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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 드라마 리뷰 /신사의 품격

'신사의 품격' 둔한 남자 임태산(김수로)의 각성을 기다리는 이유

빛무리~ 2012. 6. 10. 07:15

 

 

이건 뭐 40대 남성들의 사랑 이야기라는데, 무슨 10대 소년들의 첫사랑보다도 유치하기 짝이 없네요. 김도진(장동건)이 서이수(김하늘)에게 하는 행동은 꼭 유치원 남자아이들이 좋아하는 여자아이의 치맛자락을 들추고 냅다 도망가는 (일명 아이스케키..;;) 짓거리와 별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게다가 여주인공 김하늘은 매회 점점 더 심해지는 오버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데, 솔직히 너무 오글거려서 닭이 될 지경입니다. 제가 원래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를 선호하는 취향은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다른 때보다 특히 정 붙이기가 힘드네요.

 

형식만 부부일 뿐 '제비와 사모님'에 지나지 않는 이정록(이종혁)과 박민숙(김정난)의 이야기도, 코믹한 껍데기로 둘러싸 놓기는 했지만 그 내면을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역겨운 악취를 견디기가 힘듭니다. 수십년을 사시사철 발정난 수캐처럼 살아가는 이정록 같은 놈도 친구랍시고 매번 감싸주는 것이 옳은지, 그 철딱서니들과 어울리는 것을 보면 그나마 좀 괜찮은 편인 임태산(김수로)과 최윤(김민종)의 캐릭터마저도 그 밥에 그 나물이다 싶을 지경입니다. 하지만 역시 가장 문제되는 것은 '신사의 품격'과 너무도 거리가 먼 남주인공 김도진이겠죠. 물론 언젠가는 사랑을 얻기 위해 진정한 '신사의 품격'을 갖춘 남자로 변화되겠지만, 어쨌든 그 때까지는 지독히 매력없고 싱거운 까칠남에 불과할 테니까요.

 

 

그럼에도 계속 시청하는 이유는 궁금증 때문입니다. 이제 막 등장한 콜린(이종현)의 생부가 누구일지도 궁금하지만, 저는 그보다 훨씬 더 궁금한 것이 있어요. 자신을 향한 서이수의 오랜 짝사랑을 드디어 임태산이 알게 되었을 때, 네 남녀의 관계는 어떻게 변화될까 하는 부분입니다. 메인커플은 분명 김도진과 서이수이련만, 좀처럼 그들의 러브라인을 응원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 저로서는 차라리 임태산의 자각과 더불어 서이수와의 관계가 급진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거든요.

 

임태산 캐릭터는 네 명의 남자들 중 가장 사내답고 듬직한 친구입니다. 우직하고 올곧은 남자답게 예민하거나 섬세한 것과는 담쌓고 지내는 남자라서, 벌써 몇 년째 서이수의 짝사랑을 받으면서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이수의 짝사랑은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눈치챌 만큼 요령없고 티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벌써 오래 전부터 알고 있는 여동생 임메아리(윤진이)는 물론이려니와, 이제 단짝친구 김도진과 애인 홍세라(윤세아)까지 알게 되었는데도 여전히 임태산 본인만은 깜깜 절벽이니, 알고 보면 둔팅이도 이런 둔팅이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 남자... 왠지 둔해서 더 멋있네요.

 

 

세상 모든 남자가 자기 손아귀에 있다고 착각하는 홍세라 같은 여자에게, 사실 순정마초 임태산은 너무 아까운 남자입니다. 버젓이 애인과 더불어, 애인의 여동생을 방문하러 갔던 미국에서, 애인의 여동생이 지켜보는 줄도 모르고 낯선 백인 남자와 스스럼 없이 키스를 주고받을 만큼, 홍세라는 그런 여자죠. 임태산을 사랑한다면서도 그 사랑 하나로 만족하지 못하는 그녀의 자유분방함은 알게 모르게 임태산에게도 영향을 끼쳐왔을 겁니다. 워낙 둔한 남자니까 그녀의 헤픈 행실을 눈치채지는 못했더라도, 수시로 밀려드는 허전함과 외로움은 피할 수 없었을 거예요. 껍데기뿐인 홍세라의 사랑에 정성이라고는 손톱만큼도 깃들어 있지 않았으니까요.

