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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 여행, 느린 숨결로 잠시 쉬어가도 괜찮은 곳 본문

여행을 가다

충북 제천 여행, 느린 숨결로 잠시 쉬어가도 괜찮은 곳

빛무리~ 2016. 2. 29.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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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춘천에 이어 이번 달에는 충북 제천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역시 지자체 후원을 받아 진행되는 '만원의 행복' 여행이다. '청풍문화재단지 - 제천 상설시장 - 교동 민화마을 - 의림지' 순으로 방문했는데, 혹시 눈이나 비가 올까봐 걱정했지만 다행히 바람만 좀 쌀쌀할 뿐 날씨는 좋은 편이었다. 제천의 느낌을 표현하자면, 약간은 단조롭지만 평화롭고 나름의 운치가 있었다. 



1. 청풍문화재단지 


청풍문화재단지는 1985년 충주 다목적댐의 건설로 댐 상류의 청풍면 후산리, 황석리, 수산면 지곡리 등의 마을이 수몰되면서, 그 곳에 있던 유물과 문화재를 원형대로 이전, 복원하여 조성된 관광지이다. 다른 민속촌에서처럼 전시용으로 만든 건물들이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실제로 사용되던 것들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다. 버스를 타고 휘휘 산길을 달려 올라 도착했다. 


단지가 꽤 넓고 둘러볼 곳이 많은 데 반해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아마 이 곳이 유일한 유료관광지라서 그랬던 것 같다. (나중에 다시 오라고..;;) 보물 제 528호와 546호로 지정된 한벽루와 석조여래입상 등이 있다는데, 우리는 반대 방향에 위치한 망월산성과 연리지 쪽에 더 관심이 끌려서 미처 그 보물들을 관람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단지 입구 쪽에는 자그마한 초가집들이 무척 많았는데, 농촌 출신인 남편은 마치 어렸을 때 친구네 집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쪽으로 들어서니 금병헌(관아)이 있다. 역시 실제로 사용되던 곳인데, 실감나는 관람을 돕기 위해 사또와 이방, 죄수와 포졸 등의 인형들이 전시되어 있다. 화살표를 따라 왼쪽으로 꺾어지니 완만한 산길로 이어지고, 조금 올라가니 커다란 두 나무가 이어져 있는 연리지가 나온다. 그런데 이 곳의 연리지는 잎이 지나치게 무성하여 서로 손잡은 듯한 나뭇가지의 모양새가 뚜렷이 보이질 않는다. 아무튼 지극한 부부애를 상징한다는 연리지 밑을 남편과 함께 지나려니 괜시리 혼자 감개무량했다. 


좀 더 깊이 들어가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면 삼국시대에 축조된 망월산성을 만날 수 있다. 이제는 그저 성터만 남아있을 뿐 그 자체로 볼만한 것은 야트막한 담 뿐이지만, 그 높은 위치에서 내려다보는 청풍호의 자태가 제법 유혹적이다. 오가는 길에 두꺼비 모양의 바위도 있고 기타등등 자잘한 볼 것들이 많다. 옛 사람들의 발자취가 조금은 생생히 살아 숨쉬는 듯, 평온한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2. 제천 상설시장 (중앙시장, 내토시장) 


이런 패키지 여행 코스에는 꼭 시장이 포함되어 있는데, 항상 그렇듯 별로 사거나 구경할 것은 없다. 그냥 점심이나 먹고 좀 쉬는 시간일 뿐이다. 그런데 볼 것도 없는 곳에 너무 긴 시간을 배정한 일정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마도 먼 길 운행하느라 피곤한 기사분에게 휴식이 좀 필요해서였던 것 같기는 하다. 제천에는 딱히 유명한 먹거리도 없는데, 그나마 빨간오뎅이 유명한 편이라고 해서 몇 꼬치를 샀다. 순대국으로 점심을 먹은 후라 배가 불러서 포장해 갖고 집에 와서 저녁 때 먹었는데, 좀 매콤할 뿐 대단히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 



밥집을 찾기가 쉽지 않았는데, 순대국집이 눈에 띄길래 그냥 들어갔다. 바람도 차고 하니 뜨끈한 국물과 든든한 밥이 좋을 것 같았다. 남편이 평소 순대를 좋아하기 때문에 당연히 순대국도 좋아할 줄 알았다. 그런데 다 먹고 나더니 '사실은 느끼해서 별로'라고 말한다. 순대는 좋아하지만 순대국은 안 좋아할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시장에서 가장 흔히 보이는 것이 순대국집인데, 다음부터는 다른 메뉴를 찾아봐야 할 것 같다. 시간이 한참 남아서 근처 카페에 들어가 아이스티를 마시며 쉬었다. 


3. 교동 민화마을 


교동은 향교가 있는 마을이다. 옛날 충북 지역에서는 나름 교육1번지였던 셈이다. 이 곳의 집들은 모두 아담한 단층인데, 벽에는 온통 벽화와 민화가 그려져 있다. 가장 유명한 벽화는 '박달재 도령'과 '금봉 낭자'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그림인데, 얽혀있는 전설은 매우 단순하다.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던 박달재가 이 곳에서 하룻밤 유숙을 하던 중 주인집 딸 금봉과 사랑에 빠졌는데, 다시 돌아오마고 약속한 달재는 과거에 떨어진 후 면목이 없어 돌아오지 못했고, 애타게 기다리던 금봉은 상사병으로 죽고 말았다는 것이다. 



한참 후에야 그 소식을 들은 박달재는 뒤늦게 후회하며 달려와 금봉의 무덤 앞에서 통곡을 했다고 한다. (교동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가이드는 마치 구연동화라도 하는 것처럼 이 전설 이야기를 살짝 오버스럽게 들려주었다.) 민화 골목이 너무 작아서 금세 구경이 끝난다는 점에서는 아쉽지만, 그래도 나름 사진 찍으며 놀기에는 괜찮은 곳이었다. 동네 강아지 한 마리가 낯선 외지인들을 반기며 줄창 꼬리를 흔들고 있는 모습이 무척 귀여웠다. 


4. 의림지 


의림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저수지로서, 삼한시대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국사기, 고려사, 세종실록, 신증동국여지승람 등에 기록이 있다. 대단히 볼 것은 없지만, 역사적으로는 꽤 가치있는 곳인 듯하다. 저수지가 상당히 커서 그 주변을 따라 한 바퀴 돌다 보면 운동량이 적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오전에 망월산성에 다녀오느라 혹사했던 다리가 차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래도 오후 햇빛에 반짝이는 물결이 하도 아름다워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다. 애써 배경을 잘 잡으니 남편과의 커플 셀카도 제법 괜찮게 나왔다. 



비교적 간단한 일정을 마무리하고 서울에 돌아오니 오후 6시가 좀 넘었다. 특별히 화려하거나 다채롭거나 쫄깃한 재미가 있는 여행은 아니었지만, 느린 숨결을 고르게 내뱉으며 한 박자 쉬고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많이 걸어서 몸은 피곤했지만 정신적으로는 휴식이 되었다는 뜻이다. 바쁜 일상에 치여 숨가쁜 사람들에게 제천은 잠시 쉬어가도 괜찮은 곳일 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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