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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 규현과 양세형, 논란의 핵심은 무엇일까?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라디오스타' 규현과 양세형, 논란의 핵심은 무엇일까?

빛무리~ 2016. 2. 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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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에 게스트로 출연한 양세형과 MC 규현 사이에 공방전이 벌어지면서 그 후폭풍으로 인터넷이 한창 시끄럽다. 먼저 개그맨 양세형의 주장을 보면 "1년쯤 전에 슈퍼주니어 김희철의 부탁을 받고 규현의 친구 결혼식에 사회를 봐주었다. 식이 끝난 후 사례금을 받기는 해야겠는데, 좀 모양 빠지는 것 같아서 그냥 차를 몰고 나오는 길에 ATM에서 돈을 뽑아들고 나오는 규현과 마주쳤다. 그런데 규현은 봉투도 없이 5만원짜리 4장 가량을 "이거 가져가세요" 하며 불쑥 내밀었고, 옆에는 규현의 친구까지 있었는데 그 돈을 차마 받을 수 없었다. 그래서 "형이 어떻게 이 돈을 받겠냐, 나중에 술이나 사라!" 하고 헤어졌는데, 그 후로 1년이 지나도록 규현은 술 한 잔 사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연락조차 없었다."는 내용이었다. 



양세형의 폭로가 끝나자 순식간에 동료 MC들의 비난이 들끓으며 규현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하지만 규현의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었다. "결혼식이 오후 5시인가 6시였는데 형(양세형)은 누가 봐도 어제 과음을 하고 조금 전에 일어난 사람의 모습으로 왔다. 오죽하면 결혼하는 친구가 '저 형 뭐냐. 단 한번 뿐인 남의 결혼식에 저런 모양새로 메이크업도 안 하고 온 건 너무하지 않느냐'고 해서 나는 '형이 무지 바쁜 일이 있었을 거다'라고 달래주었다. 식이 끝난 후 사례금을 드리려는데 형이 벌써 차를 몰고 나오시길래 급해서 봉투를 챙길 겨를이 없었고, 액수는 5만원짜리 4장이 아니라 20장이었다. 그런데 형이 받지 않으셔서 술을 사기로 했는데 어쩌다 보니 그 후로 아직까지 술을 못 사드리고 있다." 라고 규현은 해명했다. 


양세형은 그 날 자신의 행색이 결혼 당사자가 불쾌하게 여길 만큼 형편없었다는 생각을 전혀 못했던 것 같고, 규현이 내민 돈의 액수가 20만원이 아니라 무려 100만원이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던 것 같았다. 봉투 없이 내미는 돈을 언뜻 보고 당황한 나머지 잘못 보았던 모양이다. 양세형은 규현을 향해 "결국 저를 쓰레기 만드네요" 하더니 카메라를 보며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고 사과하는 것으로 토크를 마무리했다. 선공을 펼쳤지만 규현의 거센 반격에 KO패를 당한 셈이었다. 그런데 방송 후 인터넷상의 분위기는 MC로서 게스트의 토크를 유하게 받아넘기지 못하고, 독하게 되받아친 규현 쪽이 훨씬 더 잘못했다는 식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 경우 논란의 초점은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볼 때 1년 전 결혼식장에서 발생한 문제와 1년 후 '라디오스타' 녹화 당시에 발생한 문제는 완전히 별개의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라디오스타'에서의 문제를 본다면, 꽁한 심정을 담아두었다가 방송중에 작정하고 폭로하며 공격한 양세형의 잘못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녹화에 앞서 규현과 먼저 대화를 나누었다면, 그 날 자신이 잘못한 부분과 오해한 부분이 무엇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하지만 양세형은 수많은 사람이 함께 있는, 더욱이 공적인 자리에서 개인적인 묵은 감정을 터뜨렸다. 토크의 재미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솔직히 보복성 멘트의 느낌이 강했다. 