 

잦은 다툼과 이별 속에 그 사랑에 대한 확신도 희미해져갈 즈음, 태산은 드디어 알게 될 겁니다. 야구단 심판으로서, 세라의 친구로서 오랫동안 보아 왔던 서이수가 자기를 짝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뒤이어 모든 것을 깨닫게 되겠죠. 세라가 직접 만들었다던 생일 케이크, 세라가 직접 떴다던 목도리, 세라가 직접 구했다던 '루이스 칸'의 절판된 책들... 그 일련의 과정 속에 세라는 없었다는 것을, 그 뒤에는 떳떳하게 나서지도 못한 채 안타까운 사랑으로 몰래 자신을 지켜보던 서이수의 존재가 있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언제나 떼쓰고 투정하며 군림하려 들던 홍세라, 사랑한다면서 그 어떤 정성도 보이지 않던 홍세라, 사랑한다면서 툭하면 다른 남자들을 만나 간보고 맛보면서 저울질하던 홍세라... 그런 홍세라의 가식적인 사랑에 지쳐갈 때쯤 서이수의 진실한 사랑을 깨닫는다면, 임태산의 마음도 움직이지 말라는 법이 없지요. 임태산처럼 무뚝뚝한 남자의 진심이 움직인다는 것은 얼핏 생각해도 보통 일이 아닙니다. 저는 그 다음에 일어날 일들이... 특히 재수탱이 남녀의 반응이 몹시 궁금합니다.

 

홍세라는 지금 서이수가 임태산을 짝사랑한다는 사실만 알게 되었을 뿐인데도 거의 멘붕 수준이죠. 그런데 다 잡아놓은 고기 취급하던 임태산이 그 마음을 돌려 서이수를 사랑한다면, 홍세라는 어떻게 될까요? 그리고 해가 바뀌도록 여전히 유치한 깐족거림으로 서이수를 약올리며, 심지어 다른 여자와의 원나잇 스탠드를 버젓이 그녀 앞에 자랑하듯 과시하던 나쁜 남자 김도진은 어떻게 될까요? 저는 솔직히 이 두 사람의 뒤통수를 한 번 제대로 후려쳐 주었으면 싶거든요.

 

 

임태산과 서이수의 러브라인이 한동안 진행되기를 바라는 것은 사실 그런 이유에서가 큽니다. 그 정도의 충격이 아니면, 김도진과 홍세라는 둘 다 자존심이 지나치게 센 사람들이라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 거예요. 변화되는가 싶으면 또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고, 계속 그런 식이겠죠. 이 둔한 남자 임태산은 도대체 언제쯤이면 진실을 깨닫고 각성하게 될까요? 5회에서도 별다른 기미는 보이지 않았지만, 저는 오늘 방송될 6회에서도 그 순간을 기다릴 겁니다.



1 Comments
  • Charlotte 2012.06.12 15:13 세라가 속물적 캐릭터로 밉상이긴 하지만 저는 서이수 캐릭터가 비겁해서 더 싫어요. 서이수가 진심으로 임태산을 사랑했다면 임태산의 사랑을 위해 빨리 자신의 마음을 접거나 세라의 집에서 나와야 했어요. 아니면 기회가 왔을 때 다시는 안 볼 생각 하고 고백을 하거나. 지금 서이수는 짝사랑의 상대도, 가장 친한 친구도 불행에 빠트리는 최악의 삼각관계 트러블메이커거든요. 게다가 가장 비겁한 행동은 메아리에게 자신의 마음을 모두 알게했다는 점이에요. 세라를 싫어하는 메아리의 마음을 부추기는 꼴이 되고 있잖아요. 세라의 인간성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서로 짝사랑의 동질감, 동료애 차원이라고 해도... 두 사람이 사귀기 전부터 메아리가 서이수의 감정을 알고 있었다고 해도, 세라와 함께 살고 또한 임태산을 형한 짝사랑이 현재진행중이라면 메아리에겐 거짓말로라도 이미 포기한 사람이라는 언지를 줬어야 정상인 듯. 김도진 캐릭터는 둘째치고, 저는 서이수가 너무 이기적이고 의뭉스런 여자 같아서 전혀 애정이 안가네요. '제발 둘이 헤어지기만 해라 내가 태산씨 마음껏 사랑할 수 있게'라는 속 시커먼 비밀을 간직한 여자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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