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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 5회, 유인혜(김희애)의 치명적 실수 본문

종영 드라마 리뷰 /마이더스

'마이더스' 5회, 유인혜(김희애)의 치명적 실수

빛무리~ 2011. 3. 9. 07:01





'마이더스'의 주인공 김도현(장혁)은 어려서부터 돈을 향한 갈증에 시달려 왔으며 본능적으로 돈 냄새를 기막히게 맡을 줄 아는 인물입니다. 그의 부모가 평생을 발버둥치고 집착하면서도 얻지 못하는 처참한 모습을 보았기에, 도현은 한편으로 돈을 '악마의 덫'이라고 부르며 혐오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욕망의 또 다른 이름에 지나지 않습니다. 거대 로펌들의 제안을 모두 뿌리치고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법무법인 대정'을 선택했을 때부터 그의 미래는 정해진 셈이었지요.


첫 만남에 대정 로펌의 대표 최국환이 '면접비'라는 명목으로 건네 준 엄청난 액수의 수표를 보는 순간 억눌려 있던 김도현의 욕망은 격발되었고, 그 길에 들어서자마자 선망의 대상이던 유인혜(김희애)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 만남은 걷잡을 수 없는 욕망의 분출을 초래합니다. 유인혜는 오빠를 밀어내고 부친 유필상 회장(김성겸)의 후계자가 되겠다는 자신의 욕망을 숨기지 않았고, 이미 브레이크가 고장난 김도현은 그녀의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였습니다.


지금까지 김도현의 비뚤어진 욕망을 잠재우며 끌어안고 있던 인물은 약혼녀 이정연(이민정)이었지요. 좋은 아버지 슬하에서 반듯하게 자라난 그녀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김도현이라는 남자의 위험한 질주를 안전하게 막아서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실 김도현이 자기 특성과 어울리지도 않는 이정연을 처음에 왜 사랑하게 되었는지가 이 드라마의 유일한 미스테리라고도 할 수 있겠군요. 하지만 이제 유인혜가 뻗어 온 유혹의 힘은 너무도 강렬했기에, 평범한 이정연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김도현은 고삐 풀린 야생마처럼 욕망의 불꽃 속으로 뛰어들고 말았습니다.

일각에서는 성공을 향해 질주하는 남자의 앞길을 자꾸만 막아선다는 이유로 이정연 캐릭터가 비호감이라는 의견도 보이지만, 그녀가 도현에게 자꾸만 태클을 거는 이유는 바빠서 자기에게 소홀하다는 것 때문이 아닙니다. '대정'에 입사하면서부터 김도현의 머리 위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를 느꼈기 때문이지요. 그녀는 자신의 남자가 밝은 곳에서 일하기를 바랬으나, 김도현은 지금 더욱 큰 돈을 벌기 위해 어둠의 세계로 들어섰습니다. 로펌 '대정'에서 그가 수행하는 일들은 어디에서도 당당히 밝힐 수 없는 것들이기에, 비밀이 없던 연인들 사이에도 하나둘씩 비밀이 늘어갑니다. 그녀로서는 찜찜하고 불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새로 결성된 유인혜와 김도현 콤비의 활약은 대단했습니다. 유인혜의 최대 적수였던 둘째오빠 유성준(윤제문)은 김도현의 치밀한 작전으로 행해진 첫 공격에 여지없이 나가떨어지며 치명상을 입었습니다. 오랫동안 그를 노리고 있던 유인혜로서는 천재적인 능력을 지닌 김도현의 존재가 천군만마와 다름없겠군요. 유인혜는 이토록 유용한 인재 김도현을 보다 확실한 자기 사람으로 훈련시키기 위해 뉴욕과 런던, 홍콩을 경유하며 1년간 기업 연수를 받도록 계획합니다.

이렇게 떠나면 이정연과의 결혼은 기약없이 미뤄지게 되는 셈이니, 유인혜는 자신의 훌륭한 경주마가 똑바로 앞만 보고 달릴 수 있도록 주변을 정리해 주려는 모양입니다. 부산 출장 때 이정연을 만나지 못하도록 김도현을 자기 방에 끌어들였던 것처럼, 일전에 교통사고를 일으켜 그들의 결혼을 방해한 것도 유인혜의 소행이 확실해 보입니다. 김도현으로서는 급히 출국하기에 이정연의 존재가 마음에 걸릴 터이나, 유성준에게 정체가 발각되었으므로 일단 몸을 피해야 하는 이유까지 생겼습니다. 과연 유인혜는 여러모로 치밀하고 대담한, 무서운 여자입니다. 예고편을 보니 결국 김도현과 이정연은 파혼에 이르렀군요. 


