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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21세 박유환의 대담한 도전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반짝반짝 빛나는

'반짝반짝 빛나는' 21세 박유환의 대담한 도전

빛무리~ 2011. 2. 13.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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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리아'의 후속작으로 MBC의 새 주말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이 시작되었습니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과 제목은 똑같지만 내용상으로는 아무 연관이 없더군요. 가난한 집 아가씨가 부잣집 아가씨를 보면서 "나와 동갑이고 생일도 같은데, 나하고는 너무 달라. 그 여자는...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반짝반짝 빛이 나..." 라고 말하는 대사가 2회 예고편에 등장했는데, 바로 그 대사가 이 드라마의 직접적, 또는 간접적 주제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부잣집 아이와 가난한 집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뒤바뀌었고, 나중에 성장해서야 그 사실이 밝혀진다는 기본적 내용은 역시 식상한 범주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러한 설정은 오래 전부터 '생인손', '사모곡', '만강' 등의 사극에서 애용되었고, 현대극 중에서도 '가을동화'가 이 모티브를 사용해서 피가 섞이지 않은 남매의 애절한 사랑을 표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시작된 '짝패'에서도 같은 설정이 적용되고 있군요. 아직까지 한국 드라마에 있어 '출생의 비밀'은 빼놓기에 너무 아쉬운 카드인가봅니다.


아쉬운 점은 그렇다 치고, 출발은 의외로 산뜻합니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가 보는 사람을 불안하지 않게 한다는 것이 이 드라마의 커다란 장점입니다. 고두심, 길용우, 박정수, 장용 등의 중견연기자들이야 말할 것도 없겠지만, 젊은 주연배우들이 모두 안정적인 연기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그리 흔치 않은 일이거든요.

우선 법정드라마 '파트너' 이후 1년 6개월만에 여주인공으로 브라운관에 컴백한 김현주의 모습이 반갑습니다. 어딘가 풍겨나오는 인상이 매우 선하고 개념있어 보여서 저는 그녀를 매우 좋아하지요. 그리고 데뷔 후 처음으로 악역을 맡았다는 이유리의 연기 변신이 돋보입니다. 그녀의 물 오른 열연으로 악녀 황금란은 첫방송에서 주인공 한정원(김현주)보다 더욱 강렬하게 시선을 잡아끄는 데 성공했습니다. 선하고 연약해 보이는 외모에 만만찮은 야심을 드러내는 눈빛이 언밸런스하여 더욱 인상적이었습니다.

남주인공 송승준 역할의 김석훈은 약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지만, 그리 나쁘지는 않습니다. 예전부터 느껴 왔던 점인데, 김석훈은 훤칠한 외모와 크게 흠잡을 데 없는 연기력에도 이상하게 존재감이 약하더군요. 하지만 어차피 이 드라마의 중심 스토리는 멜로가 아니라 두 여주인공의 뒤바뀐 인생과 그에 적응해 나가는 대비된 자세일테니, 남주인공의 매력이 지나치게 두드러져서 여배우들을 압도해 버리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오히려 좀 부족한 듯한 지금의 존재감이 적당한지도 모르겠습니다.


한정원은 가난한 식당집의 둘째딸로 태어났지만, 뒤바뀐 운명 때문에 재벌가의 외동딸로 곱게 자랐습니다. 그녀는 좋은 학벌과 괜찮은 직업을 가졌으며, 결혼보다 일을 우선시하는 밝고 적극적인 성격의 커리어우먼입니다. 홀로서기가 충분히 가능하고도 남는 상황이지요. 그런데 한순간에 출생의 비밀이 밝혀져 '부유한 집안'이라는 배경을 잃으면서, 스물아홉살의 '소공녀'가 됩니다. 앞으로 상세한 전개가 어떻게 이루어질지는 모르나, 이러한 설정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가을동화'의 은서처럼 어린 소녀도 아니고, 좋은 환경 속에서 이미 갖출 것을 다 갖춘 성인이 된 29세의 한정원이 '소공녀' 캐릭터라는 것은 아무래도 좀 오글거리는군요.

황금란은 그 대척점에 세워진 인물입니다. 재벌가의 귀한 외동딸로 태어났으나 운명의 장난으로 가난한 식당집 둘째딸의 삶을 견디어 왔지요. 평생 노름에 빠져 빚을 떠안고 사는 아버지(길용우) 때문에, 혼자 고시촌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며 세 딸을 키워낸 어머니(고두심)은 점점 더 억척스럽고 교양없는 아줌마가 되었습니다. 언니 태란(이아현)은 전문대라도 나왔지만, 금란은 부족한 형편으로 대학도 다니지 못하고 여상을 졸업한 뒤, 서점에 취직하여 지긋지긋한 직장 생활을 10년간이나 감당했습니다.

3년 전부터는 제법 똑똑해 보이는 고시생 윤승재(정태우)를 점찍어 신분상승의 기회가 되리라는 믿음으로 헌신적 연애를 지속해 왔으나, 이 속물적인 녀석은 사시에 합격하자마자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니 더 이상 그녀에게 희망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난데없이 지폐로 방석을 삼아도 좋을만큼 부유한 친부모가 나타나니, 황금란은 꿈처럼 스물아홉살의 '신데렐라'가 됩니다. 한정원이 소공녀라는 것은 좀 당황스럽지만, 지독한 가난 속에서 아무것도 갖추지 못했던 황금란이 친부모를 만나 그 모든 결핍을 채우게 되는 것은 명실상부한 신데렐라 캐릭터임에 이의가 없습니다.


