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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앨리스' 한세경을 살리기 위해 싸이코가 된 차승조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청담동 앨리스

'청담동 앨리스' 한세경을 살리기 위해 싸이코가 된 차승조

빛무리~ 2013. 1. 21.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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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승조(박시후)가 정신질환의 일종인 조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초반부터 드러나 있었죠. 심지어 차승조의 가장 친한 친구 허동욱(박광현)의 직업은 정신과 전문의로 설정되어 있는데, 그는 친구이자 주치의로서 언제나 차승조의 정신 상태 변화를 예민하게 주시해 왔습니다. 10살 때 부모님의 이혼으로 받았던 충격... 아버지로부터 위자료를 받아내기 위해 승조를 이용하려 했던 어머니... 어린 아들에게 그 이야기를 여과 없이 털어놓으며 "사랑한다는 말을 믿어서는 안 된다. 그건 너를 이용하겠다는 뜻이다" 라고 가르쳤던 아버지... 그 후로 사랑을 믿지 못하게 되었지만, 누구보다 사랑을 갈망하며 지내왔던 시간들... 그러다가 처음으로 알게 된 사랑 서윤주(소이현)...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그녀에게 인생을 걸었지만, 오직 하나뿐이었던 사랑의 결과는 잔인한 배신과 허망한 이별로 되돌아 왔고... 그 엄청난 충격은 여린 심성의 차승조를 환자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조증 때문에 눈물샘이 메말라 버려, 언젠가부터는 아무리 울고 싶어도 울 수가 없던 차승조였습니다. 그런데 가난한 연인 소인찬(남궁민)을 구해 달라며 정성 가득한 필체로 자신에게 탄원하던 한세경(문근영)의 손편지를 읽는 순간, 차승조의 눈물샘은 제 기능을 회복하게 되었죠. 이쯤 되면 차승조가 한세경을 사랑하는 것은 필연입니다. 잃었던 눈물을 되찾아 준 그녀... 세상에 없다고 생각했던 진짜 사랑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 그녀는 차승조에게 있어 구원의 여신이니까요. 그녀로 인해 다시 한 번 사랑을 믿게 된 차승조는 사랑 때문에 울고 웃으며 인생 최고의 행복을 누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믿었던 한세경마저 돈을 노리고 자신에게 접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치유되어 가던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죠.

 

 

이제껏 유쾌한 웃음과 순수한 눈물을 보여주며 100% 호감형 남자로만 인식되던 차승조 캐릭터는 14회에서 갑자기 냉혈한 싸이코처럼 돌변하며 섬뜩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충분한 밑밥이 깔려 있으니 이 변화를 결코 생뚱맞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변화된 차승조의 모습은 당황스럽기 그지없더군요. 질투에 눈이 먼 신인화(김유리)의 폭로로 차승조는 한세경의 실체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토록 사랑하던 한세경이, 이 세상 흔한 속물녀들과는 절대 다르다고 믿었던 그녀가, 사실은 자기가 경멸해 마지 않던 속물녀들 중 하나였을 뿐임을 알게 된 것이죠. 하지만 스스로 충격을 감당할 자신이 없던 차승조는 현실을 부정하려 합니다. 정신과 의사 허동욱의 진단에 의하면 차승조에게 있어 '현실 부정'은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보호하려는 일종의 방어기제라고 할 수 잇습니다.

 

차승조는 일부러 한세경을 데리고 사람 없는 성당을 찾아갑니다. 자꾸만 머릿속을 파고드는 현실을 어떻게든 부정해 보려는 발버둥이라고나 할까요? 아무도 없는 고요한 성당의 제단 앞에서 차승조는 한세경의 손을 잡고 단 둘만의 혼인 서약을 시작합니다. "나의 사랑과 신의의 표지로 당신께 드리는 이 반지를 받아 주십시오!" (이 드라마에 사용된 대사들은 실제 천주교 혼인 예식과는 큰 차이가 있었고, 심지어 일부분은 작가가 자의적으로 지어낸 것들도 있었지만, 오직 이 대사만은 천주교 혼인미사에서 사용되는 정확한 문장이었습니다. 저 자신이 최근에 경험한 일이라 기억이 정말 생생하다는..^^;;) 미처 반지는 준비하지 못했지만 승조는 세경의 빈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는 시늉을 하며 마음을 전달합니다. 하지만 그에 답례하는 한세경의 목소리는 자꾸만 떨리면서 속으로 기어들어가는군요. "나의 사랑과... 신의의 표지로... 당신께 드리는 이 반지를..." 엄숙한 성당의 제단 앞에서 감히 '신의'라는 단어를 입에 담자니, 진실하지 못한 마음으로 이 남자를 속여 왔던 자신의 지난 날들이 생선가시처럼 목에 걸리고 말았던 게지요.

