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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종영, 산 자와 죽은 자는 무엇을 남겼나?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자이언트

'자이언트' 종영, 산 자와 죽은 자는 무엇을 남겼나?

빛무리~ 2010. 12. 8.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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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가 60부의 대장정을 마치고 종영했습니다. 단순히 해피엔딩이라거나 새드엔딩이라는 말로 규정지을 수 있는 종류의 마무리는 아니었습니다. 그저 격동의 세월을 지나며 그들은 이렇게 살아왔고 그렇게 죽어갔구나... 하는 감개무량함만이 남았습니다. 저의 예상과는 좀 달랐던 그들의 운명을 바라보며, 각자의 삶과 죽음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대략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이성모(박상민)의 죽음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까웠던 죽음입니다. 이렇게 속절없이 세상을 떠날 바에는, 차라리 머리에 총을 맞던 그 날 바로 죽는 편이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숨을 거두기 직전에 이성모는 지연수에게 비자금 장부와 녹음 테이프를 전달하고, 지연수는 조필연의 마수를 피해 숨어 살다가 나중에 이강모(이범수)를 만나 그의 죽음을 알리며 증거자료를 전달해도 되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굳이 5년 동안이나 머리에 총알이 박힌 채 폐인이 되어 고통의 세월을 보내다가, 참고 견딘 보람도 없이 그토록 허무하게 죽어 버리다니요. 

기왕 이렇게 된 바에는 어떻게든 수술이 성공해서 예전처럼 회복되고, 지연수와 결혼도 해서 동생들과 더불어 행복한 삶을 꾸려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덜 억울하지요. 이성모가 행복해졌다면 이 드라마의 대단원은 충분히 해피엔딩으로 분류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죽어야만 했을까요?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은 동생들에게 있어 큰형이며 큰오빠였던 이성모는 부모를 대신하는 존재였습니다. 그는 맏아들로서 부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 평생을 바쳤고, 헤어졌던 동생들을 만난 후에는 자기의 모든 것을 다 바쳐서 동생들을 뒷받침했습니다. 동생들은 각자 사업가와 연예인으로 성공해서 돈도 많이 벌고 번듯한 집에서 사는데, 이성모는 허름한 단칸방에서 지내고 있었지요. 어처구니 없게도 이강모와 이미주는 그가 실종된 후에야 그의 방을 처음으로 찾아 옵니다. 이강모는 자기가 한강건설을 처음 일으킬 무렵, 형이 모아 두었던 전재산을 아낌없이 쏟아부어 주었던 사실을 그제서야 떠올립니다. 동생들은 그렇게 형의 희생에 대해 무감각했고, 그의 개인적 삶에 대해서도 섬세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마치 동생들의 삶을 위한 소모품처럼 한없이 희생만 하며 살다가 떠난 이성모의 모습은, 어려운 시절 속에서 자식들을 키워낸 부모상(父母像)이라 해도 좋을 듯 싶습니다. 생각해 보니 동생들은 매번 이성모에게 도움을 받는 입장이었을 뿐, 그에게 별로 해 준 것이 없더군요. 그러나 이성모는 가장 위험한 곳에서 목숨의 위협을 느끼며 복수의 기반을 마련하는 중에도, 꾸준히 동생들의 삶에 신경을 쓰며 의식주 하나까지 배려해 주었습니다. 이렇게 부모의 역할을 하던 이성모의 죽음은, 약간 확대해석을 하자면 비극으로 점철되었던 한 시대가 막을 내리고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는 뜻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2. 조필연(정보석)의 죽음


경찰에게 붙잡혀 끌려가는 조필연을 보고 이강모는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을 이길 생각 따위는 애초부터 없었어. 처음부터 내 상대는 당신이 아니었으니까... 당신같은 인간이 잘 사는 세상, 내가 이기고 싶었던 건 바로 그 더럽고 악랄한 세상이었어. 나도 이제 조금은... 아주 조금은 세상을 믿을 수 있을 것 같아. 이렇게 당신이 비참하게 파멸해 줘서..." 

저는 조필연이 정신병원에 갇힌 채 꼼짝없이 폐인이 되어 살아가는 모습으로 마무리했어도 괜찮겠다 싶었지만, 그래도 모든 악의 근원인 조필연을 살려두는 것보다는 깔끔하게 목숨을 끊어 주는 것이 더욱 대단원에 어울린다고 판단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조필연은 정치적 경제적 기반을 모두 잃었고, 심복인 고재춘마저 눈앞에서 권총을 쏘아 자살한 데다가 재판 결과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았으니,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나락에 떨어진 터라 삶과 죽음은 더 이상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어쨌든 절대악 조필연의 죽음은 저 위에 인용한 이강모의 대사로써 그 의미를 전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강모는 조필연과 같은 사람이 잘 사는 이 세상을 증오해 왔지만, 이제 그가 파멸하는 모습을 보니 조금은 세상을 믿고 사랑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아무리 현실이 암담해 보일지라도 희망은 존재한다는 사실을, 조필연의 죽음은 말하고 있습니다.

3. 조민우(주상욱)의 다시 찾은 삶

저는 조민우가 죽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뜻밖에도 그는 죽음의 문턱에서 다시 살아났습니다. 사랑하는 미주(황정음)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빌딩 옥상에서 투신하려던 그는, 뜻밖에도 우주가 자기의 친아들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당신 그렇게 죽으면, 나는 평생 우주의 얼굴을 똑바로 못 봐요!" 조민우를 향한 미주의 외침은, 결국 그를 자기 아들의 아버지로 인정한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상당히 의미심장한 선택입니다.


지금껏 미주와 그녀의 오빠들은 우주가 조필연의 핏줄을 이어받았다는 사실을 애써 부인하려 해 왔습니다. 그 집안과는 상관없는, 그냥 미주의 아들일 뿐이라고 하면서 말이지요. 그런데 이제 우주의 엄마가 대놓고 조민우를 아이의 아버지로 인정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2년의 형기를 마치고 나온 조민우에게, 어린 아들이 용돈을 모아서 아버지를 초청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라며 비행기 티켓을 전해 주기까지 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핏줄을 인정하는 차원을 넘어, 조민우가 아들에게 아버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모습입니다.

이 놀라운 선택이 '자이언트'라는 드라마 최고의 반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로써 드라마의 주제가 '복수'에서 '화해'로 전환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미 조민우는 만보건설을 이강모에게 넘겨주는 자리에서 솔직한 모습으로 자기를 낮추고, 간접적으로나마 용서를 빌었지요. "아버지가 죗값을 치르시면, 너라도 용서를 해 주면 좋겠다."


조필연은 용서받을 수 없었지만, 그 아들 조민우는 용서받고 새 삶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조민우가 우주의 아버지 자리를 차지한다면, 원수였던 그들은 결국 모두 가족이 되는 게 아니겠습니까? 조민우의 다시 찾은 삶은, 윗세대의 죄악이 아랫세대로 이어지며 끝없는 원한이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죄 지은 자가 벌을 받았으면 아랫세대에서는 그 상처를 덮고 서로 손을 잡을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습니다. 물론 쉽지는 않으나, 할 수만 있다면 가장 바람직한 일이겠지요.

온갖 고난 속에 먼 길을 돌아 왔지만 결국 이강모와 황정연은 행복한 결혼을 했고, 미국으로 입양 보냈던 막내동생 준모까지 형을 찾아왔습니다. 비록 드라마 속 가상의 인물들이지만 그들은 너무나 오래 고통을 겪었기에, 앞으로는 그저 평온하고 행복한 삶을 이어가기만 바랄 뿐입니다. 그 동안 모두들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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