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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이 세상에 존재하는 진실의 대부분은 드러나지 않고 숨겨지는 편이 더 좋은 것일까? 어려서부터 나는 그게 의문이었다. 자기가 알고 있는 사실을 솔직히 말하면 안 되는 사회적 분위기를 이해할 수 없었던 까닭이다. 타인의 잘못을 알면서도 말하지 않는 행동이 과연 입이 무겁고 참을성과 배려심이 있다 하여 칭찬받을 일이기만 한 걸까? 오히려 말하지 않아서 더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는 없을까? 멕시코에서 제작된 어린이 드라마 '천사들의 합창'을 아주 오래 전에 보았었다. 초등학교 교실에서 시험이 치러지고 있는 와중에 '마리아'가 손을 번쩍 들며 외친다. "선생님, 까르멘이 보고 써요!" 내가 보기에는 정정당당한 고발이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정작 컨닝을 하다가 딱 걸린 학생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처벌이 주어..
사랑에도 자격이 있을까? 사랑에도 권리가 있을까? 원칙적으로는 '없다'가 정답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경제력이나 학벌, 외모 등의 조건이 사랑의 순수성을 퇴색시킨지는 이미 오래 되었다. 이와 같은 외적 조건들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 사랑을 가로막는다. 게다가 최근에는 사랑의 개념 자체를 변질시켜 외적 조건들과 합쳐 버리는 기이한 주장까지 나타났다. "사랑은 총체적인 거잖아!" 라고 외치던 '청담동 앨리스'의 문근영을 기억하시는가? 돈이 많거나 잘생겼다는 조건 역시 그 사람의 일부이기에 함께 사랑하는 것이며, 따라서 돈 많은 남자를 의도적으로 유혹하는 행위 역시 사랑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는 궤변이었다. 나는 그 뻔뻔한 주장을 듣는 순간 등골이 오싹할 지경으로 소름이 끼쳤다. 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