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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언니' 송강숙의 편지 - 구대성에게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신데렐라 언니

'신데렐라 언니' 송강숙의 편지 - 구대성에게

빛무리~ 2010. 5. 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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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참 나쁜 사람이야. 내 더러운 팔자에 수없이 많은 나쁜 놈을 만나 봤지만, 그 중에서도 당신이 제일 나쁜 사람이야. 그 어떤 놈 때문에도 내 가슴이 이렇게 답답한 적은 없었어. 나는 언제나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것만도 버거워서, 땅에 머리를 대기만 하면 아무 생각 없이 잠들던 년이었어. 잠이라도 맘 편히 자야 그 다음날도 이 지긋지긋한 세상하고 싸울 수 있었거든. 그런데 지금은 꽉 막힌 가슴을 퍽퍽 치느라고 누웠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나는 내 꼴을 봐. 이게 다 당신 때문이야.


날 이렇게 만들지 않으려면, 떠나지 말았어야지. 나를 과부로 만들지 말았어야지. 이렇게 가버리면 다를 게 하나도 없잖아? 나를 거쳐갔던 그 나쁜 놈들보다 나을 게 없잖아? 적어도 내가 흰머리의 할망구가 되기 전까지는 남편 있는 년으로 남아있게 해주었어야지. 또 다시 혼자가 되어 더러운 팔자를 원망하며 하늘을 쥐어뜯게 만들었으니, 당신은 이런 나를 탓할 수 없어.


당신, 알고 있었다며? 내가 어떤 년인 줄 다 알면서 받아주고 있었던 거라며? 나를 사랑해서 그랬던 거라며? 은조한테 듣기 전에는 짐작도 못했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었지만 당신 같은 사람은 본 적이 없어서, 8년이나 한 이불을 덮고 살았지만 그런 줄은 상상도 못했네.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랑 몰라. 사랑? 그것도 다 살아있을 때 얘기지, 죽어버리고 나면 무슨 소용 있어? 분명히 말하지만 나도 당신 사랑했어. 뜯어먹을 게 많아서 좋기도 했지만 준수아빠, 점점 당신이 더 많이 좋아졌다구. 나는 내 방식대로 사랑했던 거야.


당신이란 남자가 좋아질수록 나는 불안했어. 진심을 갖는다는 게 얼마나 사람을 피말리는 일인지 나는 알거든. 너무 좋아져서 나는 오히려 점점 더 내 정체를 드러낼 수가 없었어. 당신이 나를 쫓아내지는 않겠지만, 속으로라도 나를 싫어하게 될까봐 두려웠어. 나같이 천박한 년이 당신한테 맞춰서 고상한 척하며 사느라고 얼마나 숨막히게 힘들었는지 알아? 소식 끊고 지내던 장씨를 만난 것도 그래서였어. 그 죽일 놈의 사랑이 끼어들지 않아서 그 인간하고 있으면 편했어. 나도 숨 쉴 곳이 좀 필요했단 말야.


팔짱을 끼려는 내게 당신이 "환자 취급하면 화 난다"고 했을 때, 내가 말했지? "환자 취급하는 게 아니라, 좋아서 이러는 거예요" 당신은 웃으며 말했어. "고맙군" ... 내가 어떤 년인지를 당신이 알고 있었다니까 말인데, 당신은 아마도 안 믿었을 거야. 내가 당신 좋아한다고 했던 그 말을, 안 믿으면서도 고맙다고 했을 거야. 하지만 거짓말 아니었어. 약이 뜨거울까봐 호호 불어서 식혀주던 내 입김도, 그 쓴 약을 마신 입에 사탕을 넣어 주던 내 손길도, 모두 진짜였어.


그런데 이제 모든 게 끝났어. 당신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야. 이제 내가 믿을 것은 돈 밖에 없어. 그러니까 내 손을 놓지 말았어야지. 나를 붙잡고만 있었으면 절대로 안 보냈을텐데, 내가 하느님 부처님 옥황상제님하고 담판을 지어서라도 당신 못 데려가게 했을텐데, 이렇게 내 손을 놓고 가버린 당신이 무슨 할 말 있어?


이제 난 효선이도 몰라. 당신 있을 때나 딸이지, 당신도 없는데 그애가 왜 내 딸이야? 하지만 아직도 그애한테 뜯어먹을 게 많이 남았다네. 난 이제 돈이라도 끝까지 챙겨야겠어. 가슴이 답답하면서도 허전해서 도무지 살 수가 없으니, 돈이라도 악착같이 그러모아야지. 그 힘으로라도 살아야지. 그래서 일단은 귀찮게 치대는 거 모두 받아주기로 했어. 하지만 당신 없는 효선이는 내 딸 아니야.


당신, 나를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이제는 안아줄 수도 없으면서, 손잡을 수도 없으면서 예전처럼 그런 눈으로 보면 나보고 어쩌란 말야? 그런다고 누가 보고싶어 할 줄 알아? 어림도 없어. 나 송강숙이 어떤 년인지 알잖아? 나 그냥 이렇게 살거야. 당신 만나기 전처럼, 독한 년으로 살거야. 내가 변할 거라고는 기대도 하지 마. 그래도 당신은 나한테 할 말 없어. 사람 속을 이렇게 뒤집어 놓고, 이렇게 미치게 해놓고 가버렸으니 당신 정말 나쁜 인간이야.


* 송강숙이 사실 내면적으로는 변화하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구대성의 사랑이, 그리고 이제 효선을 통해서 다시 살아나는 구대성의 모습이 점차로 그녀를 변화시킬 거라고 믿습니다. 답답한 가슴을 치면서 몸부림을 치는 그녀는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평생 그녀를 가두고 있던 견고한 벽에, 사람에 대한 불신과 증오의 벽에 금이 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녀는 더욱 독하게 몸부림을 치며, 자기의 변화를 부인하려 합니다. 그렇지 않다고 발악하듯 소리치는 것입니다. 이 편지는 그러한 그녀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부디 저의 믿음이 어긋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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