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떨리는 가슴-제1화' 사랑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바치는 시(詩)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떨리는 가슴

'떨리는 가슴-제1화' 사랑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바치는 시(詩)

빛무리~ 2013. 2. 1. 12:20
반응형

 

 

 

2월부터는 글감이 있든 없든 무조건 1일 1포스팅을 해 볼 생각인데, 계획대로 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요즘 볼만한 드라마가 별로 없군요. 노희경 작가의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기다리는 중인데 시작되려면 아직도 2주 가량이나 남았고, 예능 프로그램 중에도 제 마음을 잡아끄는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요 며칠간은 오래 전의 드라마 몇 편을 다운받아 보는 것이 쏠쏠한 재미였어요.

 

특히 2005년 4월부터 5월까지 MBC 주말극으로 방송되었던 '떨리는 가슴'은 아주 독특한 기획과 구성으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드라마를 다시 감상하며 알싸한 떨림과 뿌듯한 따스함을 다시 느낄 수 있었지요. 그래서 2월달에는 가끔씩 최신 프로그램에 대한 글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 '떨리는 가슴' 리뷰를 차례대로 써 볼까 생각중입니다. 이 드라마는 총 6화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에피마다 2회씩의 분량이 할당되어 총 12회로 종영하였습니다. 놀라운 것은 각 에피마다 작가와 연출이 모두 다르다는 거예요. 그러니 어떻게 보면 2부작 드라마 6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등장인물이 모두 똑같기 때문에 한 작품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떨리는 가슴'은 한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김창완과 배종옥 부부, 그들의 딸 보미(고아성), 그리고 배종옥의 여동생 배두나가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는 중심인물들이죠. 그 외에 각 에피소드마다 특별한 인물들이 초대됩니다. "당신은 살아오면서 언제 가장 떨렸는가?" 6편의 에피소드는 제각각 다른 주제를 싣고 있기도 하지만, 드라마 전체를 꿰뚫는 주제는 이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겠네요. 한 가족이지만 저마다 다른 입장에 처한 사람들... 그들의 인생에서 겪는 가장 떨리는 순간들을 통해 우리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제1화의 소제(小題)는 '사랑' 입니다. 2005년도에 이 작품을 썼던 김인영 작가는 그 후 2008년에 '태양의 여자', 2012년에 '적도의 남자'와 같은 화제작을 집필했죠. 제1화의 주인공은 29세의 싱글녀 배두나인데, 그녀에겐 깊은 사랑의 상처가 있습니다. 21세의 어린 나이로 미국에 어학연수를 갔다가 불같은 사랑에 빠져 결혼했지만 3개월만에 남편에게 차이고 이혼녀가 되었죠. 알고 보니 남편은 사랑하던 여자와 헤어진 후 홧김에 '아무나' 붙잡고 결혼을 감행했는데, 그를 진짜로 사랑했던 배두나가 '아무나'의 희생양이 된 거였습니다. 한동안 마음의 문을 닫고 폐인처럼 살다가 가족들의 도움으로 다시 살아난 배두나는 점차로 예전의 따스한 열정을 회복해 갔습니다. 어느 덧 8년의 세월이 지나고, 그녀에게도 새로운 사랑이 다시 찾아왔군요. 지독히 운 나쁜 내 인생에도 이런 행복이 찾아 오는구나 싶게, 꿈 같은 사랑이었습니다.

 

 

배두나의 마음을 대변하듯, 제1화에는 시종일관 에디뜨 삐아프의 노래 'Non, Je Ne Regrette Rien' 이 울려 퍼집니다.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 모두 흘러간 일, 잊혀진 일인걸~ 이제 지난 날에 묶여 있지는 않겠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거야~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 내 인생, 내 기쁨은 오늘 당신과 함께 시작하는 거니까~" 배두나의 새로운 사랑이자 제1화의 남주인공으로는 신화의 김동완이 등장합니다. 광화문의 대기업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강성재(김동완)는 근처 CD샵에서 일하는 배두나에게 반해서 데이트 신청을 하고, 배두나가 선뜻 받아들이면서 그들의 사랑은 순조롭게 시작되는 듯했죠. 아주 순수하고 평범한, 그런 보통의 사랑...

