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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예전에 나는 당신을 아저씨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나는 그 어떤 말로도 당신을 부르지 않게 되었습니다. 유진이는 이제 더 이상 아홉살 어린아이가 아닙니다. 남들처럼 나에게도 평범한 삶이 주어졌다면, 지금쯤 누군가의 아내가 되고 나를 닮은 아이의 엄마가 되었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당신을 만나면서부터 나에게 주어진 삶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지난 20년의 세월 동안,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의미였을까요? 나는 아홉살 나이에 LA 폭동으로 부모님을 잃었습니다. 그 사건이 있기 얼마 전, 부모님과 함께 다녀왔던 뉴질랜드 여행은 내 인생에 가장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당신이 나를 구해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부모님과 함께 숨을 거두었겠지요. 그랬다면 이 세상에 대한 나의 짧은 기억..
이렇게 수습할 바에는 차라리 원래대로 진행하는 편이 훨씬 나았을 것입니다. NTS의 과학수사실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인물 오숙경(오윤아)이 그토록 허술하게 일급기밀을 누설한다는 설정은 확실히 어이없는 것이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니 억지로 수습하려 하지 않아도 좋았습니다. 어차피 완벽한 드라마는 존재하지 않으니 앞으로 똑같은 구멍을 만들지 않도록 주의하면 될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아테나 전쟁의 여신' 제작진은 오숙경의 취중망언이 사실은 윤혜인(수애)를 시험하기 위해 던진 승부수였던 것으로 설정했습니다. 혜인과의 술자리 후, 오숙경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김명국 박사가 살아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중스파이라면 곧 움직임이 있을 것입니다." 라고 보고하는 장면을 하나 집어넣음으로써 꾀한 ..
'아테나 : 전쟁의 여신'은 4회를 지나면서 조금씩 안정적 구도를 찾아가는 듯 합니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복잡한 상황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초반의 어수선함이 대략 정리되고 주요 인물들의 소개도 거의 마쳤습니다. 지금까지는 정신없이 이쪽 저쪽을 살피며 궁금증을 억누르고 시청해야 했다면, 이제는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구도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어우러져 만들어 가는 전체적 그림을 감상하면 되는 것입니다. 2회까지 밋밋한 존재감으로 우려를 자아내던 정우성은 3회를 기점으로 주인공다운 존재감을 80% 이상 회복했지요. 대통령의 딸 조수영(이보영)이 납치되던 순간, 그녀를 구하기 위해 이정우(정우성)이 보여 준 액션은 정말 멋졌습니다. 김기수(김민종)과 더불어 티격태격하면서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
'아테나 : 전쟁의 여신' 1~2회가 방송되었습니다. 1회까지만 보았을 때는 대박이겠다 싶었는데, 2회에서는 눈에 띄게 템포가 느려지며 실망감을 안겨 주는군요. 무엇보다 주변의 다른 인물들에 비해 턱없이 약한 존재감으로 자기를 어필하지 못하고 있는 주인공 이정우(정우성)의 캐릭터가 문제였습니다. 원래 주인공은 가능한 한 첫방송에서부터 시청자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데, 벌써 2회가 지나갔는데도 이렇게 존재감이 희미하다면 그것은 앞으로 드라마 자체에 큰 결함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까지로 봤을 때 가장 강하고 뚜렷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인물은 여주인공 윤혜인(수애)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동양적이고 고전적인 청순미인 수애와는 썩 어울리는 역할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수애는 1회부터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