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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노' 송태하의 편지 - 소현세자에게 [추노 편지 1]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추노

'추노' 송태하의 편지 - 소현세자에게 [추노 편지 1]

빛무리~ 2010. 1. 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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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하, 세자 저하, 신(臣)을 용서하옵소서. 마땅히 일어서야 할 때를 깨닫지 못하고, 숨죽이며 살아온 불충한 신을 용서하옵소서. 흉중(胸中)에 품으셨던 큰 뜻을 채 펼치지 못하고 한스러이 떠나실 제, 곁에서 지켜 드리지 못한 회한이 뒤늦게 이 가슴을 치나이다.



죽기를 각오하고 싸울 지언정 포로로 끌려가지는 않겠다며, 일개 무장에 불과한 신이 부리던 무모한 오기를 저하께서는 탓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저의 눈을 틔어 주셨습니다. 보다 큰 뜻을 위해서는 일시 치욕을 견디며 숙일 줄도 알아야 진정한 대장부임을 알려 주셨습니다.



그렇게 저하를 따르며, 결코 짧지 않았던 오욕의 세월 속에서 신은 보았나이다. 저하의 원대한 꿈을 보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끝없는 노력을 보았고, 멀리 본국 땅에서 시름에 허덕일 백성들을 위한 저하의 뜨거운 눈물을 보았나이다.

그렇게 신은 저하의 곁에서, 언제까지나 그 높은 뜻을 받들어 한 팔의 힘이 되어 드리려 하였건만... 어이없이 떠나시던 그 길을, 천리 밖에서 이렇게 묶인 몸으로 주저앉아 배웅조차 못 하였으니, 이 불충을 죽어도 씻을 길이 없나이다.



신의 무능함으로야 어찌 저하께서 남기신 큰 뜻을 이어갈 수 있으리이까? 그러나 황공하옵게도 숨을 거두시면서까지 미천한 신을 떠올리고 저의 두 어깨에 남은 과업을 지우셨으니, 신은 기꺼이 받들려 하나이다. 반드시, 생명의 불씨가 꺼지기 전에, 저하께서 남기신 마지막 혈손을 구하여 저하를 뵙듯이 받들며 그 뜻을 이어가려 하나이다.

이 몸이 스러지는 것은 두렵지 않으나, 더딘 발걸음이 한스러울 뿐입니다. 어린 원손마마의 운명이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롭건만, 날지도 못하고 그저 하염없이 재촉하는 분주한 발목을 어느새 쫓아온 추노(推奴)의 손아귀가 움켜쥐려 하는데...



저하, 지금 신이 치켜드는 검의 끝은 저 추노를 향한 것이 아니라, 저하의 뜻을 꺾으려 하는 그 흉악한 원수들을 향하고 있나이다.
그들은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천년의 고서(古書)를 불태우듯 저하의 꿈을 짓밟았으나, 그 하얀 잿더미 속에서도 꿈은 새롭게 되살아날 것입니다.

굽어 보소서, 저하... 이 강산을 위하여, 이 백성을 위하여 품으셨던 큰 뜻을 반드시 원손께 전할 터이니, 이 미천한 신이 감히 원손을 모시고 이루어 갈 저하의 꿈을 지켜 보소서. 신(臣), 지금도 이렇게 쉬임없이 달려가고 있나이다.



* '선덕여왕 편지 시리즈'를 마무리하면서, 사실은 적잖이 허전했다지요. 물론 다른 드라마의 리뷰 중에도 간간이 편지를 발행하기는 하였으나, 시리즈로 꾸준히 이어갈만한 작품은 좀처럼 발견할 수 없었기에 아쉬움을 달래지 못하고 있던 중... '추노'에 제대로 꽂혀 버렸습니다. '선덕여왕' 때와 비슷한 충만함으로, 여러 캐릭터에 감정이입이 가능할 듯 하군요. 얼마나 잘 되어갈지는 미지수이지만, 여하튼 느낌은 제대로 전해져 오는 듯 싶습니다.

원래는 2회에서 대길(장혁)과 혜원(이다해)이 재회하게 될 것을 예상하고, '추노 편지'의 첫 장을 대길 도련님의 손으로 시작하려 하였으나, 안타깝게도 그들의 재회는 살짝 미루어지고 말았군요. 그런데 어서 빨리 다시 편지를 쓰고 싶은 욕구를 억제하지 못하였으므로, '추노 편지'의 첫 장은 일단 다른 쪽에서 가볍게 시작되었습니다.

일종의 프롤로그라고 해두지요. 웅크려 있던 송태하(오지호)가 소현세자의 뜻을 받들어 분연히 일어섬으로써 드라마의 전개는 드디어 본격화되고 있으니까요. 각각의 인물 캐릭터도 탄탄하고, 작품의 기반이 워낙 잘 마련되어 있는 느낌이라, 앞으로 참 많은 이야기들이 풀어져 나올 것 같습니다. 이것도 하나의, 새로운 작은 꿈이라 해도 될지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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