 

하지만 배두나의 평범치 않은 과거는 그들의 사랑에 폭풍을 몰고 옵니다. 21세 때의 그녀 만큼이나 황홀한 사랑에 흠뻑 취해버린 강성재는 사전에 그녀의 동의조차 구하지 않은 채 자신의 부모님께 결혼 계획을 말씀드리고 그녀를 인사시키려 했지요. 너무나 힘든 고백이기에 차일피일 미루고 있던 배두나는 혼비백산합니다. 강성재의 부모님은 며느릿감을 보기 위해 오늘 당장 시골에서 올라온다 하시는데, 안절부절 못하던 배두나는 갑작스레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고 말았죠. 강성재는 적당히 소심하고 보수적인 보통 남자였을 뿐 특별히 개방적이거나 마음 넓은 남자는 아니었기에, 그녀의 과거를 듣고 심각한 혼란과 배신감에 휩싸입니다.

 

 

무엇보다 강성재를 괴롭히는 것은 질투심이었습니다. 그녀의 웃는 얼굴을 너무나 사랑했던 그이기에, 그녀가 다른 남자 앞에서도 그렇게 웃었을 것을 생각하면 불같이 화가 났죠. 그녀가 자기에게 헌신적으로 잘해주는 모습조차 "예전에 그 놈한테도 이렇게 잘해 주었겠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꼬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미 사랑에 금이 가버렸다고 판단한 성재는 이별을 고하고 떠나갔지만, 결국 질투심과 배신감은 사랑을 이겨내지 못했군요. 그리움을 견디다 못한 성재는 두나에게로 돌아왔고, 기다리던 두나는 기꺼이 받아주면서 둘의 사랑은 다시 한 번 따스한 봄날을 맞이하는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성재의 부모님을 만나던 날, 배두나의 얄궂은 운명은 또 심술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하필이면 성재의 아버지는 8년 전 두나의 결혼식에 주례를 서 주셨던 선생님이 아니겠습니까? 미처 인사를 하기도 전에, 멀찌감치서 배두나를 먼저 알아본 것은 성재의 아버지였습니다. "얘, 너 두나 아니냐? 오랜만이구나... 남편이 아주 잘해주나보다. 결혼한지가 벌써 언젠데 아줌마 티가 하나도 안 나고 여전히 고운 걸 보니..." 두나와 성재의 가슴에 쿵 하고 바윗돌이 떨어집니다. 그런데 성재의 어머니는 옆에서 한 술 더 뜨시네요. "아, 당신이 처음으로 주례를 섰던 결혼식의 색시로군요. 그 때 결혼사진, 아직도 우리 집에 그대로 있는데..."
 
 

 

당혹스런 배두나는 약속이 있다는 핑계로 자리를 피하고, 강성재는 여자친구에게 급한 일이 생겨서 올 수 없게 되었다고 부모님께 거짓말을 합니다. 오랫동안 고민하지만, 차마 "아버지가 8년 전에 주례를 서셨던 그 결혼식의 신부가 바로 저와 결혼할 여자입니다" 라고 말할 자신이 없었던 성재는 또 한 번 두나에게 이별을 고하는군요. 두나가 애절하게 매달려 보았지만 소용이 없네요.

 

마침 그 무렵 형부 김창완이 '처제에게 호감을 가진 후배'라면서 배두나에게 신성우를 소개합니다. 아들 하나를 둔 이혼남이라는 사실에 언니 배종옥은 펄펄 뛰지만, 깊이 상처받은 배두나에게 신성우의 유쾌한 성격은 약간의 치유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신성우가 청혼을 하자 배두나는 부드럽게 거절하는군요. "아저씨 때문에 저의 예전 남편을 이해하게 됐어요. 사랑의 상처가 얼마나 깊었으면 아무나 붙잡고 결혼하려 했을까, 이제는 이해가 돼요. 그래서 아저씨, 미안해요... 청혼을 받아들일 수 없어요. 그 사람이 했던 실수를 내가 똑같이 반복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한편 괴로워하던 강성재는 아버지에게, 결혼하고 싶었던 여자가 사실은 배두나였음을 털어놓고 맙니다. 그런데 아버지(김성겸)의 반응은 전혀 뜻밖이로군요. "왜 그 자리에서 말하지 않았니? 네가 사랑하는 여자라면, 그 정도 용기는 냈어야지! ... 이 애비가 선뜻 환영한다고는 못 했겠지만, 네가 그 여자 아니면 안 된다는데야 어쩔 수 있었겠니?" 아버지가 이토록 너그럽게 이해해 주실 줄은 미처 몰랐기에, 지레짐작으로 두려워하며 사랑하는 여자를 떼어냈던 성재의 후회는 더욱 컸습니다. 이미 그녀에게 두 번의 이별을 고했지만, 다시 사랑을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 성재는 두나에게로 달려가는군요.

