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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이미 왕으로 즉위했으니 '세조'라 호칭하는 것이 맞겠으나 그대로 '수양(대군)'이라 칭하겠습니다. 이 드라마의 분위기에 몰입하여 주인공들의 시각으로 보았을 때, 세조는 결코 적법한 왕이 아니니까요. "치욕스런 공주 따위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나라의 공주는 오직 경혜공주마마 한 분뿐이십니다!" 라고 외치던 세령(문채원)의 피맺힌 절규가 귓가에 아른거리니, 저는 이 가련한 여인을 공주라 칭하지 않을 것입니다. 김승유(박시후)와 인생을 함께 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으나, 설령 가능하다 해도 사랑하는 사람 앞에 평생 고개 못 들 죄인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 그녀의 운명입니다. 한동안 가슴에 칼을 품고 앉은 채로 선잠을 자야 했던 김승유는, 이제 모처럼 세령의 어깨에 기대어 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아무도 믿..
여주인공 세령(문채원)은 이제 슬슬 민폐 캐릭터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김승유(박시후)의 형수와 조카딸 아강이는 노비의 신세가 되어 원수의 일당 중 한 명인 온녕군(윤승원)의 집에서 일하게 되는데, 세령은 적극적으로 나서서 그 가엾은 모녀를 구해 승법사로 피신시킵니다. 역적의 수괴로 몰린 김종서(이순재)의 가족을 도왔다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다른 사람이라면 죽을 위기에 처할 것이나, 수양대군(김영철)의 딸인 세령으로서는 자신의 안위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었지요. 하지만 어쨌든 이 정도의 활약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령은 더 이상 민폐 캐릭터가 아님을 증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김승유를 살려달라고 애원하며 자기 목에 칼을 들이대고 죽겠다는 협박(?)으로 아비를 설득하려던 모습도..