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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노' 선과 악이 공존하는 장혁의 캐릭터가 주목된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추노

'추노' 선과 악이 공존하는 장혁의 캐릭터가 주목된다

빛무리~ 2010. 1. 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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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영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던 '아이리스'의 후속작 '추노'가 드디어 첫방송을 탔네요. '추노'는 달아난 노비를 쫓아가 잡는 직업을 말한다고 합니다. 언뜻 보기에는 천한 직업으로 구분될 듯한데 의외로 양반 출신의 추노가 꽤 있었던가 봅니다. 우선 주인공인 이대길(장혁)만 해도 내노라 하는 양반집 자제였으니까요.


'추노' 첫방송이 상당한 호평을 받고 있다 하는데 솔직히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1회에서는 그냥 준비 과정 위주로 보여준 것 같아요. 인물 소개조차도 아직 다 끝나지를 않았습니다. 이대길, 김혜원(이다해)와 더불어 또 하나의 중심축을 이루는 송태하(오지호)의 캐릭터가 충분히 소개되지 않았거든요.


이 드라마에 관심을 가지신 많은 분들이 시대적 배경과 실존 인물들에 초점을 맞추고 계신 듯 합니다. 그 유명한 인조의 맏아들 소현세자가 초반부에 상당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더군요. 오지호가 연기하는 송태하의 역할이 바로, 소현세자가 의문스럽게 사망한 후, 그의 살아남은 유일한 아들 이석견을 보호하는 소현세자의 충신 역할입니다. 그런데 제가 느끼기에 이쪽은 좀 식상하군요. 이미 여러 드라마에서 많이 다루었던 시대적 배경과 실존 인물들이 아니겠는지요.

그에 비해 장혁의 캐릭터 이대길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우선 약간 특이하게도 주인공이 악역에 가까운 포스를 내뿜고 있으며, 그 대치점에 서 있는 상대방이 티없는 선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도의 드라마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오랜만에 보는지라 신선감이 느껴지네요.


그런데 이대길은 겉으로만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추노로 보일 뿐, 속은 여리기 한이 없습니다. 정말 불쌍한 사람을 보면 위험을 무릅쓰고 도와주지 않고는 못 배기는, 사실은 착한 녀석인 겁니다.

고작 열 세살의 어린 소녀를 늙은 양반에게 동첩으로 넘기지 않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어머니에게, 눈앞에서는 냉혈한인 척 하였지만 사실은 마음에 걸려서 견딜 수 없었던 이대길은, 급기야 그 양반집에 몰래 숨어들어가 노인네를 기절시키고(점혈법?) 소녀를 구해다가 어머니의 품에 되돌려 줍니다. 그에 그치지 않고 노자로 쓰라며 돈까지 쥐어 줍니다. 초롱한 눈으로 대길을 바라보며 "아저씨, 잊지 않을게요" 라고 말하던 소녀의 당찬 표정이 심상치 않습니다. 언젠가 대길은 반드시 결정적인 순간에 그 소녀의 도움을 받게 될 것만 같습니다.


추노가 된 이유조차도 사실은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애증(愛憎) 때문이라고 해야겠군요. 집안의 여종이던 언년이(이다해)를 지극히 사랑했건만, 그 언년이의 오라비인 큰놈이가 어느 날 집에 불을 지르고 여동생과 함께 달아나 버렸던 것입니다. 그 사건으로 인해 멸족하고 혼자 살아남았다 하니, 온 가족이 화마(火魔)를 피하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큰놈이가 못할짓을 하긴 했군요. 비록 주인집 도령과 사랑했다는 이유로 애꿎은 언년이만 경을 치고 팔려가게 생겼으니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야 오죽했을까마는, 그렇다고 온 가족이 집에 있는 시간에 불을 질러서 몰살시킬 것까지야 있었을까요.