 

 

 

그녀의 심란한 기분을 눈치 못 챘을 리 없건만, 차승조는 무조건 혼인 서약을 강행하며 두 사람의 관계를 확정지어 버리려 합니다. 하지만 한세경은 순순히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으며 잘못을 고백하려 하는군요. "사실은 나... 승조씨한테 거짓말을..." 그런데 갑자기 다른 사람처럼 무섭게 변해 버리는 차승조의 표정을 본 한세경은 입이 얼어붙어 말문이 막히고 맙니다. "하지 마... 한 마디만 더 하면... 죽여 버릴거야!" 그 순간 저는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온 몸에 소름이 돋아나더군요. 좀전까지 해맑은 소년처럼 유쾌하게 웃고 있던 그 남자와, 지금 뱀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여자를 노려보며 '죽여 버리겠다!'고 말하는 이 남자가 정말 같은 사람이란 말인가?!!

 

"미안해요, 승조씨... 내가 잘못했어요. 승조씨가 아니라 내가 잘못한 거예요. 그러니까 자신을 괴롭히지 말아요!" 한세경은 뒤늦게나마 그를 사랑하게 되어버린 진심을 담아 눈물로 애원했지만, 차승조의 어두운 눈빛은 조금도 흔들리거나 밝아지지 않았습니다. "네가... 네가 다 망쳤어!" 상처받은 남자는 그렇게 떠나 버리고, 그 뒤에 홀로 남아 애끓게 오열하는 세경... 한참을 울다가 문득 정신과 의사 허동욱의 조언을 떠올린 그녀는 미친듯이 차승조를 찾아 헤매기 시작합니다. "절대로 승조 인생에 그런 일은 없어야겠지만 혹시라도 다시 생긴다면,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생각하고, 절대 혼자 두지 마세요. 꼭 곁에 있어 주세요!"

 

 

"한 마디만 더 하면 죽여 버릴거야!"라고 차승조는 외쳤죠. 하지만 '죽여 버리겠다'는 그 대상은 어쩌면 한세경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현재 극도의 불안 상태에 놓인 그의 정신 상태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니까요. 그의 아버지 차일남 회장(한진희)이 가장 염려했던 상황도 바로 이런 것이었습니다. 오죽하면 한세경이 꽃뱀과 다름없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그냥 덮은 채 며느리로 맞이하려 했을까요. "절대 고백하면 안 돼. 이 사실을 알게 되면 그 남자는 죽어!" 라고 외치던 서윤주의 말도 허황된 엄포가 아니라 진실이었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정말 큰 일을 저질러 버릴지도 모르는 차승조를 생각하며 발을 동동 구르던 한세경은, 언젠가 함께 파리에 가서 살자던 그의 말을 기억해내곤 늦지 않게 공항으로 쫓아가 붙잡을 수 있었습니다.
 
 

"다 끝났어. 절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 이제 내 인생에... 한세경은 없어!" 차갑게 돌아서는 차승조의 앞을 가로막고 한세경은 말했습니다. "헤어지자면 헤어져요. 하지만 아직은 안 끝났어요. 승조씨는 진짜 내 모습을 다 봐야 해요. 다 보고 나서도 받아들일 수 없다면, 그 땐 온전히 나를 버리고 가도 돼요!" 세경의 당찬(?) 선언에 응원이라도 하듯, 그 순간 경쾌한 멜로디의 OST '소나기'가 울려 퍼집니다. "햇살 가득 안고 달려가~ 네 모든 꿈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지금 이대로의 분위기라면 '청담동 신데렐라' 한세경의 꿈은 헛되지 않게 이루어질 듯합니다. 그녀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된 차승조는 다시금 사랑을 믿게 되고 정신질환도 완치되어서, 눈부신 햇살이 온 천지에 가득한 어느 날, 두 사람은 아름다운 해피엔딩을 맞이하겠지요. 종영까지 불과 2회를 남겨놓고, 14회의 엔딩은 매우 희망적인 느낌으로 처리했더군요.

