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풍월주 (3)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나, 비담은 굉장히 낙천적인 사람이야. 다들 알지? 하지만 이번에 밝혀진 또 다른 비밀은 나로서도 감당하기가 쉽지는 않았어. 스승님이신 문노공이 일찌기 나의 것이라고 말씀하셨으면서도 지금까지 숨겨 오셨던 그 대업이 바로 '삼한일통' 이라는 것 그 자체는 별로 충격이 아니었어. 그런데 왜 그 대업을 나의 것이라고 말씀하셨던 걸까? 대체 내가 누구이길래? 지금껏 궁금해하지도 않았던 부모이지만, 이제 나는 내가 과연 누구인지를 알아야만 했어. 역시 스승님이 숨겨두셨던 사주단자와 황실 서고의 기록을 통해서 나는 내 정체를 알 수 있었지. 나는 진지왕과 미실궁주의 아들, 왕자 형종(炯宗)이었던 거야. 내 신분을 알게 되자 이상하게도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덕만공주였어. 나는 이제껏 내가 스스로 원해서 무언가를 ..
비담(毗曇)아, 버림받은 핏덩이였던 너를 품에 안아 데려올 때 나 문노(文弩)의 마음은 매우 착잡하였다. 나의 어머니는 가야국의 문화공주(文華公主)이시니 나는 가야 왕실의 외손으로서 원래 신라에 기반이 없었으나, 네 어머니 미실궁주의 보살핌으로 8세 풍월주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 나는 사다함이 살아있을 때 그와의 의리가 깊었으며, 세종공과도 막역한 사이로 지내고 있었다. 게다가 미실궁주의 사촌인 윤궁과 혼인함으로써 인척관계가 되어 있었기에 나는 당시 완전한 미실의 사람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네 아버지인 진지왕을 폐위하고 지금의 진평왕을 옹립하는 거사에도 가담했던 것이다. 그러던 내가, 미실에게서 돌아서게 된 이유를 아느냐? 그것은 바로 네 어미인 미실궁주가 대의(大義)를 외면했기 때문이니라. 지증..
너희들이 나 미생랑(美生郞)을 아느냐? 나는 10세 풍월주로서 미진부공의 아들이며 미실궁주의 아우이니라. 생전에 진흥대제께서 나를 얼마나 총애하셨는지 아느냐? 나를 자주 궁으로 부르시어 태자님들과 어울리어 춤추며 놀게 하셨느니라. 그러다가 수많은 공주들이 나의 빼어난 용모와 화술에 혹하여 먼저들 손을 뻗어오니 내 어찌 거부할 수 있을소냐? 그 일을 아신 진흥대제께서 잠시 노하셨으나 곧 슬쩍 넘어가 주셨느니라. 나를 향한 대제의 총애가 얼마나 지극했는지를 알법하지 않으냐? 물론 누님의 입김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야 없지만 말이다. 누님께 천신황녀의 자리를 선물한 자는 애초에 사다함이라 하겠으나,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처리했던 나 미생의 활약이 없었더라면 어찌 가능하기나 했을소냐! 비록 월천대사처럼 천문학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