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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몽' 서장훈의 의견에 공감하는 이유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동상이몽' 서장훈의 의견에 공감하는 이유

빛무리~ 2015. 5. 1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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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무용계의 샛별로 주목받고 있는 17세 소녀 김현아, 각종 대회의 우승을 휩쓸며 1등을 거의 놓치지 않고 있지만 유독 엄마에게서는 칭찬을 받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1등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언제나 더 잘 하라고만 채찍질하는 엄마. 현아는 어린 나이에 퇴행성 디스크 판정을 받고 극심한 허리 통증에 시달리건만, 엄마는 한시도 편안한 휴식을 허락하지 않고 더 근력을 강하게 키워야 한다며 쉴 새 없이 다그친다. 현아는 선천적으로 근육량이 많아 몸의 선이 날렵하게 나오지 않는 편인데, 엄마는 현아의 그런 체질이 걱정되었는지 더욱 더 혹독한 감시와 간섭으로 다이어트를 압박 종용한다. 



이 모녀의 갈등을 두고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의 패널들은 두 갈래로 나뉘어 논쟁을 벌였다. 정확히 말하면 서장훈이 홀로 절대 다수의 '부모팀'과 맞서서 고군분투했다. 그런데 김구라, 지석진을 비롯한 '부모팀'의 의견에는 전혀 공감되지 않고 오직 서장훈의 의견에만 100% 공감했던 것은 혹시 나도 서장훈처럼 '자식 없는' 사람이라서 그런 것일까?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부모'가 되는 순간, 어쩌면 그 중 대다수의 사람들은 객관적 판단력을 잃어버리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 연약한 아이가 무한경쟁의 각박한 사회 속에서 살아남게 하려면, 조금이라도 더 밀어주고 당겨주고 채찍질해줘야 한다는 생각에만 사로잡혀 버리는 것이다. 


그 채찍질이 아이에게 약이 되는지 독이 되는지에 관해서는 의외로 큰 관심이 없다. 아무리 호되게 야단을 치고 감시를 하고 잔소리를 퍼부어도 모두 아이를 위해서 하는 것인데, 그 숭고한 사랑에서 비롯된 자신의 행동이 아이에게 설마 독이 될 거라고는 믿을 수 없는 까닭이다.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아이를 위해서 그러는 거니까, 마땅히 아이에게는 이로운 약이 될 거라고 철석같이 믿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부모의 그런 믿음은 틀렸다. 부모의 과도한 간섭과 통제가 아이에게 독이 되는 경우는 분명 있을 뿐 아니라 꽤 많다. 만약 아이의 내면에 '반골' 기질이 있다면, 부모의 억압은 자식의 미래를 100% 망치게 될 것이다. 



반골(反骨)이란 옳고 그름을 떠나 일반적인 권위나 방식, 관습 등에 맹종하기보다는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거나 비판과 반항을 일삼는 기질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그 자체만으로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기는 어려운, 양면성을 지닌 기질이다. 이와 같은 기질을 지닌 사람은 누군가 옆에서 간섭 통제 억압하는 순간, 잘 하고 있던 일도 하기가 싫어진다. 이를테면 저 혼자 공부해서 5등 안에 들던 아이한테 좀 더 열심히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간섭 통제의 강도를 높였더니 1등으로 올라서기는 커녕 10등 밖으로 떨어져버리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억압에 진저리를 치면서 동시에 공부에의 흥미도 잃었기 때문에, 그 이후 다시 성적을 올리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물론 사람마다 타고난 성품이 다르기에, 반골 기질이 없고 순응하는 성격이라면 간섭과 통제의 결과로 약간의 발전을 기대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은 공부든 운동이든 자기가 해야만 하는 것이다. 아이가 1등의 재목이고 챔피언의 그릇이라면 자신의 노력과 의지만으로도 1등과 챔피언이 될 수 있겠지만, 그럴만한 재목과 그릇이 되지 못한다면 백 날 옆에서 때리고 잔소리해봐야 소용없다. 그저 서로의 가슴에 피멍만 들 뿐이다. 서장훈의 의견처럼 부모의 역할은 최상의 환경을 마련해서 뒷받침해 주고 응원해주는 것이지, 김구라의 의견처럼 달리는 말에 채찍질 한답시고 쉴새없이 아이를 다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서장훈은 김현아의 어머니에게 말했다. "어머님이 현아가 잘 되기를 바라신다면, 앞으로 세계적인 무용수가 되어서 이름을 떨치길 바라신다면, 일단 현아를 그냥 내버려둬 보세요. 현아가 정말 '잘 될 사람'이라면 혼자 내버려 두어도 얼마든지 잘 해낼 거예요. 만약 혼자만의 의지로는 안 돼서 계속 살찌고 무용도 점점 못하게 된다면 그건 어차피 '안 될 사람'인 거예요!" 김구라와 지석진을 비롯한 '부모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지만, 내가 듣기에는 구구절절 옳은 발언이었다. 어째서 부모들은 '강제하면' 더 잘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본인들의 어린 시절에는 정말 그랬나? 


김구라는 프로골퍼 배상문 선수의 어머니 이야기를 꺼냈는데 그 내용이 자못 충격적이었다. 그 어머니는 경기 도중에라도 아들의 샷이 좋지 않다고 생각되면 경기장으로 들어와서 아들의 뺨을 때린다는 것이었다. 너무 쇼킹한 이야기라서 나는 잠시 멍해졌는데, 김구라는 오히려 "그만큼 열정적(?)으로 관심 갖고 뒷받침해주는 부모가 있기 때문에 자식의 성공이 있다"는 식으로 말도 안 되는 결론을 몰고 갔다. 가슴 서늘하도록 무서운 부모의 욕심과 이기심이었다. 서장훈은 그에 반박했다. "그 선수가 우승을 한 것은 그만큼의 실력과 운이 있었기 때문이지, 어머니한테 따귀를 맞아서가 아니에요. 그것은 단지 마음의 큰 상처가 될 뿐이죠!"