그때부터 추노의 길로 접어든 이대길은 현재 조선 최고의 추노꾼이라는 별호까지 얻었으나 별달리 원하는 것도 없습니다. 그의 첫째 목표는 큰놈이와 언년이 남매를 붙잡아다가... 그 이후에는 큰놈이에게 복수를 하려는 것인지, 언년이와 못다한 사랑을 이루려는 것인지 잘 모르겠으되 하여튼 그 남매를 잡아오는 것이 첫번째 목표이고, 둘째 목표는 아직도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떠돌며 살아가는 그의 추노꾼 동료들, 최장군과 왕손이 등이 보다 안정적인 생활을 하도록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이, 대길이라는 사내가 지닌 소박한 꿈입니다.


이제 그런 그가 송태하를 쫓으라는 명을 받게 되면서, 원치도 않았던 정쟁의 회오리 속에 휘말리게 되겠지요. 송태하는 현재 노비 신분으로 하락했지만 사실은 양반 출신으로서 중요한 정치범에 해당되는 인물이니까요. 게다가 대길이가 오매불망 잊지 못하고 8년간이나 찾아다녔던 언년이가 지금은 김혜원이라는 이름으로 송태하와 함께 있는 상황이니, 앞으로 2회에서는 꽤나 드라마틱한 만남이 전개될 듯 합니다.

이렇게 서술하다 보니, 이대길의 캐릭터는 왠지 '선덕여왕'의 비담(김남길)과 많이 겹쳐지는 것이 보이는군요. 무엇보다도 비슷한 점은, 이 사내들이 천진난만하게도 애정 앞에서는 눈에 다른 것이 뵈지 않는 순정파라는 것입니다. 그들의 주변에서는 왕실의 암투를 비롯하여 온갖 비정한 권모술수가 난무하건만, 이 남자들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오직 사랑하는 여인뿐입니다. 오죽하면 선덕여왕(이요원)은 비담을 보며 "이 서라벌에서 네가 제일 순진하구나" 라고 한숨 쉬며 말했겠습니까?
이대길 역시 추노가 된 이유조차 언년이 김혜원이었고, 정쟁에 휘말리게 되는 이유도 역시 김혜원이 될 테니 그 여자 하나 때문에 인생길 자체가 이리저리 흔들리는 대책없는 순정남이라 하겠습니다.


다만 좀 다른 면이 있다면, 비담의 캐릭터가 어려서부터 스승을 따라 산속을 누비며 인간 세상과는 약간 동떨어져 있었기에, 좀더 순수하다고 해야 할까, 이를테면 사람 자체가 여백이 많아서 그 자리에 무엇이 채워지는가에 따라 선인도 될 수 있고 악인도 될 수 있는, 오리무중의 캐릭터였다고 하면, 이대길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는 천성적으로 착한 사람이며, 인간에 대한 측은지심을 갖고 있습니다. 자기와 특별한 관계가 아닌,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불쌍한 처지에 놓인 것을 보면 도와주는 인물이지요. 어쩌다가 개인적인 사랑과 원한이 비비 꼬여서 온 가족을 잃고 심신에 큰 상처를 입게 되자, 그 착하던 마음 속에 분노가 쌓여 냉혈한 추노의 길로 폭발한 것뿐이지요. 말하자면 이대길에게 있어 물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사랑하는 김혜원이지만, 그녀 외에도 그는 다른 사람을 돌아보고 챙길 줄 아는 반면, 비담은 오직 선덕여왕 덕만 한 사람만을 바라보았을 뿐, 자기와 별 관계도 없는 사람을 도와주거나 측은지심을 갖는 모습은 거의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원래는 착한 사람인데 현재는 악역을 맡고 있는 셈이니, 그것만으로도 이대길의 캐릭터는 매우 역동적입니다. 그리고 비교적 생소한 직업인 추노의 활약상을 생생히 보여줄 터이니 그 또한 흥미롭습니다. 앞으로 그가 어떤 풍랑을 겪으며 어떤 변화를 거치게 될지 자연스레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요즘은 현대극보다 사극 쪽에 확실히 더 볼만한 작품이 많은 것 같습니다. 사극 러쉬가 너무 지나치면 부작용이 있다고도 하지만, 아직 그 정도는 아닌 듯하니 우선은 신나게 즐기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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