 손을 잡은 모양입니다. 그녀가 론아시아 사업을 이 정도로 키울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바로 그 거대 조직의 비호가 있었던 것입니다. 아버지 유필상(김성겸) 회장도 특별히 유인혜를 지원해 준 것 같지 않은데, 아무리 용빼는 재주가 있어도 그녀 혼자의 힘으로는 지금껏 승승장구 해 올 수 없었겠지요.

하지만 유인혜가 론아시아의 자금을 자신의 집안 경영권 방어와 한영은행 인수전에 투입하자, 거대조직은 그녀의 자율성을 억압하고 견제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차례의 경고에도 유인혜가 말을 듣지 않자 급기야 제임스가 귀국해서 유인혜에게 직접 경고를 하더군요. 이런 식으로 나가면 지금까지 이뤄 온 것을 모두 잃게 될 것이며, 윗분들이 결코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유인혜는 한영은행을 매각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따를 수 없으며, 자신의 뜻대로 금융지주회사로 키우겠다는 고집을 부립니다. 이에 제임스는 "널 통제 못하면 내가 다친다. 그렇게 되면 나도 너를 용서 못할 거다" 라고 최후 통첩을 하지만, 유인혜는 무슨 배짱에선지 "이미 그만한 각오는 하고 있다"며 끄덕도 하지 않습니다. 이건 아무래도 낌새가 불길하군요.

유인혜가 믿고 있는 것은 최국환 변호사(천호진)를 통해서 자신에게 전해질 아버지의 비자금입니다. 유필상의 비자금은 대략 2조원 정도라는데 그것을 모두 확보할 수만 있다면 유인혜에게도 승산이 있겠지요. 하지만 결코 그녀의 뜻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능구렁이 최국환은 이미 유인혜의 편이 아닌지가 아주 오래 되었거든요. 아버지의 비자금 중 일부를 손에 넣을 수 있다 해도, 그녀에게 별 도움은 되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상부의 지시를 거역했으니 조직으로부터도 처절한 단죄를 받게 될 것입니다. 제임스가 먹다 말고 쓰레기통에 던져버린 샌드위치... 어쩌면 그것이 바로 유인혜의 운명이겠군요.

더욱 절망적인 것은 항상 유인혜의 최측근 심복 중 2명이 사실은 제임스의 사람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원탁의 기사 중 한 명인 '스티븐리'(리키김)와 유인혜의 수행비서인 '재범'(정석원)이 바로 그들입니다. 스티븐리의 정체는 비교적 빨리 드러났고 주변 동료들도 그를 의심하는 형국이라 약간은 덜 위험해 보이지만, 언제나 유인혜의 곁에서 그녀를 지키던 믿음직한 보디가드 재범이 알고보니 내부스파이였다는 사실은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그는 언제나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제임스의 사무실에 나타나더니, 유인혜가 지시한 모든 일들을 제임스에게 상세히 보고하더군요. 벌써 오래 전부터 유인혜는 조직과 제임스의 손바닥 안에 있었던 겁니다. 똑똑한 척하더니 사실은 헛점 투성이의 헛똑똑이에 불과했어요.

그런데 '마이더스' 17회에서 무엇보다 저를 가장 놀라게 한 내용은 따로 있었습니다. 조용하면서도 가장 음험하고, 도무지 그 정체를 짐작할 수 없어 꺼림칙하게만 느껴지던 인물... 변호사 최국환의 비밀이 슬그머니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한 거였어요.

이제껏 김태성(이덕화)는 아들 김도현에게 너무 민폐만 끼치는 아버지라서 생전 도움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역시 피는 못 속이는 건지, 나름대로 상당한 수완을 지녔더군요. 김태성의 지시를 받아 끈질기게 최국환의 뒷조사를 하던 배정자(강경헌)는 결국 그의 여자 문제를 알아냈습니다. 최국환의 여자 강인숙은 과거에 잘나가던 영화배우였으며, 또한 놀랍게도 한 때 유필상의 첩이었습니다. 보스의 첩을 사랑한 남자 최국환... 그는 과연 지금까지 무슨 마음으로 유필상의 곁에 남아 있었던 걸까요?