그러니 규현의 입장에서도 방어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게스트의 거친 토크를 부드럽게 받아넘기며 조절하는 것이 물론 좋은 MC의 능력이지만 규현은 본업이 가수일 뿐 전문 MC도 아니고, 더욱이 사람 많은 공적 장소에서 불현듯 극심한 공격을 당했을 때 반격하지 않고 웃어 넘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그 공격의 상당 부분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면, 당연히 그 자리에서 오해를 풀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무조건 "네, 제가 잘못했죠" 라고 인정한다면, 오히려 '선배에게 봉투도 없이 덜렁덜렁 20만원을 들이민 4가지 없는 후배'의 이미지가 생겨서 더 치명적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1년 전 결혼식장에의 문제를 본다면, 양세형보다는 규현 쪽의 잘못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물론 남의 결혼식에 사회를 봐주러 가면서 누가 봐도 술에 찌든 후줄근한 모습으로 지각 일보 직전에 허겁지겁 들어선 게 사실이라면 그것은 양세형의 잘못이다. (규현 친구 결혼식에서 양세형의 모습이 찍힌 사진이 현재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데, 사진상으로는 복장도 말끔하고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공적 자리에 임하는 연예인으로서 메이크업을 안하고 온 사실이 거슬렸던 것일까?) 하지만 무성의해 보이는 양세형의 태도가 거슬렸다 해도, 그 후 1년 동안이나 연락하지 않은 것은 규현의 치명적인 실수라고 봐야 한다. 


두 사람은 평소 친한 사이도 아닌 것 같은데 양세형이 일을 해 주고도 돈을 받지 않았으니, 규현은 마땅히 추후에 연락해서 어떤 식으로든 보답을 해야만 했다. 게다가 한국 사람들은 사양하는 것을 미덕이라고 생각하는지라, 겉으로는 사양해도 그게 진심이 아닌 경우가 많다. 한 번 사양했다고 "아, 그래요? 안 받으실 거예요? 알았어요." 이러면서 입을 싹 씻으면, 겉으로는 뭐라 못해도 속으로는 십중팔구 흉을 보거나 욕을 할 것이다. 일반인의 경우도 그러한데 하물며 연예인으로서 공적인 일을 해 준 사람이라면, 아무리 사양하더라도 무조건 대가는 지급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규현은 무려 1년 동안이나 연락하지 않았고, 양세형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결혼식 사회를 '공짜로' 봐준 셈이 되고 말았다. 만약 규현이 며칠 후에라도 전화해서 "형 그 날 감사했어요. 약속대로 제가 술 한 잔 살게요" 라고 했거나 또는 "형 죄송한데 제가 스케줄 때문에 너무 바빠서 술 사겠다는 약속은 지키기가 힘들 것 같아요. 그 날 수고해 주셨는데 약소하지만 감사의 뜻으로 좀 부쳐 드릴게요" 라고 했더라면, 1년 후 이와 같은 문제는 절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일 친구까지 보는 앞에서 봉투도 없이 맨돈을 덥석 받아들기가 민망했던 형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이해했다면 당연히 그래야만 했던 것이다. 



물론 술을 사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시간이 흘러서 아직도 못 산 것일 뿐, 공짜로 부려먹고 입을 싹 씻은 것은 아니라고 변명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1달도 아니고 1년이라는 시간은 그 변명을 무색하게 만든다. 진짜 보답할 마음이 있었다면 아무리 바빠도 1년을 그냥 흘려보내지는 않는 법이니까 말이다. 양세형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썩 잘 나가는 연예인도 아닌데, 훨씬 좋은 입장의 규현이가 정말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그 동안은 잊고 지냈을지 모르나 규현이 MC로 있는 '라디오스타'에 출연 제의를 받고 보니 새삼 억울했던 기억이 떠올랐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방송 녹화중에 보복성 발언을 한 것은 잘못이었지만 말이다. 


토크가 끝날 즈음 규현은 "제가 술 꼭 사겠습니다. 언제든지 말씀하시면 꼭..." 하면서 웃었다. 하지만 양세형이 먼저 연락해서 "너 약속대로 나한테 술 사!" 라고 한다는 것은 이제까지도 뻘쭘한 일이었지만 앞으로는 더욱 뻘쭘한 일이 되었다. 진심으로 술을 살 마음이 있다면 규현 쪽에서 먼저 연락하는 것이 마땅한 상황인데, 과연 그렇게 될지는 의문스럽다. 두 사람이 진짜로 술자리를 함께 하여 마음을 터놓고 서운함을 털어내며 돈독해질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어렵다면 규현이 뒤늦게라도 그 때 마무리하지 못했던 사례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 이는 단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예의의 문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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