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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의 남자' 김승유, 인복(人福) 하나는 끝내준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공주의 남자

'공주의 남자' 김승유, 인복(人福) 하나는 끝내준다!

빛무리~ 2011. 8. 2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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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인공 세령(문채원)은 이제 슬슬 민폐 캐릭터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김승유(박시후)의 형수와 조카딸 아강이는 노비의 신세가 되어 원수의 일당 중 한 명인 온녕군(윤승원)의 집에서 일하게 되는데, 세령은 적극적으로 나서서 그 가엾은 모녀를 구해 승법사로 피신시킵니다. 역적의 수괴로 몰린 김종서(이순재)의 가족을 도왔다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다른 사람이라면 죽을 위기에 처할 것이나, 수양대군(김영철)의 딸인 세령으로서는 자신의 안위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었지요. 하지만 어쨌든 이 정도의 활약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령은 더 이상 민폐 캐릭터가 아님을 증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김승유를 살려달라고 애원하며 자기 목에 칼을 들이대고 죽겠다는 협박(?)으로 아비를 설득하려던 모습도, 저는 감동적이기보다 그저 답답해 보였습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수양이 딸자식의 그 정도 협박에 굴복할 리도 없거니와, 실제로 김승유가 참형의 위기를 모면하고 유배형을 받아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금성대군(홍일권)의 용기와 어린 임금 단종(노태엽)의 결단에 힘입어서였을 뿐, 세령의 도움을 받아서 그리 된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그 정도의 역할밖에 할 수 없는 무력한 여주인공의 모습이 정말 답답했더랍니다. 하지만 이제 김종서의 며느리와 손녀를 구하면서, 이세령은 조금씩 실제적 힘을 행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에 비해 남주인공 김승유는 아직도 민폐 캐릭터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배지로 향하던 길에 제 아비 김종서의 마지막 숨통을 끊어 놓았던 왈패 함귀를 발견하고, 광기어린 포효와 함께 그를 죽여 복수의 첫걸음을 내딛기는 했으나, 함귀는 고작 하수인에 불과하며 피라미 중의 피라미인지라 별로 만족스런 성과는 아니었습니다. 반드시 김승유의 죽음을 확인하고 돌아가서 한명회(이희도)에게 보고해야 하는 왈패들은 계속해서 포위망을 좁혀 오는데, 김승유는 어떻게 그 위기를 모면할지 스스로 머리를 짜내지도 못하고 그저 멍하니 있을 뿐입니다.


결국 눈부신 지혜를 짜내어 모든 상황을 해결하고 김승유를 위기에서 구해 준 것은, 함께 유배지로 향하던 죄수 조석주(김뢰하)였습니다. 이 조석주라는 사람의 캐릭터가 매우 인상적이더군요. 그는 마포나루의 유곽 빙옥관의 두목인데, 그 빙옥관의 실체가 어딘가 심상치 않습니다. 겉보기엔 기생집이지만 속으로는 일종의 비밀결사조직 같은 느낌도 들고 말이죠. 조석주의 계략에 속아넘어가 김승유가 죽었다고 확신한 왈패들은 아주 홀가분하게 돌아갔고, 김승유와 조석주도 그들의 눈을 피해 몰래 한양으로 잠입해 들어옵니다. 조석주는 부상당한 김승유의 몸이 회복될 때까지 안전한 빙옥관에서 지낼 수 있도록 그를 깊이 배려해 주는데......

정신을 차리고 부시시 일어난 김승유는 누가 보더라도 탈출한 죄수같은 몰골로, 산발한 머리와 정신나간 눈매를 하고 한양 한복판을 터덜터덜 걸어 다닙니다. 심지어 가족들 아무도 남아 있지 않은, 폐가가 되어버린 자기 집을 찾아가 봉인된 문짝을 바라보며 눈물짓기도 합니다. 게다가 지나가던 젊은 여인과 어린 아이를 형수와 조카로 착각하고 달려들어 덥석 끌어안는 등 괴이한 행동마저 서슴지 않습니다. 하여튼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킬만한 행각은 골고루 다 하고 다닙니다.