 

하지만 뜻밖에도 배두나는 돌아온 강성재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못 헤어지겠다고 눈물로 애원하던 그녀가 언제 그랬냐는 듯 냉정해져 버렸네요. "우린 끝났어. 인연이 아냐. 우리가 인연이었으면, 당신 아버지가 내 결혼식 주례를 보셨겠니? ... 미안하다, 잘 가. 다시는 우리 안 만났으면 좋겠어!" 매몰차게 거절하고 돌아서는 배두나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네요. "너는 내가 평생 무거울 거야. 너한테 그런 부담이 되고 싶지 않아. 왜냐하면... 아직도 너를 많이 사랑하니까..." 이 독백이 바로 그녀의 진심이었습니다.

 

 

두나와 헤어진 성재는 소개로 만난 여자와 몇 개월만에 쉽게 결혼 날짜를 잡았습니다. 배두나는 그의 결혼식을 몰래 지켜보러 달려가면서도 자기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군요. 그런데 강성재는 예약했던 결혼식을 불과 며칠 전에 취소한 상태였습니다. 허탈하게 돌아서는 배두나의 발걸음은 헤어질 때보다 더욱 무겁고 슬퍼 보이네요. "왜 그랬니, 바보처럼... 너도 이제 또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힘든 고백을 해야 되잖아. 그게 얼마나 죽고 싶은 숙제인지, 너도 알게 될 거야..." 그 후로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은 잠시 멈추고 서로를 바라보다가 무감히 스쳐 지나갑니다. 한 마디 인사도, 가벼운 미소도 없이... 마치 모르는 사이처럼, 원래 그랬던 것처럼.

 

배두나가 일하는 CD샵에서는 여전히 '후회하지 않아(Non, Je Ne Regrette Rien)'가 흘러 나오는데, 정말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성재가 돌아왔을 때, 그냥 붙잡으면 안 되었던 걸까요? ... 어쩌면 소심한 성재에게 있어 두나의 과거는 평생 감당하기 어려운 짐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불타는 사랑으로 잠시 덮어둘 수 있다 쳐도, 인생의 힘겨운 고비가 찾아올 때마다 그 기억은 되살아나 성재를 괴롭혔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사람의 앞일은 모를 것이니 어쩌면 무던히 행복하게 살았을지도 모르는데, 긍정적 가능성보다 부정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헤어짐을 택한 것을 정말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평생의 짐이 될까봐 두려워했던, 그가 더 이상 자기 때문에 상처받거나 힘들어하기를 바라지 않았던 배두나의 이타적인 사랑은 아름다운 만큼이나 쓰라린 안타까움을 남겼습니다.

 

 

"왜 그 사람보다 너를 먼저 만나지 못했을까?" 배두나는 강성재를 만난 후 몇 차례나 이렇게 되뇌입니다. (사랑은 타이밍이다?) 간신히 어려움을 극복했나 싶었지만, 그의 아버지가 나의 주례 선생님이었다는 공교로운 사실과 마주합니다. (사랑은 운명이다?) 제1화를 통해서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의 결론은 이 포스팅의 제목과 같이 내려졌군요. '사랑을 잃어버린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시(詩)'

 

이 짧은 드라마 속에는 아련히 잊혀진 기억 속의 사랑도 있고, 이제 막 헤어져서 미치고 죽을 것처럼 아픈 사랑도 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사랑을 잃는다는 건 참으로 고통스런 일이죠. 하지만 정말 사랑하기 때문에 그를 위해서 놓아 주었던 배두나의 희생적인 사랑을 보며, 제 머릿속에는 "좋은 사람~ 사랑했었다면~ 헤어져도 슬픈 게 아니야~" 라는 노래 가사가 떠올랐습니다. 이루지 못한 사랑이라도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면, 먼 훗날 "나는 절대로 후회하지 않아" 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 사랑을 잃고 아파하는 사람들에게도 언젠가는 또 다시 사랑이 찾아오겠지요..^^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