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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이것은 명백히 황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전쟁 이야기지만, 전쟁 속에도 사랑은 피어나게 마련이다. 더욱이 사랑은 모든 예술작품의 영원한 테마가 아니던가? 치열하고도 복잡한 전쟁 스토리에 집중하다가도 처음부터 예고된 야수와 공주의 사랑이 언제 시작될까 궁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총 24부작의 드라마가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는데도 좀처럼 사랑의 불꽃은 타오르지 않았다. 장태주(고수)와 최서윤(이요원)은 형식적이나마 결혼을 했고 무려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같은 방을 쓰며 살아왔지만, 두 사람의 마음속엔 오직 황금의 제국을 향한 욕망뿐인 듯, 서로를 향한 인간적 관심은 아예 차단된 상태로 줄곧 냉랭한 분위기가 유지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종영까지 불과 5회를 남겨둔 시점에서, 공주님의 오만한..
'황금의 제국'을 시청하다 보면 그 누구 한 사람에 몰입하기도 쉽지 않고 응원할 대상을 찾기도 어렵습니다. 수많은 등장인물 중 딱히 선역이라 할만한 캐릭터는 없고 모두 비슷한 탐욕과 악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인데요. 그렇다 보니 인물에 집중하여 드라마를 시청하는 저로서는 시시각각으로 몰입하거나 응원하는 대상을 바꾸게 되더군요. 처음에는 이 작품 속에서 유일하게 순수함을 지키고 있는 막내아들 최성재(이현진)의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 한정희(김미숙)와 최성재 모자를 응원했습니다. 무려 27년 동안이나 속으로 칼을 갈면서 최동성(박근형) 회장의 곁을 지켜 온 한정희 여사의 캐릭터는 소름끼치도록 무서웠지만, 젊은 나이에 남편과 재산을 모두 잃고 뱃속의 아이와 함께 세상에 내동댕이 쳐졌던 과거의 상처가 얼마나..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어쩌면 나는 지금까지 혼자 안개 속을 헤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누가 뭐래도 최동성은 나의 아버지였다. 내 앞에서 그 사람의 이야기를 할 때면 가끔씩 엄마의 두 눈에서는 증오의 푸른 불꽃이 일곤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나에게 그는 아버지였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난 청마건설 사장 배영완보다, 내가 태어나 자라는 모습을 25년 동안 지켜보며 언제나 따뜻하게 안아 주고 사랑해 준 성진그룹 회장 최동성이 내 마음 속에서는 더 진실한 아버지였던 거다. 엄마가 시키는 대로 생부의 기일마다 그의 무덤을 찾아가 절하며 나는 빌었다. 제발 엄마의 증오를 잠재워 달라고, 엄마와 나를 이토록 사랑했으니 지금의 내 아버지를 부디 용서해 달라고... 하지만 죽은 생부의 가슴 속에 맺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