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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투게더, MC몽 솔직함이 지나치지 않았나?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해피투게더, MC몽 솔직함이 지나치지 않았나?

빛무리~ 2009. 10. 2.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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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투게더에 이승기와 MC몽, 그리고 오랜만에 보는 봉태규가 나온다고 해서 다른 회보다 기대감이 컸다. (내가 전문 개그 프로그램을 전혀 안 보는 까닭에 예능출연을 거의 안하는 개그맨 허경환에 대한 관심은 솔직히 없었다. 괜히 미안하네..^^;;) 그런데 처음부터 왠지 약간 시청이 불편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작하자마자 온통 이승기에게로 쏠리는 패널들의 관심과 환영이 좀 과하다고 느껴졌다.



보는 사람이 기분 좋게 웃고 넘어갈 정도로 편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면 그렇게 느끼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상당히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그냥 단지 '반가워서' 그런다기보다는, 현재 활동하는 연예인 중 그야말로 최고 주가를 기록하며 달리고 있는 이승기에게 '잘 보이려고' 그런다는 느낌이 더 강했기에, 보면서 썩 느낌이 상쾌하지는 않았다.

무슨 말끝엔가 MC몽이 꺼낸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뜻밖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당연하다고도 볼 수 있고,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이야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지나친 솔직함이 불편했다. 우리 관객들이 무대 뒤편에서 벌어지는 일들까지를 모두 알아야만 할까? 물론 나와는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연예인의 사생활에 관심이 없는 만큼, 무대 뒤편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별로 알고 싶어하지 않는 편이다. 무대에 선 그들은 각박한 삶에 찌든 우리에게 휴식과 꿈을 제공해 주고, 무대 밖의 우리는 그들이 만들어 선사해주는 그 달콤한 꿈을 즐기면 되는 게 아닐까? 무대 뒤편의 어두움과 또 다른 복잡한 세계를 꼭 우리가 생생하게 알아야만 할까? 

"난 너도 어려워." MC몽의 발언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몽이형은 왠지 여자친구를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라는 이승기의 말에 대한 대답이었다. "이승기씨가 요즘 확 떴잖아요. 1박2일 멤버 5명이 모두 이승기씨 눈치를 봐요." 


그들이 만들어내는 꿈이 가상이라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그들에게 있어 예능 프로그램의 녹화현장은 치열한 삶의 터전일 뿐이다. 그 어느 일터에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경쟁이 심한 곳이며, 자칫하면 떨어져나갈 수 있는 불안정한 일터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현재 대세가 누구인지가 매우 중요하며, 줄을 잘 서야 한다는 것쯤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비록 그 '대세'가 가장 어린 막내이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극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TV를 보면서 굳이 그런 생각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더구나 마음 편히 웃자고 보는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저 사람들이 지금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절대 안 그럴거야. 저건 다 처절한 생존경쟁 속에서 극도로 계산된 행동들이야." 이렇게 생각을 한다면 재미는 반감이 아니라 거의 바닥까지 떨어지지 않을까? 더구나 '리얼'을 표방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라면 말이다. 

복잡한 생각하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예능 프로그램을 볼 때는 머리를 그냥 텅 비우는 편이다. 그래서 강호동과 이승기가 유난히 친해 보이는 것도, 언제나 옆에 끼고 음식을 떠먹여주는 모습이 심심찮게 보이는 것도, 맏형으로서 가장 어린 막내를 유난히 귀여워하는 마음의 발현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MC몽의 발언을 듣고 나니, 순수한 호감으로만 생각했던 그 장면들이 갑자기 내 마음속에서 갑자기 너무나 가식적인 장면으로 돌변했다. 말하자면 이승기는 현재 '대세'이기에 누구나 그와 친하게 지내고 싶어하지만, 맏형이요 국민MC인 강호동이 항상 승기의 옆자리를 꼭 차지하고 있기에, 다른 형들은 승기에게 다가설 틈을 찾지 못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리고 MC몽이 승기의 무릎을 베고 눕는 그 장면에서도 단지 "서로 굉장히들 친하구나." 이렇게 생각했을 뿐인데, MC몽의 그 발언을 듣고 나서 생각해보니, 언제나 호동에게 밀려 기회를 잡지 못하던 MC몽이 용케 틈을 타서 잽싸게 승기의 무릎을 베고 누우며 '한 번 더 친한 척 하기' 에 성공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어쩌면 그게 현실일 것이다. 하지만 굳이 알고 싶지는 않은 현실이었다. 왜냐하면... 안다고 해서 아름답지도 감동적이지도 마음편하지도 않으니까 말이다.


