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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잘 키운 딸 하나'를 띄엄띄엄 시청하면서 전체적으로 매우 황당무계하고 유치하지만 그래도 높이 살만한 덕목 두 가지쯤은 갖춘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첫째는 스스로 여자임을 핑계대지 않고 당당히 자기 능력으로 남자들과 동등하게 일하며 경쟁하는 여자가 얼마나 멋진가를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는 사실이다. 세상이 변했다며 입으로는 양성평등을 외치면서도 속으로는 여전히 신데렐라의 꿈을 꾸는 여성이 적지 않고, 심지어 '청담동 앨리스'처럼 그런 여자들의 꿈을 정당화시키려는 드라마까지 등장했다. 그리고 이제껏 드라마 속 여자들은 능력이 있어도 남자의 그늘에 가려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남자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자기 실력을 제대로 펼칠 수도, 꿈을 이룰 수도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잘 키운 딸 하나'의 여주인공 장하나..
솔직히 가끔은 '내가 이 유치한 드라마를 왜 보고 있나?' 하는 의문이 생길 때도 있다. 처음에는 그저 '관성' 때문이었다. 무려 133부작에 달하는 '못난이 주의보'를 재미있게 시청하다가 그게 종영되고 나니 허전했던 탓이다. 경쟁사의 '오로라 공주'도 막장 논란을 즐겨가며 시청했었는데 비슷한 시기에 종영되고 말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후속작들은 전작들의 재미와 명성에 미치지 못했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조선시대 뺨칠 만큼의 남녀차별 가풍을 보여주는 '잘 키운 딸 하나', 단순한 구조 속에 우유부단의 극치를 달리는 여주인공을 내세운 '빛나는 로맨스'... 둘 다 썩 마음에 안 들지만 아무것도 안 보자니 허전해서, 어쨌든 나는 '잘 키운 딸 하나'를 선택했다. 두 작품이 60회 가량 방송된 현재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