유필상에게는 20대 초반의 철부지 막내딸 유미란(한유이)이 있습니다. 이 아이는 김도현의 배다른 동생인 김도철(김성오)의 유혹을 받아, 현재는 애인 반 친구 반 정도의 관계로 지내고 있는 듯합니다. 이제 웬만큼 친해졌는지 서로의 가족관계도 털어놓기 시작했는데, 왜 너는 한 번도 어머니 이야기를 하지 않느냐고 묻는 김도철에게 유미란은 쓸쓸한 표정으로 말합니다. "엄마는 단물만 쏙쏙 빨아먹히고 버림받았어. 그게 바로 아버지의 첩들의 운명이거든."

그리고 유미란은 자기도 나름대로 사업을 해보고 싶다며, 자금 지원을 해달라고 유필상을 졸라댑니다. 아버지가 좀처럼 승낙하지 않자 늦둥이 막내딸의 필살기를 발휘하여 애교까지 부려댑니다. 헌데 그런 유미란의 모습을 한켠에서 바라보는 최국환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군요. 아마도 그가 사랑하는 여자는 유미란의 생모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최국환은 이미 유필상을 향한 적개심을 김도현 앞에서 드러낸 적이 있습니다. "30년 동안 개처럼 일했으니 이제 그 대가를 받아야겠다" 면서 말이지요. 하지만 역시 만만찮은 유필상도 최국환을 신뢰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딸 유인혜가 최국환의 정체를 의심하며 그에 대해 캐묻자 "그 친구, 나 죽기 전까지는 절대 배신할 수 없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 고 대답하는군요. 이 두 사람 사이에는 매우 깊은 사연이 있고 해묵은 원한이 있는 게 분명합니다. 

왜일까요? 저는 이 모든 무서운 일들이 최국환의 치밀한 계획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도현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그를 끌어들인 것도 최국환이었죠. 구성철(김병기)에게 모든 것을 뒤집어 씌워서 유필상에게 원한을 품게 한 것도 최국환이었습니다. 어쩌면 김도현이 감옥에서 구성철과 만나게 된 것도 최국환의 계획과 무관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유인혜가 미국에 있는 동안 의도적으로 제임스와 만나게 한 것도 최국환일지 모르겠습니다. 어려서부터 유인혜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 본 최국환은, 그녀의 사업적 능력과 상처받은 마음과 저돌적인 성품을 모두 잘 알고 있었겠지요. 복수의 도구로 이용하기에는 딱 안성맞춤의 인물... 그래서 최국환은 유필상을 향해 휘두를 복수의 칼날로 그의 딸을 선택했던 것입니다.

한창 잘나가던 영화배우 강인숙은 유필상의 마수에 걸려 모든 것을 잃었겠지요. 그의 첩이 되고 자식까지 낳았으나, 단물만 쏙쏙 빨아먹힌 채 버림받았을 것입니다. 여자로서 꿈꾸던 명예와 행복은 모두 날아가 버렸고, 그녀의 인생은 돌이킬 수 없이 망가졌습니다. 그런 그녀를... 최국환은 진심으로 사랑했던 게 아닐까요? 왠지 그 음험한 얼굴 뒤편에, 세상에서 가장 순박한 남자의 사랑이 숨어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의 비밀스런 사랑에서부터 이 모든 일들이 비롯된 것이지요.

저의 추측이 맞을지는 모르나, 만약 그렇다면 저는 오히려 최국환을 응원하게 될 것 같습니다. 복수의 도구로 최국환에게 이용당한 것은 김도현도 마찬가지지만, 그들은 이미 한편이 되어 유인혜와 대적하는 중이니 최국환의 승리는 곧 김도현의 승리입니다. 결국 김도현은 이정연과 더불어 행복해질 거예요. 그들의 협공에 파멸하는 것은 복수의 궁극적 대상인 유씨 집안뿐이겠지요.

유필상과 유기준, 유성준의 파멸은 불쌍하지 않습니다. 유인혜 또한 너무 많은 악행을 저질렀기에 크게 불쌍하지는 않습니다. 철부지 유미란은 그 어머니를 봐서라도 최국환이 구해 주어 다치지 않도록 할 것 같군요. 어쩌면 유미란이 최국환의 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제일 가엾은 사람은 침대에 누운 채 육신의 병과 사랑의 고통을 견디고 있는 유명준이군요. 차라리 누나 유인혜가 파멸하는 모습을 보기 전에, 그대로 눈을 감는 것이 그에게는 행복이 아닐까요? 원래는 느닷없는 불치병 설정이 맘에 들지 않았는데, 일이 이렇게 진행되는 것을 보니 그 가엾은 청년을 위해서는 오히려 다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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