그런데 이토록 빈틈없는 유인혜가 한 가지의 치명적 실수를 범했으니, 바로 최국환(천호진) 변호사를 적으로 돌린 일입니다. 유인혜가 자신의 날개로 김도현을 선택하고 최국환에게 마음을 열지 않은 것은, 그가 어차피 '나의 사람'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아버지의 사람'이라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유인혜는 그 어떤 경우에도 자기 편에 서 줄 완벽한 자기 사람을 필요로 하는데, 최국환은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 완벽한 그녀의 편이 아니니 오히려 걸리적거리는 존재였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코 적으로 돌려서는 안 되는 인물이었습니다.

유필상 회장의 자녀들은 유인혜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허당에 가깝습니다. 나약하거나, 무능하거나, 허무주의에 빠져서 방탕하게 살거나... 그 중 제일 강력한 후계자 후보였던 둘째 유성준도 별로 나을 것은 없습니다. 나름 카리스마는 있지만 온통 다혈질에 허세덩어리일 뿐 특별한 능력은 있어 보이지 않는군요. 유인혜가 김도현이라는 날개를 달지 못했다 하더라도, 유성준 정도라면 결국 그녀의 능력만으로 제압할 수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최국환은 유성준과는 차원이 다른 인물입니다.


유인혜는 최근 김도현과 함께 올린 쾌거로 인해 유성준을 밀어내고 부친의 후계자로 지목받았고, 회사 경영과 가족간 재산 분배에 대해서까지 막강한 권한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자만하거나 안심할 때가 아닙니다. 유필상 회장이 아직 맑은 정신으로 건재하며, 30년간 그를 보필해 온 최국환은 너무도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유인혜의 입장에서 이 능구렁이 같은 최변호사는 더없이 위험한 인물입니다. 어떻게든 적절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거나, 또는 일시에 공격하여 완벽히 제거하거나, 둘 중 하나의 방법을 선택해야 했어요.

그런데 유인혜는 권력을 획득하자마자 노골적인 태도로 최국환을 도발하며 적으로 돌렸습니다. "최변호사님을 위해 선물을 준비했어요...그만 쉬시라고요. 그 동안 수고하신 데 대한 보상은 충분히 해드리겠어요. 이제 김변호사만 있으면 충분해요." 일부러 자존심을 건드리려고 한 게 아니라면 유치할 만큼 직선적인 발언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최국환을 자극해서 유인혜에게 이로울 일은 없습니다.


하긴 유인혜는 꽤나 솔직한 성품이긴 합니다.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은 김도현에게 자신의 욕망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자기 사람이 되어 줄 것을 요청했고, 친동생 유명준(노민우)에게도 자신의 모든 계획을 아주 시원스레 털어놓았습니다. 다른 형제들과 함께 모인 자리에서 유성준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모욕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오만한 유인혜의 행동들을 살펴보니, 외모와 말투는 차분하지만 의외로 심기가 깊은 인물은 아니라는 판단도 드는군요. 하지만 그렇다 해도 최변호사를 어설프게 건드린 것은 최대 실수였습니다.


그 동안 최국환은 유인혜에게 퍽이나 호의적인 태도를 보여 왔습니다. 햇병아리 변호사 김도현의 비범한 능력을 가장 먼저 알아보고 대정에 끌어들인 사람도 역시 그였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유인혜와 김도현에게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으니 엄청난 배신감을 느끼겠지요. 그야말로 괜시리 풀을 건드려 조용히 잠자던 뱀을 화나게 한 셈이라, 이제 최국환은 유성준과 손을 잡고 유인혜의 최대 적수가 될 것입니다.

갑자기 오래 전 기억이 떠오릅니다. 1990년, 김희애와 천호진은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라는 드라마에서 대학생 연인으로 출연했었습니다. 천호진은 김희애의 단짝 친구와 사랑에 빠져 그녀를 배신했고, 그 후로 김희애는 오랫동안 다른 사랑을 만나지 않은 채 홀로 공부에만 전념하게 됩니다. 오랜 세월이 흘러 우연히 마주친 그들은 담담한 표정으로 지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지요. 그 젊은 나이에도 김희애와 천호진의 연기력은 매우 출중해서, 첫사랑의 풋풋함과 허무함, 그리고 추억의 가슴 저림을 아주 잘 표현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젊은 김도현이 상대하기에 관록의 선배 최국환은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일 것입니다. 최국환이 손잡은 유성준이 함량미달이므로 결국 승리는 유인혜와 김도현에게 돌아갈 거라고 예상하지만, 한동안은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하겠군요. 20년 전의 드라마에서 보았던 풋풋한 연인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세월의 흔적이 내려앉은 지금의 모습들을 보니 왠지 감개가 무량합니다. 이렇게 세월이 지났어도 여전히 같은 드라마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으니, 새삼스레 무척 반갑다는 생각도 드네요. 다음 주, 그들의 본격적인 대결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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