그러잖아도 동네 사람들 중 김종서의 막내아들 김승유를 알아보는 사람이 적지 않을텐데, 그런 꼴을 하고 대낮에 버젓이 집 앞에 모습을 드러내다니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무모한 행동입니다. 그러다가 붙잡혀서 개죽음을 당하게 되면, 집안의 복수고 뭐고 단숨에 물 건너갈 뿐만 아니라, 애써 자기를 구해 주고 여기까지 데려다 준 조석주의 노력도 무의미해지지 않겠습니까? 이건 아무래도 어리석은 민폐 캐릭터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점이 있다면, 아직까지 김승유 자신은 별 볼 일이 없지만 그의 주변에는 강력한 협조자들이 든든하게 포진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비록 계유정난의 피바람 속에 모든 가족을 잃고 엄청난 비극의 주인공이 되었지만, 기본적으로 김승유는 매우 인복이 있는 사람인가 봐요.

김승유의 협조자들을 나열해 본다면, 우선 그에게 흠뻑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수양의 딸 세령이 있고, 오랜 친구인 부마 정종(이민우)이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경혜공주(홍수현)도 그의 편이 되어 줄 것이고, 심지어 친구에서 원수로 변해버린 신면(송종호)까지도 세령의 약혼자가 되면서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 김승유의 남은 가족들을 돕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존의 인연들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유배지로 향하던 배 안에서 맺게 된 새로운 인연들입니다. 대표적 인물이 바로 왈패들을 따돌리고 김승유의 은인이 된 조석주입니다. 조석주의 존재는 앞으로 김승유의 가장 큰 배경이 될 것이며, 둘도 없는 친구이자 동지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귀여운 허풍쟁이 왕노걸(윤종화)도 있습니다. 안평대군이 대역죄인으로 사사당하면서 그의 가노였던 왕노걸 역시 중형을 받아 먼 곳으로 유배를 가던 중이었는데 그 길에서 조석주, 김승유와 인연을 맺게 되었지요. 평범한 가노에 불과했던 자신의 신분을 고려 왕족의 후손이라고 주장하는 엉뚱함을 지녔으나, 막내동생처럼 살가운 태도로 "형님~ 형님~" 하고 부르며 따르는 모습을 보니, 이 인물도 외로운 김승유에게 적잖은 위로가 되어 줄 듯 합니다.

조석주를 통해서 인연을 맺게 된 빙옥관의 기생들 역시, 김승유에게는 의외로 든든한 인맥이 되어 줄 것입니다. 얼음선녀라고 불리우는 기생 행수 초희(추소영)는 조석주의 연인인데, 보통 내로라 하는 고관대작들도 이와 같은 여인의 치마폭에서 놀아나는 경우가 많지요. 짐작컨대 그녀는 김승유의 강력한 정보통이 되어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트랜스젠더 최한빛이 연기하고 있는 기생 무영의 캐릭터는 '빙옥관의 검객'이라고 소개되어 있는데, 그 역시 최한빛과 같은 입장의 사람입니다. 외모는 아리따운 여인과도 같지만 생리학적 성은 남자이기 때문에, 뛰어난 무예 실력은 물론이거니와 남자의 완력마저 지니고 있겠지요. 이 사람도 김승유의 복수극에 상당히 요긴한 도움을 줄 듯 합니다.

이상한 것은 김승유가 특별히 친절하게 대하거나 은혜를 베풀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이 저절로 다가와 그의 친구가 되어 준다는 점입니다. 한동안은 조석주와 김승유의 팔이 쇠사슬로 묶여 있어서 함께 도망다니고 모든 행동을 함께 할 수밖에 없었지만, 단지 그 이유만으로 사람의 사이가 그렇게 가까워질 수는 없습니다. 김승유의 태도는 시종일관 뻣뻣하기만 하고, 묻는 말에 대답도 잘 하지 않고, 사람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는 일도 거의 없었는데, 조석주와 같은 귀인이 대체 무엇 때문에 일일이 그를 챙겨 주고 무작정 그의 편이 되어 주는지 모를 일입니다. 원한으로 가득찬 김승유의 번뜩이는 눈빛을 보고, 그 강렬함에 홀딱 반해버린 걸까요? ;;


어쨌든 이렇듯 인복이 많은 김승유이니,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펼쳐질 그의 복수극은 꽤나 흥미진진할 듯 싶습니다. 부디 더 이상은 민폐 캐릭터의 오명을 이어가지 말고, 주인공다운 능력과 매력을 한껏 발휘해 주었으면 합니다. 더불어 세령도 12회에서 보여준 긍정적 모습을 절대 잃지 말고, 강인한 여성으로서 계속 성장해 나가길 바랍니다. 아무래도 주인공들의 매력이 살아나야만 드라마가 빛을 발하게 되니까요. 두 사람 다 조금씩만 더 멋있어진다면, 주로 한심하게만 보였던 그들의 아픈 사랑에도 훨씬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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