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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소재와 설정은 이토록 매혹적인데 나는 왜 빠져들 수 없는 것일까? 종영을 불과 5회 앞둔 '별에서 온 그대'의 스토리는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으며, 남녀 주인공 천송이(전지현)와 도민준(김수현)의 멜로 역시 그 정점을 찍었다. 15회 엔딩에서 마법같은 초능력으로 천송이를 끌어당겨 '내가 너한테 할 수 있는 가장 이기적인 짓'을 하겠다며 열정적으로 키스하는 도민준의 모습은 순정만화 속의 판타지 그 자체였다. 지구를 떠나 자신의 고향 별로 돌아가야 할 날이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에 극구 사랑을 부인하며 다가오는 천송이를 밀어내던 도민준이 결국 불가항력적인 사랑 앞에 굴복하고 마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도 그닥 가슴이 설레지 않았다. 그들의 사랑에 전혀 공감하지 못한 탓이었다. 천송이는 솔직..
제1회의 폭풍 전개에 비하면 '별에서 온 그대' 2회는 코믹 에피소드 중심의 다소 느슨한 전개를 보여주었다. 어려서부터 배우 활동에만 전념하느라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천송이(전지현)의 몰상식함은 나날이 화제를 불러 일으키며 포털 검색 순위를 장식하는데, 매니저가 성실히 베껴 짜깁기 해준 리포트 덕분에 강의실에서 젊은 교수 도민준(김수현)에게 빵점을 맞는 모습이 '천송이 스페셜' 다큐에 그대로 찍히면서 상한가를 치고 말았다. 모카라떼가 맛있다며 '모카씨(목화씨)'를 들여온 문익점 선생에게 감사하고, 갈릭 피자에서 이상하게 마늘 냄새가 난다며 투덜거리고, 피부 관리를 위해 언제나 프로포폴(프로폴리스)을 애용한다는 천송이... 그 정도로 무식하면 아무리 예뻐도 최고의 인기를 누리지는 못할 것 같은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