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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명동 성당에서 12시 미사에 참석하며 주보를 펼쳤을 때, 확 눈에 들어온 문구였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신년맞이 담화문의 제목 "무관심을 극복하고 평화를 이룩하십시오!" 그 '무관심'이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머리가 띵 했다. 이어서 "하느님께서는 무관심하지 않으십니다!" 라는 첫 문장을 읽었을 때는 연달아 가슴이 쿵 했다. 처음부터 인식하지는 못했지만 아주 오래 전부터 '무관심'은 세상을 향한 나의 방어막이 되었고, 그러다가 언젠가부터는 나라는 인간의 특징처럼 되어버렸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애써 '초연하다' 든가 '시크하다'는 좋은 말로 포장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누구보다 나 자신이 알고 있었다. 절대 초연하거나 시크하지 못하다는 것을, 그저 상처가 두려워 무관심의 방패 뒤로 숨어있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한국에 오신지 벌써 3일째, 고통받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로하시는 그분의 행보가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16일 광화문에서 열린 시복미사에는 천주교 신자 17만여명을 포함하여 대략 100만명에 가까운 인파가 몰려들었고, 세월호 참사 유가족 400여명도 함께 자리했다. 시복식 전의 카퍼레이드 도중 세월호 유족이 모여있는 장소 앞에 이르자 교황은 차에서 내려 그들 쪽으로 다가가 짧은 기도를 올린 후 잠시 대화를 나누셨다. 34일째 단식중인 세월호 유족 김영오씨가 교황의 손을 잡고 몇 마디 간절한 청원을 드린 후 노란 봉투에 담긴 편지를 건네자 교황은 이례적으로 그 편지를 수행원에게 넘기지 않고 직접 품에 넣으셨다. 세월호 십자가를 로마로 가져가겠다는 약속과 더불어, 교황께서 세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