이승기에 관한 MC몽의 발언 이외에도, 요즘은 왠지 '무대 뒤편의 이야기'를 즐기는 연예인이 많은 듯하다. 사생활 이야기는 물론이거니와, 제작진들과 출연자들만 알면 될 것 같은 이야기들을 굳이 시청자들 앞에 대놓고 털어놓는 것이다. 이를테면 "김종민씨가 제대하면 우리 해피투게더로 데려오면 안될까요?" 라는 박미선의 멘트를 "왜, 누나 그만두시게요?" 라고 박명수가 받아치는 것도 그런 유형 중 하나이다.

실제로 메인MC 유재석을 제외하고 나머지 패널들의 위치는 그다지 안정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므로 항상 그들의 마음은 "웃어도 웃는 게 아닐"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겉으로는 사이가 좋아 보이지만 속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경쟁의식 때문에 서로를 경계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자기들의 그런 불편한 내면적 심리를 겉으로 드러내는 발언이 언제부터인가 연예인들 사이에서 조금씩 추세를 타고 있는 현 상황을 나는 좀 이해할 수가 없다.

물론 그런 '무대 뒤편의 이야기'들을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그거야말로 진정한 리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이야기들에서 스스로 전혀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이해가 되지 않는다. 좀 범위를 넓혀서 생각해 본다면 '패밀리가 떴다'의 대본 유출 사건 또한 그 '무대 뒤편의 이야기'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굳이 우리가 몰라도 될 일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그 이후에 패떴은 걷잡을 수 없는 하락세를 타게 된 것이 아닌가?

패떴의 대본 유출 사건에는 모두가 그렇게 부정적이었으면서, 이렇게 예능 프로그램 토크 중에서 발언되는 '무대 뒤편의 이야기'를 들으며 깨어지는 꿈에 대해서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오히려 재미있다고 웃을 수가 있을까? 강호동이 이승기를 귀여워하던 그 모습이 자상한 맏형으로서가 아니라, 혹시라도 승기를 구박하면 네티즌한테 욕먹을까봐, 승기에게 잘해줘야 자기의 호감도 역시 올라갈 테니까 그랬을거라는 생각을 하도록 만들어버린 MC몽의 솔직함은 너무 지나쳤던 게 아닐까?

예전에 어느 드라마에선가 이런 대사를 본 적이 있다. "그렇게 다 털어놓고, 당신은 속편하겠지만 나는 어쩌라고? 당신은 솔직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건 솔직함이 아니라 이기심이야." 그것이 어떤 상황에서 나온 대사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확실히 그런 경우가 있다. 솔직함이 오히려 숨기는 것만 못하여, 상대방에게 상처가 되는 경우 말이다.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상처까지 받는다는 것은 좀 오버스럽지만, 실망스런 마음도 일종의 상처라고 본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다.


나는 언제나 솔직함이 굉장한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똑같은 이슬도 새가 먹으면 노래가 되고 뱀이 먹으면 독이 된다." 는 말이 있듯이, 그 솔직함이라는 미덕도 사람에 따라 잘못 사용하게 되면 오히려 독이 될 수가 있다. 대중 앞에 선 연예인들은 물론이고, 우리 모두가 그 경계선을 잘 지킬 수 있어서, 솔직함이 언제나 미덕으로 사용될 수 있기를 그저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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