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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과 다큐멘터리

'불후의 명곡2' 이별 앞에서 기쁨을 노래하다

빛무리~ 2012. 5. 2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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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 시즌2는 여전히 전쟁터이지만, 순위와 탈락의 부담이 없는 '불후의 명곡2'는 점점 더 흥겨운 축제의 장이 되어가고 있군요. 특히 전설 '윤복희-윤항기' 편은 깊은 감동을 주면서도 아릿한 슬픔이 느껴졌고, 한편 아쉬우면서도 한편 흐뭇한 것이 마치 기나긴 축제의 마지막 밤처럼 느껴졌습니다. 오랫동안 '불명2'의 가족으로 함께 해 온 가수들이 무려 4팀이나 한꺼번에 잠정휴식을 선언하고 하차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탈락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야 있겠지만, 그래도 이별은 이별인지라 허전함을 달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이번 주에 출연한 6팀의 무대는 모두 알차고 훌륭했습니다. 하차하는 가수들이 어느 때보다 심혈을 기울여 마지막 무대를 준비한 것은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남아있게 되는 홍경민과 에일리도 언제나처럼 기대 이상의 무대를 선사해 주었지요.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사랑을 잃은 여인의 처절한 슬픔을 노래한 에일리의 '나 어떡하라고'는 한 편의 잘 만들어진 멜로영화를 본 듯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고, 록 버젼으로 연출된 홍경민의 '장미빛 스카프'에서는 강렬하면서도 세련된 남성미가 물씬 풍겼습니다. 사실 홍경민도 이 무렵쯤 휴식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돌연 김구라가 은퇴하고 새로 투입된 전현무는 아직 프로그램에 적응을 마치지 못한 터라, 불안해서 하차를 미루었다는군요. 물론 홍경민의 책임감과 의리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불명2'의 분위기가 얼마나 가족적인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하차하는 가수들의 선곡이 어딘가 심상치 않더군요. 자신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할 노래인데 하나같이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부르는 노래 같았고, 이별 앞에서도 슬퍼하기보다는 그 동안 나누었던 깊은 우정에 고마워하며 서로를 격려하는 것 같았습니다. 모든 노래에서 한결같이 그런 느낌이 전해지니, 왠지 기분이 묘하더군요. 윤복희-윤항기 남매의 노래 중에 이렇게 좋은 노래가 많다는 사실도 새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임태경이 선택한 노래는 윤항기의 '나그네'였습니다. "우리 모두는 인생이라는 길을 따라서 방랑하는 나그네 같아요. 그 길이 외로운 길이 아니라 행복과 사랑을 찾아가는 아름다운 방랑이기를 기원합니다.." 임태경의 차분한 인사와 함께 시작된 노래는 과연 가사도 그러했습니다. "가는 길 험난해도 굽힐 줄 모른다오... 사랑을 찾아서, 행복을 찾아서... 희망을 안고 가는 정처 없는 나그네길... 영원한 사랑을 찾는 나는 나는 나그네..." 생각해 보면 '회자정리(會者定離)'라는 말처럼 우리는 참으로 많은 이별을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더군요. 지금은 비록 헤어지지만 상대방이 가는 길에 사랑과 행복이 있기를 기도하는 '나그네'는 정말 아름다운 이별의 노래였습니다.

 

 

언제나 개성이 넘치는 무대를 보여주던 그룹 '노브레인'은 윤복희의 노래 '친구야 친구'를 선택했습니다. "친구야 친구야~ 마음껏 웃어보자~ 바람 불고 파도치는 넒은 바다에서~ 등댓불을 찾아가는 용기와 희망을~" 특유의 거친 목소리로 노래하던 보컬 이성우는 갑자기 무릎을 꿇고 앉아서 그 동안 '불명2'를 함께 했던 친구들의 이름을 큰 소리로 하나씩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태경이형, 경민이, 알리, 성훈이, 에일리~ (등등)" 한 사람의 이름이 외쳐질 때마다 무대 뒤의 화면에는 그 가수의 얼굴이 클로즈업되었고, 나중에는 화면이 온통 친구들의 사진으로 채워졌습니다. 대기실에서 지켜보던 동료 가수들의 눈에는 모두 눈물이 가득 고였지요. "친구야 친구, 내 친구야~" 한없이 반복되는 그 후렴구가 너무도 정겨워서, 순간 제 눈시울도 뜨거워졌더랬습니다.

 

브라운아이드소울의 막내 성훈은 윤항기의 '그런 거지 뭐'를 선곡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성훈의 노래가 취향에 잘 맞지 않는 편이라 그 동안은 별 관심이 없었지만, 오늘의 무대는 정말 좋더군요. "다 그런 거지, 뭐 그런 거야~ 그러길래 미안 미안해~" 듣고 보면 참 유명한 노래죠? 살다 보면 힘든 일도 많고 아쉽게 헤어져야 할 때도 있지만, 원래 인생은 다 그런 것이니 슬퍼할 필요 없다는, 뭐 그런 낙천적 의미를 지닌 가사인 것 같아요. 어찌 생각하면 삶에 지치고 힘들 때는 너무 심오한 언어보다 이 단순한 말이 가장 큰 위로와 격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알리는 윤복희의 '여러분'을 선택하여 불렀습니다. 워낙 명곡이라 손대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절대 가창력을 자랑하는 대선배 임재범까지도 난색을 표명하며 이것을 어떻게 편곡해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노래인데, 과연 알리는 실력만이 아니라 자신감과 포부도 당차고 탄탄한 후배였습니다. "네가 만약 외로울 때면 내가 위로해 줄게~ 네가 만약 서러울 때면 내가 눈물이 되리~ 나는 너의 영원한 형제야~ 나는 너의 친구야~" 윤복희가 최고의 명곡으로 인정한 '여러분'이라는 노래 자체의 힘과 알리의 든든한 실력이 더해지니, 축제의 마지막 무대는 더없이 화려한 감동으로 장식되었습니다. 굳이 우승자를 따질 필요가 없을 정도로 알찬 방송이었지만, 어쨌든 우승은 알리에게 돌아갔군요. 

 

하차 소감을 묻는 인터뷰에서 임태경은 '불후의 명곡2'를 통해 자신의 다양한 모습을 많은 분들께 보여드릴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고,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경계선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자기의 신념이 옳았던 것 같아서 더욱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알리는 자기 인생 중 가장 힘들었을 때 오히려 가장 행복함을 준 곳이 '불후의 명곡2' 였다고 하더군요. 노브레인 멤버들은 '불명2'를 통해 다른 무대에서 하지 못했던 다양한 시도들을 해볼 수 있었고, 자신들의 새로운 모습을 많이 발견했기에 떠나면서도 아쉬움이 없다고 하나같이 밝은 표정이었지요. 한편 오랫동안 저조한 성적에 시달리던 성훈은 마지막 무대에서 1승을 거두자 "불후의 명곡이 나를 버리지 않았다" 면서 눈물까지 글썽였습니다. 그들 모두에게 '불후의 명곡2'는 정말 의미가 깊고 고마운 무대였나봐요.

 

 

이별 앞에서도 슬픔이 아니라 감사와 기쁨을 노래하는 가수들의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흐르는 눈물도 아프지 않고 따스하게 느껴질 뿐이었습니다. 경쟁과 탈락에서 비롯되는 긴장감이 나름대로의 흥미와 재미를 이끌어내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런 것 없이도 이렇게 충분한 감동을 줄 수 있음을 증명했으니, 복제품의 오명을 쓰고 시작한 프로그램이긴 해도 '불후의 명곡2'는 너무나 훌륭히 성장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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