그런데 거의 전형적인 인물들로 채워진 이 드라마에, 아주 독특한 캐릭터가 하나 자리잡고 있어서 눈에 띕니다. 한서우라는 이름을 지닌 이 사람은 불과 열여덟살의 소년인데, 그 포지션은 놀랍게도 스물아홉살 여주인공의 숙부입니다. 물론 그 조카딸은 처음에는 정원이었다가 나중에는 금란으로 바뀌게 되지요. 언뜻 보기에 아버지 같은 재벌회장 한지웅(장용)은 사실 그의 친형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환갑을 넘긴 나이에 그를 낳았지만 고작 13년밖에는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부친이 죽은 후, 이 어린 소년은 43살이나 많은 형님댁에 들어와 살고 있습니다.

한서우의 어머니는 결코 죽은 부친의 첩이 아니라 정실부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지웅 회장의 입장에서 보면 서모가 아니라 계모라는 것이지요. 한서우는 이 부잣집 사모님인 진나희(박정수)로부터 아주 깍듯이 시동생 대접을 받고 있으며, 자기보다 훨씬 나이 많은 조카들에게도 전혀 기죽지 않고 완벽한 숙부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자고로 첩의 소생은 그 집안에서 정당하게 대우받지 못하였으니, 현재 상황으로 보아 한서우의 출생은 적법한 혼인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것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의 부친은 늦둥이 아들이 혹시라도 나이 어리다는 이유로 기죽어 지낼 것을 염려하여, 더욱 윗사람의 체통과 위엄을 지키도록 생전에 교육시켰던 것 같습니다. 


32세의 아들 한상원(김형범)이 밤늦게 시끄러운 술주정을 하며 마루에 뻗어버리자, 진나희는 시집보내려 해도 말을 듣지 않는 딸 한정원까지 싸잡아서 "이 개떡같은 것들아!" 라고 소리치는데, 옆에서 그 말을 들은 한서우가 정색을 하고 따집니다. "그 개떡에 저도 포함입니까?" 그러자 진나희는 민망한 표정으로 "아니오, 불포함입니다. 자식들 이야기예요. 소란피워서 죄송해요. 들어가서 공부하세요." 라고 대답합니다. 이에 18세의 한서우는 의젓한 표정으로 말합니다. "조카는 제가 방으로 옮기겠습니다. 그만 들어가서 주무세요. 내일 일어나면 제가 잘 타일러 보겠습니다. 나이가 서른 둘인데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게다가 우리 집안 장손 아닙니까!" 대사만 봐서는 족히 50대의 숙부가 하는 말 같습니다.

"자식이 웬수지요?" 능청스럽게 묻는 시동생에게 형수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그러네요" 라고 대답하고는 방으로 들어갑니다. 한서우는 널브러진 상원을 부축해 일으키는데, 옆에서 한정원은 오빠가 술김에 흘린 지폐들을 줍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어린 숙부는 가차없이 조카딸에게 호통을 칩니다. "뭐하냐? 어른이 힘들어하는데 얼른 와서 안 돕고!" 그러자 한정원은 "옛썰!" 하고 경례까지 올려붙이며 숙부의 말에 복종하는군요. 어찌 보면 참으로 코믹한 장면인데, 열여덟살의 소년으로서는 너무 힘겨운 삶인 듯하여 안스럽게도 보입니다.


한서우는 결코 연기하기가 쉽지 않은 역할입니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애늙은이 같은 모습도 보여야 하고, 때로는 그 나이의 소년답게 티없고 순진한 모습도 보여야 합니다. 아무리 연기라지만 30대 중반에 이른 대선배들을 향해 반말로 호통도 쳐야 합니다. 연기 경험이 없는 신인의 입장에서는 단면적 캐릭터라 해도 감당하기 쉽지 않을텐데, 이 정도의 다중적 표현을 해야 한다면 타고난 강심장에 어지간한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 엄청난 도전을 대담히 받아들인 신인배우는 과연 누구일까요?

1991년생의 박유환은 올해 스물한살이 되었군요. 이름만 들어도 짐작할 수 있겠지만 그는 박유천의 동생입니다. 박유천은 예전에 동방신기의 멤버였다가 지금은 JYJ의 가수이며, 얼마 전 '성균관스캔들'의 주인공으로서 연기자의 이름을 인정받았지요. 꽤 오래 전 '야심만만'에 출연했던 박유천은 동생과 함께 어린 나이에 미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여 힘들었던 추억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린 적이 있습니다. 그 눈물은 아픈 추억 때문이라기보다, 동생이 아직도 그 힘든 상황 속에 있는데 곁에서 지켜주지 못하고 멀리 떠나와 있는 자신이 미안해서 그러는 것 같았습니다. 동생에게 영상편지도 보냈었는데 그 내용이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유환아, 형이야~" 라고 부르던 목소리가 하도 애틋해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어린 형제가 낯선 곳에서 얼마나 힘겨웠을지도 짐작이 되고, 서로를 아끼는 마음도 기특하게 느껴져서 부디 잘 되기를 바랬는데, 이렇게 동생도 훤칠하게 성장하여 자기 일을 찾은 것을 보니 흐뭇합니다. 형과 많이 닮은 것도 같은데 어딘가 다른 느낌이라 좀 신기하네요..^^ 한서우라는 쉽지 않은 캐릭터에 용감하게 도전한 것을 보면, 그 마음이 여리지 않고 매우 당돌한 것 같은데... 형 박유천의 뒤를 이어 동생 박유환도 성공적인 연기 데뷔 신고식을 치를 수 있을까요?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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