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장 띠엘샤 (2)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제가 이제껏 시청했던 모든 드라마 중 최악의 작품을 꼽는다면 지금부터는 망설임 없이 '청담동 앨리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한참 비뚤어진 주제의식을 아주 교묘한 방식으로 합리화시킨 대본이 문제였죠. 배우들의 연기는 괜찮았고, 연출도 그만하면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작가들의 썩 훌륭한 글솜씨는 오히려 독이 되었습니다. 분명히 말이 안 되는 궤변을 늘어놓는 건데도 어찌나 교활하게 표현하는지, 얼핏 생각하면 그들의 논리가 맞는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이 작품의 전체적인 내용은 '된장녀의 하소연'이라 하면 적절하겠고, 결말은 '된장녀의 완벽한 환타지 실현'이라 하면 꼭 맞겠네요. 하지만 당최 주제는 뭔지, 작가들이 이 드라마를 쓰면서 궁극적으로 하고 싶었던 말이..
사실상 말을 꺼내기가 조심스런 부분이긴 합니다. 만약 이 드라마의 주제(?)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다면, 저의 색다른 의견에 불쾌감을 느낄 사람도 그만큼 많을 테니까요. 하지만 같은 드라마를 보아도 사람마다의 생각과 감상이 다를 수 있듯이, 같은 세상을 살면서도 체험한 삶 자체의 내용과 느낌은 사람마다 천양지차일 수 있는 법이죠. 심지어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났어도 어떤 사람에겐 세상이 분홍빛인 반면 어떤 사람에게는 짙은 회색일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극심한 가난과 부모의 학대에 시달려 온 아이라고 해서 모두 불량 청소년이 되는 것도 아니며, 사이코패스 등의 끔찍한 범죄자가 늘어나는 것도 어떤 사회적 현상 때문이라고만 해석하기는 어렵습니다. 네, 저는 예전부터 항상 그랬습니다. 물론 사회적 문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