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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아무래도 주인공을 악역으로 설정한 것은 치명적 패착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본인이 그렇게 살지는 못해도) 드라마의 주인공을 통해서나마 대리만족을 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주인공이 나쁜 놈으로 그려지면 절대 몰입할 수가 없거든요. (혹시 "저 나쁜 놈... 그런데 보면 볼수록 나랑 비슷하네. 그러니까 응원해야지" 이러면서 몰입할 사람도 있을까요? ㅎㅎ) 물론 주인공도 악한 행동을 할 수 있으나, 그 행동에 충분한 이유가 주어지고 보편적으로 이해 가능한 수준이 되어야만 몰입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사실상 입봉작이라 할 수 있었던 '추적자'의 호평과 성공에 너무 들떴던 게 아닐까요? 주인공을 악역으로 만들고 그에 합당한 동기 부여마저 쿨하게 넘겨버린 박경수 작가의 용감함은 언뜻 과도한 자신감으..
'추적자 THE CHASER'로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박경수 작가가 1년만에 신작 '황금의 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추적자'는 한국 드라마의 고질적 폐단이라 할 수 있는 '뒷심 부족'이 전혀 드러나지 않은 보기 드문 수작이었죠. 그래서 반가운 마음으로 기다려 온 차기작인데, 아무래도 평온한 마음으로 즐겁게 시청하기는 그른 듯 싶군요. 홈페이지를 둘러 본 느낌부터 쎄하더니 첫 방송을 시청한 후에는 더욱 마음이 어두워졌습니다. 하긴 돌이켜 보면 '추적자'도 맘 편히 볼 수 있는 드라마는 전혀 아니었죠. 볼 때마다 가슴을 쥐어짜는 듯 답답하고 고통스러우면서도 왠지 모를 이끌림에 빠져들게 되는 묘한 작품이었습니다. 너무도 가감없이 표현되는 잔혹한 현실은 차라리 눈 감은 채 살아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