 

김현아 양이 지금의 훌륭한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은 본인의 재능과 의지와 노력 때문이다. 그게 없었다면 엄마가 아무리 채찍질을 해도 소용없었을 것이다. 그걸 반대로 생각하면 굳이 엄마가 현아의 일상을 옥죄지 않더라도, 현아 혼자서 얼마든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짐작컨대 현아에게 반골 기질은 없는 것 같다. 만약 조금이라도 반골이 있었다면, 1등은 커녕 벌써 돌이킬 수 없이 망가지고 말았을 테니까. 24시간 숨막히는 통제와 억압 속에서도 이토록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걸 보면, 현아는 굉장히 착하고 순한 성품이다. 하지만 어느 때라도 인내심의 한계가 폭발한다면 그 결과는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엄마는 아침 일찍부터 현아를 위해 채소를 다듬어 샐러드를 만들어 주고, 차를 운전해서 현아를 학교에 데려다 주는 등, 모든 일상을 현아에게 맞추어 희생하며 뒷바라지하고 있다는 식으로 주장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현아를 위해서라기보다 오히려 엄마의 자기 만족을 위한 이기심의 발로였을 뿐이다. 서장훈 역시 '어머님의 자기 만족'이라는 표현을 썼다. 현아를 진짜로 위한다면 무용 성적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그 아이의 내면적 상태에 더욱 집중해야만 했는데, 엄마와 가족들은 그러지 못했다. 현아에겐 하루종일 채소 몇 장과 과일 몇 조각만 먹도록 강요하면서, 가족들은 보란듯이 그 아이 앞에서 고기를 구워 매일매일 푸짐한 식사를 했다. 


"다른 식구들까지 안 먹을 수는 없잖아요" 현아 엄마가 말하자 서장훈이 분노한 말투로 외쳤다. "아, 그럼 방에 들어가서라도 좀 드세요!" 서장훈은 농구선수로서 최고의 정점을 찍고 은퇴한 사람이다. 한국 농구를 이야기할 때 서장훈의 이름은 결코 빠질 수 없고, 그의 업적은 영원한 금자탑으로 남을 것이다. 그의 부모님 역시 아들을 위해 많은 희생과 뒷받침을 해주셨다고 한다. 평생 아들에게만 집중하셨기 때문에, 웬만한 농구 심판들보다도 농구 규칙을 더 잘 알고 계실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서장훈이 은퇴를 하고 나니 부모님의 인생은 삽시간에 헛헛해지고 말았다. 


서장훈은 자신이 요즘 방송 출연을 하는 이유도 사실은 부모님의 헛헛함을 달래드리기 위한 이유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아 엄마에게도 너무 딸에게만 집중하지 말고 본인의 인생을 즐기시라는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솔직히 현아 엄마가 귀담아 들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서장훈의 그 조언에는 가슴저린 진심이 가득했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학교와 무용학원에서뿐만 아니라 집에서조차 한 순간도 맘 편히 쉬지 못하는 현아의 일상은 보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혔다. 만약 나였다면 숨 막혀 죽을 것만 같았다.  



'아빠 어디 가'에 송종국이 스케줄 문제로 참석하지 못한 날, 지아 엄마 박잎선이 그 자리를 대신한 적이 있었다. 그 날의 주제는 아이들에게 '효(孝)'의 근본 정신을 가르치는 거였는데, 박잎선은 제작진이 참고자료로 내 준 사자성어 목록을 7살 짜리 송지아에게 무조건 외우도록 강요했다. 사자성어의 수준이 만만치 않아서 어른들도 잘 모르는 거였는데, 심지어 국문과 출신인 내가 봐도 좀 생소한 단어까지 들어 있었는데 말이다. 그걸 어린애한테 외우게 한다는 건 누가 봐도 의미 없고 말도 안 되는 일이었기에 다른 집 아빠들은 아무도 제작진의 의도를 오해하지 않았는데, 오직 박잎선만이 자신도 외우지 못하는 사자성어를 꼬맹이한테 억지로 주입하려 했다. 


너무 황당해서 "도대체 왜 저래?" 하고 있는데, 그 순간 제작진은 '엄마 욕심' 이라는 단어를 자막으로 띄웠다. 짐작컨대 제작진 중에도 '엄마'가 있었기 때문에, 엄마의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던 모양이다. 무조건 제 아이가 1등 했으면 좋겠고, 아무리 어려운 공부도 척척 잘 해냈으면 좋겠는 엄마의 욕심... 이성적으로 따져보면 말이 안 된다는 것을 금세 깨달을 수 있으련만, 아무리 어려운 한자라도 왠지 내 아이는 하려고만 하면 외울 수 있을 것 같은... 엄마는 그런 생각이 드는 모양이다. 


그 지극한 모성을 어찌 폄하할 수야 있을까마는, 가끔씩은 한 발짝 떨어져서 차분한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싶다. 아이에게 진짜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혹시 지금껏 아이를 위해 희생한다고 여겼던 자신의 행동이 오히려 아이에게는 독이 되는, 부모로서의 지나친 욕심이 아니었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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