 

 

여주인공 한세경 캐릭터에 몰입도는 빵점이었지만, 그저 남주인공 차승조의 매력에 홀린 나머지 계속해서 보고 있던 드라마입니다. 그런데 실망스럽게도 작가는 죽어가는 한세경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차승조를 약간 망가뜨린 것 같네요. 원래 정신질환이 있던 캐릭터이긴 하지만 그렇게 갑자기 냉혈한 싸이코처럼 변하면서 사람을 놀라게 하다니... 그 모습이 얼마나 충격적이었던지, 저렇게 무서운 사람 곁에 있기 보다는 차라리 사랑을 포기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물론 여자가 많이 잘못해서 상처를 주긴 했지만, 상처받았다고 해서 모든 남자가 죽거나 폐인이 되는 것은 아닌데, 그 순간 차승조의 눈빛은 진짜로 자기 자신을 '죽여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서 정말 무서웠거든요. 그런데 이런 남자를 옆에서 흔들리지 않도록 굳건히 붙잡아 주고, 다시 사랑을 믿게 함으로써 병을 낫게 해줄 수 있다면, '어설픈 된장녀'(or 꽃뱀)로서 일부 시청자들에게 질타받던 여주인공 한세경의 캐릭터는 삽시간에 '구원의 여신'으로서 아름답게 살아날 수 있겟지요.

 

왠지 새드엔딩은 절대로 아닐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한세경이 '신데렐라'가 되지 않고 '앨리스'로 남는다면 과연 어떤 식으로 해피엔딩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조금은 궁금해집니다. 한세경이 앨리스처럼 원래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면, 차승조가 '이상한 나라' 청담동을 떠나 그녀가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세상으로 들어오게 될까요? 하지만 그러한 설정도 무리가 있는 것이, 우선 차승조가 맡고 있는 아르테미스 한국지사의 회장 자리는 엄연히 자신의 힘으로 일구어낸 것이기에 굳이 버려야 할 이유가 없고, 그 다음으로는 진정한 해피엔딩이 되려면 차승조는 아버지 차일남 회장과도 화해를 해야만 하는데 그가 한 여자 때문에 또 다시 모든 것을 버린다면 영영 부친과의 화해는 어려워질 듯하기 때문입니다. 설마 차일남 회장까지 로열그룹을 버리고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는 건 아니겠지요? ㅎㅎ

 

 

*** 덧글 : 차일남 회장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파리에서 차승조가 재기할 수 있도록 최초에 힘을 실어 준 은인은 바로 아버지 차회장이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젊은 무명화가의 작품을 어떤 바보 재벌이 수억대의 비싼 값에 사들이겠어요? 차회장은 비록 냉정하고 강압적인 성격의 인물이지만 아들 승조에 대한 사랑만은 지극해 보입니다. 서윤주가 너무 쉽게 거래에 응하며 기꺼이 아들 곁에서 떠나겠다고 말하자, 차회장은 넌즈시 이렇게 물었었지요. "그런데... 승조를 사랑하기는 했나?" 그 말 한 마디에서 아들에 대한 짙은 연민이 느껴지더군요.

 

자신에게 순종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승조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고 빈털터리로 쫓아냇지만, 계속 눈을 떼지 않고 살펴보며 위기에 처할 때마다 도와준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물론 처음에만 도움을 받았을 뿐, 그 이후에는 차승조 본인의 실력과 노력으로 현재의 자리에까지 오른 거지만요. 차회장은 아들을 위해 가난한 세경의 아버지에게 먼저 사과도 했고, 아들에게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 비밀을 지켜 달라며 젊은 신인화에게 간절히 부탁을 하기도 했습니다. 차일남 회장의 뻣뻣하고도 은근한 부성애는 볼 때마다 가슴을 따뜻해지게 만드는 이 드라마의 백미 중 하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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